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내리는 생체 칼럼]의료계 인공지능, 난항을 맞다

몇 년 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커제를 꺾으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를 기억하는가? 그 알파고에 적용된 중심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이미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당신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IBM 사에서 인공지능을 의료계에 진출시키는 계획의 일환으로 개발한 '왓슨 포 온콜로지'는 딥러닝 기술을 토대로 하여 개발된 의료보조기기이다. 암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왓슨 포 온콜로지는 암치료 처방 선례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들에게 '추천', '고려', '비추천'의 세 단계로 치료법을 제시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 의사들은 제시받은 치료법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적용하거나 의사 자율의 치료법을 적용하여 환자를 치료한다. 그 후, 자신이 선택한 치료법과 그 치료법을 적용하여 환자의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왓슨 포 온콜로지에 전송하여 피드백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왓슨 포 온콜로지는 현재 우리나라, 네팔, 중국, 미국 등의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왓슨 포 온콜로지는 현재 난항을 맞고 있다. 먼저 IBM 사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 약 700억원을 투입해 종양학 전문 지침을 개발중이던 MD앤더슨 암센터와 계약을 해지하며 기술력의 많은 부분을 잃은 것은 왓슨 포 온콜로지의 기능에 큰 손실을 가져왔다. 또한, 왓슨 포 온콜로지의 진단과 의사의 진단의 일치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암병원인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에서는 의료진과 왓슨 포 온콜로지의 의견 일치율이 평균 97%에 달했지만, 아시아권 국가인 네팔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평균 50%의 저조한 일치율을 보였다. 국가별 임상 양상이 차이나는 것을 고려하지 못하고 대상국의 상황 또한 고려하지 못하는 탓이었다. 의사가 개인적 소견이나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일치율을 저조하게 하는 데에 한 몫 했다. 우리나라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왓슨 포 온콜로지를 가동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추가 비용을 IBM에 내야 하기 때문에 보험수가에 몹시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인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길병원과 부산대병원 등에서 컨소시엄을 만들어 수가 적용과 병원 간 빅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매우 미비하다.


이에 왓슨 포 온콜로지를 대신할 새로운 의료용 AI가 마이크포소프트, 올림푸스, 메드트로닉, 지멘스 등의 외국계 기업에서 개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국내 대형병원 25곳에서 '닥터 앤서(Dr. Answer)'라는 의료용 AI를 개발 중이다. 닥터 앤서는 AI 기반의 정밀의료 솔루션으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연계하고 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는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과 치료 방법 등을 지원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를 말하며, 치료 비용이 많이 들고 영향력이 큰 심혈관, 암, 뇌질환 분야가 집중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왓슨 포 온콜로지의 시대는 결국 끝을 보이고 있지만, 최초의 의료용 AI였다는 점에서 왓슨 포 온콜로지는 제 역할을 다했다. 의료용 AI 산업이 점차 부각되고 있는 지금, 왓슨 포 온콜로지 이후에 어떤 의료용 AI가 등장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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