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의 생명과학컬럼] 삼각함수 없이 의학 진단은 불가능?

삼각함수가 의학의 여러 분야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삼각함수’란 간단히 말하면 삼각형의 각도와 변 길이의 관계를 밝히는 수학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심장 박동 등과 같이 일정 간격으로 반복되는 파동 현상들은 삼각함수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으므로, 전자기파나 음파, 뇌파 등 다양한 ‘파동’을 다루는 물리학, 공학, 의학에서 삼각함수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삼각함수에서는 사인, 코사인, 탄젠트 개념 외에도 다양한 공식이 있고, 이들은 파동의 분석과 활용에 이용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불규칙한 파동까지 삼각함수로 표현할 수 있게 해준 ‘푸리에 변환’의 가치, 그리고 의학 분야에 삼각함수가 활용된 실제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푸리에 변환을 통해 삼각함수가 의학 분야에 널리 활용될 기초가 마련됨

 

고대 그리스에서는 일상생활과 농경을 위해 하루나 계절의 주기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에 따라 별의 움직임을 정확히 살피기 위해 ‘중심각’과 ‘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 삼각함수가 등장하였다. 코사인과 사인의 값은 반지름을 1로 하는 ‘단위원’ 위를 이동하는 점 P의 X좌표 및 Y좌표의 값으로 각각 정의될 수 있다. 호의 길이를 이용해서 각도를 표시하는 방법이 호도법인데, 특정 각도를 그 각도가 만들어 내는 ‘단위원’에서의 호의 길이를 이용해서 표시할 수 있다. 호도법을 적용하여 사인과 코사인 값을 ‘단위원’ 위를 움직이는 점의 좌표로 생각하면, 각도가 1회전(360°)할 때마다 하나의 마루와 하나의 골을 되풀이하는 ‘파동’으로 나타나며, 사인 곡선과 코사인 곡선은 90° 어긋난, 같은 모양의 곡선을 형성하게 된다. 이렇게 삼각함수가 파동으로 표현될 수 있다. 세상은 빛, 전자기파, 소리 등 여러 가지 파동으로 가득 차 있어, 삼각함수를 이용하면 이들 파동을 아주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지런한 모양의 파동이라면 삼각함수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겠지만 자연에 존재하는 실제 파동들은 아주 불규칙한 모양이기 때문에 삼각함수로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불규칙한 파동들도 삼각함수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난제를 해결한 것이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가 1822년에 제시한 ‘푸리에 변환’이다. 사인 곡선이나 코사인 곡선을 적절하게 몇 배로 곱하고 더하여 표현하는 ‘푸리에 변환’을 이용하면, 어떤 복잡한 파동이라도 여러 개의 단순한 파동으로 분리하여 주기함수로 나타낼 수 있다. ‘푸리에 변환’을 통해 삼각함수는 이제 뇌파 등 자연계의 불규칙한 파동도 표현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2. 삼각함수를 활용하는 의학 분야의 실태 조사

우리가 생각하거나 활동할 때 뇌신경들 사이의 신호 전달에 따라 ‘뇌파’라는 파동이 생긴다. 이런 뇌파를 측정할 때 삼각함수가 이용된다. 그런데 뇌파만 측정하려 해도 관찰결과 속에는 환자의 호흡, 심장 박동 등에 따른 다른 파동들도 복잡하게 섞여 있다. 이때 푸리에 변환을 활용하여 순수한 뇌파만을 얻어낸다고 한다. 뇌파와 비슷하게, 심장의 전파 파동을 측정하는 심전도검사에서도 삼각함수와 푸리에 변환이 활용된다고 한다.

또한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할 때 음파의 파동의 크기를 점차 변화시켜가면서 환자가 청취 가능한 수준을 측정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기기에도 삼각함수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고 한다.

 

 

한편, 파동을 이용해서 얻은 영상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여러 가지 검사에서 삼각함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먼저 초음파검사는 인체에 진동수가 아주 높은 초음파를 발사한 후 인체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파동을 측정하여 영상으로 보여주는데, 이렇게 영상으로 전환하는데 삼각함수가 당연히 필요하다. 다음으로 x선의 파동을 이용한 x-ray나 CT (computed tomography) 검사에서는 모두 x-선을 발사하여 인체에 투과되어 나오는 파동을 관찰하는데, 이때 적절한 크기의 파동을 가진 x-선을 발생시키고 또한 투과된 전자기파를 측정하는데 삼각함수가 이용된다. 끝으로 MRI검사는 우리 몸 속 H2O 중 수소원자의 반응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동을 가진 전자기파를 쐬면 우리 몸 안의 수소원자가 핵자기공명 현상을 일으켜 파동이 있는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된다.

인체에 발사되는 전자기파의 파동을 제어하고 인체에서 반응되어 나오는 전자기파의 파동을 측정하여 영상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삼각함수를 탑재한 컴퓨터프로그램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얼마 전 삼각함수를 배우며, 이 삼각함수가 의학 분야에 쓰이고 있는 실태를 조사하게 되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의료기기의 컴퓨터프로그램에는 대부분 삼각함수가 탑재되어 있으며, 수학이 의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삼각함수가 없었다면 뇌질환의 진단을 위해 뇌파를 측정하거나 뇌 MRI 검사는 아예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비단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물리학, 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삼각함수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으므로, 삼각함수야말로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기둥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푸리에 변환을 살펴보면 수학의 색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학문들 중에서 가장 정확한 답을 추구하는 치밀한 학문이지만, 수학적으로 훌륭한 해답을 얻으려면 종종 사소한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핵심에 집중하는 사고방식 혹은 추상화에 능숙한 사고 방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푸리에는 확률론을 활용해 복잡한 파동의 사소한 부분을 제외하고 단순화함으로써 삼각함수로 포섭하는 위대한 업적을 이루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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