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의 사회 칼럼; 언어의 힘] 01.언어는 인지능력을 좌우한다.

 

“하늘 아래 같은 색조는 없다.”

같은 색처럼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른 색들.

 

평소에 화장을 하는 A에게는 색조화장에서 미묘하게 다른 색깔들이 서로 구분되지만, 화장을 하지 않는 B에게는 이 색과 그 색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거랑 저거랑 뭐가 다른데? 다 똑같은 핑크색이잖아.”

A는 볼 수 있는 색들을 왜 B는 보지 못할까?

 

B가 "이 색이랑 저 색이랑 뭐가 다른데?" 라고 물으면,

A는 이렇게 답한다. "이거는 코랄이고, 이건 오키드잖아!"

 

A는 그저 B보다 많은 색 이름들을 알고 있을 뿐이다.

사용하는 단어, 즉 언어에 따라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가 결정된다.

 

 -힘바족의 색 구분법

 

위의 그림에는 원처럼 보이는 곳에서 다른 색이 각각 하나씩 있다. 오른쪽 원에서는 다른 한 가지 색을 찾아내기 쉽지만, 왼쪽의 원에서는 말하기 전까지 다른 색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원시부족인 힘바족은 우리와는 달리 왼쪽 그림에서 다른 색을 쉽게 찾아내는 반면, 오른쪽 그림에서는 다른 색을 찾아내지 못한다.

 

힘바족과 우리가 볼 수 있는 색이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언어떄문이다. 힘바족의 언어에서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색 분류 체계가 잇다. 우리는 왼쪽 그림의 색을 전부 연두색으로 인식하고 오른쪽 그림은 여래 개의 연두색과 한 개의 하늘색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힘바족은 왼쪽을 여러 개의 부로우(burou)와 한 개의 둠부(dumbu)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색에 대한 개념이 색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구구이미티르족의 절대 방향감각

언어는 우리가 무슨 색을 볼지 결정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방향감각에도 영향력을 끼치는데, 구구이미티르족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또 다른 원시 부족인 구구이미티르족은 언제 어디서나 동서남북을 정확히 구분하고 가르킬 수 있다. 나침판과 같은 도구가 없이도 말이다.

 

구구이미르티르족의 언어에는 왼쪽, 오른쪽, 위, 아래 등과 같은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그들은 상대적인 방위 대신 동서남북과 같은 절대적인 방위를 나타내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런 독특한 언어 사용은 구구이미트리족이 절대 방향감각을 지니게 만들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우리의 감각기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은 언어라는 거울에 비친 세상의 모습일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인류는 사고를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사고는 언어에 지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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