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완의 시사 칼럼 3] 관람의 편의보다 생존을 위한 배려가 중요하다

 

'5월 17일 멸종 위기 종의 날, 5월 22일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

어쩌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날’이다. 아마 달력 어딘가에 조그만 글씨로 쓰여 보일까 말까한 그런 많은 날들 중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날들이 단지 글자로만 기념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생물 종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을까?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까지 그리 멀리 살펴 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2018년 9월 18일에 한 동물원에서 퓨마 호롱이가 사육사의 부주의로 열린 문틈으로 빠져나가 8년 만에 얻은 생애 첫 외출 4시간 만에 사살 당하였다. 야생 퓨마 한 마리의 활동 영역은 최대 1천㎢이지만 호롱이는 좁디좁은 우리 속에서 정형행동을 보였다. 죽어서야 비로소 철창을 벗어날 수 있었던 한 생명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2019년 1월 18일에는 SNS에 올라온 사자 한 마리의 사진이 논란이 되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뼈가 앙상한 사자가 있던 곳은 수족관이었다. 분명 수족관이지만 그곳에는 백사자, 백호랑이, 반달곰, 하이에나 등이 전시되고 있었고 단칸방 크기의 좁은 공간에서 동물들은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국내 수족관에는 9마리의 벨루가가 있다.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수심이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벨루가의 특성을 반영하는 수족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심 20~40m 사이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깊은 곳을 찾아 들어갈 때는 700m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벨루가는 3.5~5m 까지 자라는 몸을 가지고 최대 수심 7m인 수조에서 겨우 살아가고 있다.

 

1752년 오스트리아 마리아 테레지아 황녀의 남편인 로트링겐 공 프란츠 슈테판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수집한 동식물을 쇤부른 궁전 작은 우리에 모아 두었던 것이 1765년 일반에 공개되면서 근대적 의미의 동물원이 시작되었다. 19세기 중반 들어 세계 곳곳에 동물원이 세워졌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물원은 급속히 세계로 퍼져나갔지만 대개 연구보다는 대중에게 관람을 시키면서 상업적인 이득을 얻는 데 더 목적을 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창경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곳곳에 많은 동물원이 존재한다.

 

동물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소개를 읽어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종 보전을 위하여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늘 이상과 다르게 흘러간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수족관법이 2017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그 환경과 관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부족한 현행 요건만 갖추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원인이다.

 

최근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동물원 및 수족관 을 운영하려는 경우 ▲기존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 ▲보유 생물의 생물종 및 개체 수에 따른 시설 및 인력기준 강화 ▲동물원 및 수족관 미운영자에게 보유 생물 판매 또는 양도 금지 ▲방문객의 보유 생물 접촉 및 먹이 주는 행위 제한 ▲보유 생물의 건강상태 정기적 검사 및 기록 작성·보존 등이 담겼다. (출처: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홈페이지 https://www.hanjeoungae.com/search/동물원)

 

일부에서는 동물원이 멸종 위기 종의 보전에 기여한다고 말한다. 물론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분명히 멸종 위기 종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물원은 종의 보전이라기보다는 상업적 목적이 더 큰 것 같다. 정말로 종의 보전을 위한다면 그 종에게 맞는 환경을 최대한 존중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 아닌가? 동물원의 동물들은 야생에서의 활동 범위에 훨씬 못 미치는 좁은 공간에서 원치 않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살아간다. 물론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곳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이제는 전반적 실태조사를 통해 기존 시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며 상업적 이용보다 동물 입장에서의 보호에 중점을 두는 관리 체계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과 함께 부적절하게 조성된 곳에는 가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원에서의 보호가 아니라 야생에서 그들이 마음 편히 활보할 수 있는 자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보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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