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겸의 한국사 칼럼] 마법의 사각형

우리 한국사 교과서에서 수학에 관한 내용은 얼마나 등장할까? 단언컨대 다 합해도 한 면 분량만큼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우선 조선 시대에 수학을 중요시 여기지 않은 이유가 크다. 조선 시대에서 수학은 세종 대왕 집권기를 제외하고는 발전이 더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조선에서는 수학 천재가 배출되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이 분, 마법의 사각형 대가인 명곡 최석정이다.

 

 

최석정(1646~1715)은 조선 시대의 정치가이자 수학자로, 조선 시대의 수학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최석정은 수학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최석정은 글도 잘 써서 과거시험도 가볍게 급제하고 요직을 두루 거쳐가며 벼슬을 쌓았다. 최석정이 조정에 나아간 당시의 왕은 숙종이었는데, 숙종은 급격한 환국을 통해 왕권 강화를 꾀한 왕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최석정은 숙종의 신임을 얻어 영의정을 지내기도 하였는데, 여기에는 적을 만들지 않는 온건한 그의 정치 성향이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최석정의 수학적 업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최석정에 대해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마법의 사각형, 마방진이다. 마방진이라 함은 위의 사각형과 같이 가로, 세로, 대각선 줄에 들어있는 숫자의 합이 모두 같은 것을 의미한다. 위 사각형을 보면 가장 위쪽 가로줄에 위치한 세 수의 합은 4+9+2=15이고, 이는 다른 줄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듯 최석정은 마방진을 연구하여 책을 펴내기도 했는데, 그 책의 이름은 '구수략'이라고 한다. 마방진은 종류가 다양한데 가로줄, 세로줄 이 세 줄인 경우는 3차, 네 줄인 경우는 4차 마방진이라고 불린다. 그렇다면 이 마방진에는 해법이 있을까?

우선 차수가 홀수인 마방진의 해법은 위와 같은데 매우 간단하다. 우선 차수만큼 숫자를 대각선 방향으로 차례로 나열한다. 그러면그림과 같이 숫자의 사이사이에 공란이 생기는데 이 칸을 바깥에 툭 튀어나온 숫자를 중심을 중심으로 넘긴다. 그렇게 하면 홀수차수 마방진은 의외로 간단하게 완성할 수 있다. 반면 짝수차수인 마방진은 비교적 풀기 어렵다. 순열과 미적분 공식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아직 고1인 필자가 어렵기 때문에 그저 죄송함을 표한다.

 

이렇듯 복잡하고 어려운 마방진이 최석정이 쓴 구수략에는 3차부터 9차까지의 마방진 풀이법이 게시되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대단한 것은 9차 마방진의 풀이법이 나와 있기 때문인데 이는 유명한 수학자인 오일러보다 67년 앞선 것이라고 하니, 최석정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렇듯 과거 조선은 수학을 경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석정 외에도 청나라 최고의 수학자인 하국주를 이긴 홍정하, 많은 수학책을 집필한 박윤 등의 훌륭한 수학자가 있었다. 이렇게 위대한 수학자가 우리나라에 있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지 못해서 아쉽다. 전에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역사는 우리가 기억할 때 비로소 숨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번쯤은 교과서에 있는 역사뿐만 아니라 굳이 수학이 아니라도 좋으니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역사를 찾아보면 좋겠다. 혹시 모른다. 옛말에 온고지신이라고 하였으니 과거의 역사에서 뛰어난 영감을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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