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역사 칼럼]제주 4.3사건, 잊혀지는 대학살

지난 4월 3일 제주 4.3사건 추념식 행사에서 국방부가 제주 4·3사건에 대해 71년 만에 처음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제주 4.3. 사건에 대해 ‘군과 경찰이 무장봉기를 진압한 사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한편, 배우 유아인이 ‘71주년 제주도 4.3 희생자 추념식’에 도올 김용옥 한신대학교 석좌 교수와 함께 참석해 “부끄럽게도 제주 4.3 사건을 잘 몰랐다”고 고백했다.

 

우리의 다수가 제주 4.3사건에 대해 무지하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운 사람은 없다. 한국사 과목이 수학능력평가의 필수 과목으로 전환된 만큼, 한국사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청소년들이 받는 한국사 수업에서 제주 4.3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제주 4.3사건은 늘 제주의 역사에 불과했고 한국의 역사에서 배제되어왔다.

 

역사 교과서 중 제주 4.3사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교과서는 극히 소수이며, 그 소수의 교과서마저도 제주 4.3사건에 대해 한두 줄 서술한 것이 전부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역사박물관들도 또한 자연스럽게 제주 4.3사건을 한국의 역사에서 배제하고 있다. 제주 4.3사건은 수만 명의 제주도 도민이 희생된 대학살이었다. 대다수의 국민이 무지하다는 사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제주 4.3사건 희생자의 규모는 거대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상설전시장에는 제주 4.3사건에 대한 오디오 해설을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의 원조 사실에 대해 상세한 해설을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미국의 원조는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주 4.3사건이 수만 명의 희생자를 만들어낸 독재정권의 민간인 대학살이 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것보다 덜 중요한 사건일까?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도 모두 우리의 역사이다. 아픈 역사일수록 우리는 더 잘 알아야 한다. 그날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배워야 하고 알고 있어야 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지난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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