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수의 생명과학 컬럼] '착한 사마리아인' 왜 없을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들을 먼저 살펴봐야

사실, 사고라는 것이 예방 못지않게 대처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리고 그러한 대처 불이행, 대처 소홀의 가장 큰 원인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 또는 귀찮게 나서기 싫어하는 태도 등일 것이다.

 

얼마 전 뉴스에서 뉴욕 지하철 한복판에서 한 할머니가 이유 없이 한 남자에게 죽도록 폭행을 당해도 구경만 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런 비슷한 내용의 사건 뉴스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종종 나오곤 한다. 이러한 방관자적 태도를 사회에서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이라는 것이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이 들어 있다. 첫 번째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을 돕다가 의도하지 않은 불의의 상황에 처하더라고 정상참작 또는 면책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급한 상황에 처한 타인을 돕지 않을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법의 두 번째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첫 번째 조항만 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의 국가는 이 법과 유사한 법 조항들을 도입하여 현대인의 '방관'의 태도를 무마하려 노력하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 법은 인간의 선한 마음을 '법'이라는 타율적 조치에 의해 실현시키는 행위이다. 현대사회에서는 강력한 조치 없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기는 어렵다. 각자의 생활에 몰두해 있고 남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시간조차 없는 사회 여건도 문제이다. 그러나 잠깐 동안만이라도 위험에 처한 인간을 구하기 위한 손길을 내미는 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취지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착한 사마리아인'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위급상황에서 인명 구조시 적용되는 응급의료법 제5조의 2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에서는 응급처치 제공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그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지 아니하며, '사망'에 대한 형사책임은 '감면'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가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면책이 아니라 형사책임의 감면이기 때문에 피해자 측에서 소송을 걸면 그 소송에 휘말리게 될 수 있고, 일정부분 형사 책임의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작년 5월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는 환자에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하여 근처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선의로 응급 처치를 했으나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처치를 재빨리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정의학과 의사가 소송을 당하였다. 이러한 실정이기에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 응급 구조가 필요해도 나서는 것이 꺼려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여, 우리나라의 '착한 사마리아인' 법에 해당하는 조항들이 적절히 개정되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더욱 적극적으로 구조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가 이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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