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정의 시사 칼럼-디졸브 노동]

"디졸브 노동". 밤샘 촬영 이후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바로 촬영을 재개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을 두 개의 화면을 겹치는 영상 기법인 '디졸브'에 빗대 이르는 말. 사전에 표기되어 있는 디졸브 노동의 정의다. 우리로선 다소 생소한 단어일 수 있는 "디졸브 노동". 요즘 이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다름아닌 방송계 종사자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현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준법이 제시되어 과로와 장시간의 촬영 현장을 벗어날 줄 알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하루의 절반이 꼬박 넘어가는 것은 기본, 열악한 노동환경과 빈곤한 대우로 하루 20시간이 넘도록 돌아가는 현장에서는 과로, 졸음운전 등으로 노동자들의 수명은 줄어들고 있다.

인기 드라마 <킹덤>의 미술 스태프가 노동에 시달리고 퇴근 후 뇌사로 사망한 사건이나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보조 스태프가 폭염 속 강행한 촬영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 등과 같이 실제로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카메라 뒤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벌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촬영 환경이나 제작 시스템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근로 기준법이 있음에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나, 근로자성을 인정받았음에도 주 68시간 노동시간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 촉박한 스케줄은 업계와 방송계 전반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고는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이 "디졸브 노동"을 일으키는 문제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반기를 든 것이 '한빛 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방송 스태프 노조'이다.  이들은 직접 겪은 노동환경의 현실과 이제껏 느껴온 불만을 토로하며 협상이 다시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정당하고 구체적인 근로기준법 제시를 제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에 대한 해결방안들로 제시되는 것들 중 하나는 미디어 오늘의 기사에 나온 것과 같은 “표준근로계약 도입과 개별 근로계약 체결의 정착”이다. 주 68시간 노동시간의 기준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오직 ‘시간’과 ‘돈’에만 얽매여 적은 임금에 오랜 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을 지켜줄 보다 확실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그들의 권리와 노동시간이 정당하게 지켜지고 그만한 보상을 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고,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하여 프리랜서나 명확하게 법이 제정될 수 없는 조건의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손쉬운 노동인력으로 사용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제정된 근로조건의 실현을 위해 감독 및 지도를 하는 특별근로감독이 현장에 적용되는 방법도 있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그들이 하는 주업무는 “노사 당사자의 행위나 시설이 관계법령에 위반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명령이나 제재를 가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그들이 있음으로써 내부에 제재와 압력이 가해진다면 노동자들 또한 그들의 권리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가 더는 소수의 목소리가 아니게 될 것이다.

 

"디졸브 노동"은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변화를 촉구해야 할 사회문제가 되었다. 빨리빨리 대한민국에서 점차 살인적으로 변해가는 이러한 부정적 현상들은 어쩌면 우리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사회가 이미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무조건 빨리 하라고 재촉하는 것만이 빠르고 좋은 결과를 일궈내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다. 방송계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노동환경에서도 열악한 부분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노동권리를 보장받고 적당한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 줄기 희망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표주자로서 방송계 노동자들의 디졸브 노동은 하루빨리 정책이 개선화 되어조속히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함께 그들의 노고에 함께 공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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