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우의 의학 칼럼] 백신 반대 운동 그리고 홍역

홍역은 홍역 바이러스(measles virus)의 감염에 의한 급성 전염병으로 감염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약 10~12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피부에 빨갛게 발진이 오르고 콧물과 고열, 기침이 심해지게 된다. 이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어 기관지 폐렴,중이염 등의 합병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동반된 합병증과 홍역 질환이 맞물려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홍역은 위험한 전염병 중 하나이다. 이런 홍역에 대처하기 위해 과거 정부는 백신의 영유아기 의무적 접종을 2회로 강화하게 되었고 사회가 발달하면서 공중보건의식과 의료수준이 향상되었다 . 그 결과, 홍역은 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발병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멸 상태에 가까운 질병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대구에서 14명이 홍역 확진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지에서 발병사례가 보고 되고 있다. 왜 갑자기 소멸에 가깝던 전염병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대한의사협회와 세계보건기구 등 많은 의학전문기구는 예방접종 기피 현상이 집단면역의 효과를 무너뜨리면서 퇴치되었다고 본 전염병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라는 단체를 고소하면서 안아키 운동, 즉 백신 반대 운동이 전염병의 전파를 가속화시키고 지역사회의 감염병의 집단 감염을 초래하였다고 밝혔다. 또, 올해 일어난 홍역 사태의 원인도 이런 백신 반대 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백신 반대 운동이 전염병의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신반대운동의 예를 들자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 위해 부모가 아이를 다른 수두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에  걸린 아이와 함께 지내게 해 의도적으로 항체가 없는 아이를 전염병에 걸리게 하여, 그 전염병에 대한 항체를 인체에서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심한 경우, 백신 뿐만 아니라 모든 약을 불신하여 뇌수막염을 걸린 환아를 방치하여 뇌가 녹아내려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백신반대운동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말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안아키를 고소하자 대구고등법원은 징역 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한감염학회는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감과 폐렴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등의 백신과 함께 홍역 백신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독일 정부가 홍역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자녀의 예방 접종을 거부하는 부모에게 최고 2500유로(약32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미국 법원은 홍역 유행 사태가 벌어진 지역에서, '백신 의무접종 정책은 부당하다'는 학부모의 주장을 기각하였다. 이처럼, 백신의 필요성과 효과는 선진국들의 정부와 의료계가 동의하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의 면역력을 과신하고 예방접종의 미접종하게 된다면 자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면역력이 취약한 노약자나 빈곤 계층에게도 병을 전파시키게 되어 사회에 속한 구성원을 모두 위험에 처하게 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자신의 신념이나 사상으로 백신 접종을 반대한다면, 그것은 자유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기본권과 사회의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설령 백신이 부작용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백신 접종을 반대한다 하더라도, 전문가들의 일관된 입장은 백신의 부작용은 있더라도 소수이며 영향이 미미하고, 순효과가 더욱 큰 것은 명확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미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와 제도들 모두를 명확하지도 않으며 신뢰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근거로 부정한다는 것은 명백한 독선이며 전문가들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백신 반대 운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 그리고 내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안아키 같은 근거 없는 백신 반대 운동은 사명감을 가지고 의료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들과 현대 의학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혹시라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가까운 병원에서 확인하고 접종하는 것이 나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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