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의 영화 칼럼] 레이디버드; 우린 아직 날개 펼치는 연습을 하는 무당벌레(Ladybird)야

14살에서 19살의 우리는 흔히 말한다.  ‘어린애 취급하지 마!’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깨닫는 것이 있다. 우린 아직 어리고,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말이다.

 

  2018년 개봉한 [레이디버드]는 <매기스 플랜>, <프란시스 하> 등을 연출하고 연기한 그레타 거윅이 각본 및 감독을 맡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크리스틴은 자신을 크리스틴이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 ‘레이디버드’로 불러달라고 한다. 자신이 현재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마을, 새크라멘토를 벗어나 동쪽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불만이 많고 둥지를 떠나고 싶어 하는, 아이에서 어른 그 어중간한 곳에 있는 사람이다.

 

 

이 영화는 다른 10대 청소년 영화와는 다르다. 보통 10대 영화의 주인공은 이러하다: 시기심과 질투심, 가십으로 찬 여자아이들과 여자애들 쫓아다니거나 자기들끼리 몸싸움하는 남자아이들.

 

그러나 <레이디버드>는 다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공부를 싫어하고, 틈만 나면 툴툴대며 엄마와 말다툼을 한다. 집안 형편과 성적 때문에 자신이 갈 수 없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곤 한다.

 

 

크리스틴과 줄리가 성찬식에 쓰이는 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떠는 장면에서 자신의 판타지(?)를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꼭 체육 시간에 쉬면서 수다 떠는, 영락없는 아이들의 모습과 같다. 또, 성인이 되자마자 편의점으로 달려가 성인잡지, 담배, 술을 사보는 모습도 19살들이 12월 31일 정각이 되면 그동안 미성년자여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는 모습이 떠올라 공감이 된다. 이렇듯이, 한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진부하지 않게, 담백하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엄마와 크리스틴의 관계이다. 엄마와 함께 있는 장면들을 보면 쟤 뭐지?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오프닝 장면에 캠퍼스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순간 시청자들은 많이 당황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진짜 제정신인 건가‘, '이기적이다', '다혈질이야 뭐야?', '너무 버릇없다' 등... 그러나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 싶다. ‘너한테 들어가는 돈이 얼마인지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액수가 뭔데? 말해봐,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준 다음에 연 끊고 살아버릴 테니까’라는 철없는 말이나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별 이유도 아닌데 엄마에게 짜증내고 화내고, 내 기준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던 철없던 시절 말이다. 정신과 의사로 교대근무하며 살아가는 엄마와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딸의 대화는 현실 엄마와 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레이디버드>는 감독인 그레타 거윅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더 현실적이고 와 닿을 수밖에 없었나보다.

 

 

그레타 거윅은 영화배우이자 감독이다. 대표작으로는 <프란시스 하>,<우리들의 20세기>,<매기스플랜>이 있다. 현재 기대되는 예정작으로는 엠마 왓슨, 티모시 샬라메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은 아씨들>이 있다.

 

자신의 모습과 환경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원래 이름 크리스틴 대신 '레이디버드'라는 별명을 지어 회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진심으로 가족과 고향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는 즈음 크리스틴이 드디어 자신을 크리스틴이라 소개하는 장면에서, 진정한 성장 영화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 작품을 성장하고 있는 모든 소년소녀들의 '생활백과사전'이라 지칭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 세상을 모르고 새로운 단계에 나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부모님께는 불평과 불만, 또는 미안함뿐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도 아픔 가운데 성장할 것이다.

결국에 날개를 돋치고 크리스틴이 된 ‘레이디버드‘처럼.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우리는 아직 자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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