[홍준기의 맛있는 IT 칼럼] #4 제로페이의 1년 성적표

제로페이의 1년을 통해 더 나은 제로페이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동안 제공됐던 카드 결제 시스템의 문제점인 카드사와 VAN 사의 수수료를 없애 소상공인의 짐을 덜어주고, 결제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줌으로 소비자의 시선까지 사로잡겠다며 정부가 야심 차게 개발한 제로페이. 하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결제하기가 번거롭다며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소상공인의 기준에 들어야만 수수료가 면제되기에 체크카드 수수료보다 더 비싼 비용이 든다며 가맹점에 까지 외면받고 있다. 제로페이의 1년 성과를 성적표에 비유하면 꽤 낮은 점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슬퍼해선 안 된다. 이참에 문제점을 고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제로페이 1년 성적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제로페이, 출발은 좋았다.

 

사용자가 카드를 긁어 결제하면 결제한 금액에서 각종 세금과 카드사, VAN 사 등의 수수료를 거쳐 가맹주의 통장으로 들어왔던 그동안의 결제 방식에서 가맹주는 당연히 부담될 수 밖에는 없었다. 이를 알아챈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카드사와 조율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카드사의 주 수입원이 수수료인 상황에서 카드사도 어쩔 수 없는 입장. 이렇게 되자 정부가 아예 수수료가 없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제로페이이다. 제로페이는 카드사와 VAN 사를 생략하고, 사용자-가맹주를 바로 연결하기 때문에 당연히 세금을 제외한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소상공인에게 많은 부담을 덜어주게 된다. 사용자 또한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40%를 소득공제 받게 된다. 가맹주나 사용자나 무척이나 좋은 정책이다. 언뜻 보면 A+ 정도가 제로페이의 성적표로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래가사처럼 계획대로만 될 수는 없는 법.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게 된다.

 

 

사용자에게 어려운 제로페이

 

제로페이는 사용자에게 쉽게 다가가려 노력하였다. 앱을 설치한 뒤에 카드나 결제를 연동하고, 결제 비밀번호를 등록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사용할 수 있는 타 간편결제 앱과 다르게 제로페이는 사용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은행 앱 또는 협력 업체의 앱을 통해 사용할 수 있다. 이 점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놓친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제로페이의 결제 방식은 그동안 사용자가 사용해오던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켜서 QR코드 결제를 선택하고, 가맹점의 QR코드를 인식 후에 금액을 입력하고, 가맹주가 입금을 확인하며 완료되는 방식은 그동안 카드 한 장 내밀면 되었던 방법과 너무나 다르고 복잡하다. 사용자로서는 사용을 꺼릴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이를 인식한 제로페이가 급하게 다른 결제 방법을 제작하였다. 사용자는 QR코드 결제를 선택한 뒤에 바코드를 가맹주에게 보여주면 된다. 전의 방식보다는 무척이나 계량화된 방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방식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테스트 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주 가맹점인 소상공인은 기존의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는 없다. 처음부터 최신 방식을 사용하였거나, 많은 홍보를 통해 사용자가 익숙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해줬더라면 좋았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결제하고 싶은데 하질 못하는 사용자

 

가맹점 수 또한 적어 사용을 원하지만 하지 못하는 사용자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사실 이는 제로페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페이 서비스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동네에 있는 아무 가게로 들어갔을 때 우리를 반기는 간편결제 안내문은 없거나, 카카오페이 정도가 끝이다. 이러한 상황에선 제로페이를 쓰고 싶어 하는 사용자도 놓칠 수 있다. 그렇기에 가맹점의 수를 늘리기 위해 많은 홍보를 하고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고, 네이버페이, 페이코, 카카오페이 등과 업무 협약을 맺은 것처럼 이미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덕택에 적어도 제로페이보다는 많은 가맹점을 가진 기존의 간편결제 서비스와 제휴를 맺어 서로 가맹점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제로페이뿐만 아니라 타 서비스도 많은 가맹점을 보유하기 때문에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첫 1년의 성적표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로

 

첫 1년 동안의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서비스로 발돋움하여 국민들 앞에 보인다면 많은 사용자와 가맹주들이 너도나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려 할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제로페이의 탄생 이유를 기억함과 동시에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자, 가맹주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어 제로페이의 문제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한 서비스의 전문가는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닌, 그 서비스를 생활에서 사용하는 사용자, 가맹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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