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원의 공연 칼럼]그래도 다시 일어서는, 그것이 인생이다. 연극 비클래스

"재능 많으면 좋다잖아. 혹시 아냐? 나도 모르던 재능이 내안에 있을지."

※연극 <B Class>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아이들이 있다. 일본에 본사를 둔 봉선예술학원은 오직 학원의 기준에 부합하는 능력과 조건, 그리고 부와 명예에 따라 A class와 B class로 나뉘어 수업을 받는다. ‘짬통’이라 불리는 B class는 진급기회도 못 얻은 채 졸업 패스 도장을 받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아이들이다. 비클래스의 ‘B’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가 아니다. Not A, 그러니까 주류가 아닌 비주류에 속한다. 졸업 후 학사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졸업장 패스도장을 받는 게 최종 목적인 아이들은 이를 위해 일찍부터 반강제적으로 한 팀이 되어 졸업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 자신만을 바라보는 부모님을 위해 음악적으로 성공해야 하는 작곡 전공 김택상·윤태진, 학원 시스템이 불공평하다며 반항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보컬 전공 이수현·이윤희, 사고로 손을 다쳐 피아노 치기를 두려워하는 천재, 피아노 전공 이환·김율, 해맑은 모습으로 아이들을 위로해주는 현대무용 전공 치아키·카에데, 엄하지만 한명 한명을 위해 애쓰는 지도교사 서정인·최정우. 이 네 학생과 한 명의 교사가 무대를 꾸며나간다.

  비클래스는 2017년 초연을 올리고 2018년 재연을 거쳐 2019년 삼연으로 돌아왔다. 이전에는 4명의 남자 학생과 한 명의 여자 교사로 꾸며졌지만 이번 시즌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을 시도하여 4명의 여자 학생들과 한 명의 남자 교사 배역을 추가하여 공연에 올렸다.

 

 

  극 중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변화한다. ‘환’은 피아노를 치고 있는 그의 손 위로 그의 형이 피아노 뚜껑을 덮어 손가락을 다치는 사고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유명 대학 교수인 자신의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아버지의 영향으로 에이클래스에 올라갈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그 기회를 포기하고 비클래스에 남았다. ‘수현’은 클래스가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지는 것에 불만을 갖고 학원 시스템에 회의적이다. 주위 사람들을 믿지 않고, 연습실에도 들어오지 않던 그는 같은 팀의 아이들을 만나고 달라진다. 졸업 공연을 열심히 준비하게 되고 택상이 월반시험에 응모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그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택상을 믿고 있었다는 뜻이다. 치아키는 재일교포이다. 완전한 일본인도 한국인도 아닌, 그래서 어느 곳에서도 특별한 아이로 존재하는. 초반의 그는 그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응해주는 사람이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의 아픔을 말하기 시작한다. 눈물을 흘리며 슬프게 말할 수도 있을 법 하지만 치아키는 해맑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마치 자신의 상처를 이미 받아들인 듯.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타인을 위로한다. 택상은 하고 싶은 음악과 진급을 위해 ‘해야 하는 음악’에서 고민한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중 무엇을 택해야 하냐며 공연 내내 고민하며 외친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법대로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택상은 결국 외면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 위에서 택상은 비겁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라도 하루에 몇 번씩 현실에서 도망쳐버리는 상상을 한다. 봉선예술학원의 시스템은 한국의 입시제도와 많이 닮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이러한 시스템 속의 학생들은 쉽게 곪고 지친다. 무대에서도 현실에서도.

  “너희는 아직 너희 재능이 어떤 식으로 꽃피울지 모르는 나이야.”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용기를 전하는 극, 연극 비클래스는 6월 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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