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진의 심리칼럼1] 이 세상에 포커페이스는 없다.

불가능한 감정 숨기기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우리의 인간관계에 있어서 이런 의문을 품게 만들고 도무지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우리는 포커페이스라고 칭한다. 포커페이스의 정확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속마음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 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생활 속에서 포커페이스는 존재할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로 심리학자 Judith Grob 박사가 한 실험을 살펴보자.

먼저 Judith Grob 박사는 피실험자를 세 집단으로 나누었다. 모든 집단에게 미리 준비한 역겨운 사진(disgusting images)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집단마다 서로 다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첫 번째 집단에게는 사진을 봄으로써 느껴지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라 하였고, 두 번째 집단에는 입에 펜을 물게 함으로써 도구를 이용해 부정적 감정을 숨긴 채 무표정하게 있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집단에게는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하였다. 그 후 피실험자에게 간단한 영단어 빈칸 채우기를 시켰더니 ‘gr_ss’ 라는 문제에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숨겨야 했던 첫 번째와 일부 두 번째 집단의 피실험자들은 gross(역겨운) 라는 단어를,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 세 번째 집단의 피실험자는 grass(풀, 잔디) 라는 단어를 떠올려 답변을 작성하였다.

 

 

이 실험을 통하여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는 것이 경우와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가능할지는 몰라도 결국엔 나중에 그 감정이 어디서든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기쁘고 행복하기 때문에 미소를 짓고, 슬프고 속상하기에 얼굴을 찡그린다. 만약 우리가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스스로가 거부하면서 숨긴다면 마음속에 있는 나의 감정이 쉼 없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최근 들어서 사람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인간관계가 넓어짐에 따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애써 숨기고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항상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숨기고 살 수는 없으며 어디에서든지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표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감정에 좀 더 솔직하고 자신을 스스로 존중해주며 이해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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