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원의 연뮤 칼럼] 학생들을 억압하는 학교, 그 억압을 벗어나려는 학생들

연극 <알앤제이(R&J)>, 억압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의 자유를 향한 열망을 그려내다.

 2019년 7월 6일, 연극 알앤제이를 관람하기 위해 동국대학교 이해랑 극장을 방문하였다.  연극 <알앤제이(R&J)>는 엄격한 가톨릭 남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네 명의 학생들은 다른 이들이 모두 잠든 늦은 새벽,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낭독하며 규율에서의 탈출과 그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네 명의 학생들은 늦은 밤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와 붉은 천으로 감싸 놓은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한다. 책 속에서 여태껏 한 번도 마주한 적 없었던 이야기를 마주한 학생들은 낭독을 통해 따분한 설교와 공부만이 가득한 학교 생활에서 일탈을 느낀다. 학교의 규율을 어기고 역할극을 이어가던 학생들은 점차 셰익스피어가 창조한 언어와 이야기에 매료되고, 희곡 속 인물들과 그들의 삶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진다. 학생들은 현실의 시작을 알리는 수업 종이 울리기 전까지, 마치 한여름 밤의 꿈을 꾸듯 스스로 창조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프로그램북 발췌)

 

 

 연극 자체의 무대 구성은 관객들과 매우 친밀하다고 얘기 할 수 있을만큼 다른 공연들과는 색달랐다. 기본 좌석과 더불어 무대의 뒷쪽에 위치한 무대석은 관객들의 극 몰입에 더욱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무대석의 일부에서는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도중 중간중간 앉아서 극을 진행하기도 하거나 무대석을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여 무대석 내에서 연극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무대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일반 객석 역시 왼쪽에 여러 개의 책상들이 계단처럼 쌓여 있어, 네 명의 학생들은 그 통로를 통해 자유자제로 객석과 무대를 이동하거나 책상 위에 올라가는 등 이러한 표현을 통해 더욱 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극의 진행 중 학생들의 일상과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의 부분이 교차되는 부분이 많고, 한 장면 장면 모두가 중요하기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을 한 듯하다. 극 자체의 부드러운 장면전환과 그로 인한 심도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더군다나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이 많기에, 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관객들에게는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리스크를 뛰어 넘을 수 있는 연극<알앤제이>의 장점은 존재하고 있고, 그 장점이 마음을 흔들었다.  

 

 연극 <알엔제이>는 억압 받는 학생들이 그 억압을 깨고 나오기 위한 노력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학생들의 자유에 대한 욕망을 표현하기 위해서 연극에서는 다양한 상징적 소재가 쓰였다. 학생들은 엄격한 기독교 학교의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고전을 읽게 되었다. 이 [로미오와 줄리엣] 이라는 금서는 학생들의 깊숙히 숨어있던 억압에 대한 반발, 즉 자유를 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극 중반에는 수업 종 소리가 들리게 되고,  종소리를 듣자마자 학생들은 기계적으로 억압 받는 삶에 복귀하게 된다. 그럴 때 마다 '학생1'은 그들을 일깨우면서 그들의 유일한 해방의 시간이자 규율을 어기는 시간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이끌어나간다. 그들이 읽어 나갔던 [로미오와 줄리엣] 은 기계적인 삶과 엄격한 학교의 억압에 고통 받는 학생들의 유일한 정신적 도피처이자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학생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그런 학생들을 다시 억압 속으로 끌어들이는 학교. 두 가지의 대립적 요소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즉, 억압 속 자유를 갈망하는 학생들의 간절한 외침과 동시에 억압 받는 삶에 강제로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연극 <알앤제이(R&J)>이다. 

 

 

빨간 천 역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알앤제이(R&J)>의 프로그램북을 보더라도 출연진 전원이 빨간 천을 들고 프로필 사진을 촬영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극 중에서도 빨간 천은 다양한 소재로 사용된다. '줄리엣'의 무도회장 복장으로도 사용되기도 하고 '머큐쇼'와 '티볼트'의 전투 장면에서는 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첫날 밤에서는 이불로, 그리고 '로미오'가 마시는 독약 역시 이 빨간 천으로 표현되고 있다. 학생들의 의상은 평범한 남학교 교복이다. 이에 비하여 빨간 천은 교복과 대조되는 색상으로 관객들의 눈에 한층 더 잘 보인다. 빨간 천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다음, 배우들이 펼치는 완벽한 연기는 관객들을 한층 더 깊게 연극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우리가 친구라면 손을 잡아" '학생 1'이 다른 학생들에게 건네는 말이다. 단순히 억압에 대한 메세지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닌, 친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것 처럼, 억압된 삶 속으로 돌아가려는 친구들을 잡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세계로 끌어오는 것이 바로 '학생 1'이다. '학생 1'은 자유에 대한 해방감을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끝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꿈처럼 헛된 일이라고 절망하진 마." 극 중 '학생 2'가 건네는 대사이다. 보이지 않는 억압 속에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억압에 대한 무언의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또한 억압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연극 <알앤제이(R&J)>의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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