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영의 사회/과학 칼럼 2] 게임중독도 질병? ...팽팽한 찬반논란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담배 중독처럼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안건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중독을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통과시켰다. WHO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WHO는 게임 중독의 진단 기준을 ‘게임을 일상생활보다 우선시하고, 게임에 몰입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멈추지 못하는 등 게임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될 때’로 규정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뇌 과학자들은 게임중독을 정신질환으로 보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연정 순천향대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중독자의 뇌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보면 도박이나 알코올, 마약 중독자와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리얼미터에서 이달 10일 19세 이상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한 ‘게임중독 질병 분류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데 찬성하는 사람은 45.1%로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에 찬성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내 게임 업계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 규제가 강한 상황에서 질병 논란까지 겹치게 되어 게임 산업 전반이 침체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덕주 서울대 교수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1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게임 과몰입 정책 변화에 따른 게임 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게임 업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오는 29일 국회에서 출범식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

 

게임중독으로 인한 범죄나 일상생활 지장 등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알코올 등 물질중독 뿐 아니라,

도박 등 행위중독도 질병으로 분류해온 점, 중독 현상은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게임중독과 그로 인한 사회 문제는 인과관계가 불명확할뿐더러 질병 정의가 모호해 과잉 의료의 우려가 있다. 또한 게임 산업 및 문화 위축으로 콘텐츠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팽팽하게 찬반 의견이 맞서는 가운데, 게임 중독의 기준을 어떻게 확실하게 정할 것인지, 게임업계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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