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혁의 이달의MLB 4월] 백 투 더 1998, 벨린저와 옐리치의 홈런 경쟁

1998년, 당대 최고의 타자들이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와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는 두 선수 모두 기존의 단일 시즌 홈런 최고기록이었던 62홈런을 뛰어넘는 최고의 홈런 경쟁을 벌인다. 결과는 70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작성한 마크 맥과이어가 66홈런을 기록한 새미 소사를 누르고 홈런왕의 자리에 오르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선의의 경쟁은 선수단 파업으로 팬들의 외면을 받던 메이저리그에 봄을 되찾아주는 계기가 된다. 당시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그들의 홈런 경쟁은 아직도 야구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추억 중 하나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19년 4월, 마치 1998년을 연상케하는 두 사내의 홈런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주인공은 LA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크리스티안 옐리치다.  5월 7일 현재,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15개의 홈런으로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1위에 랭크되어 있고, 코디 벨린저가 14개로 그 뒤를 바짝 쫓는다.

 

벨린저는 1995년생으로 데뷔 첫 해였던 2017년 39개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신인 홈런 신기록을 작성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옐리치는 1991년생으로 2018년 타율, 홈런, 타점, 득점 등의 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들며 내셔널리그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는 등 둘은 시즌 시작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었다.

 

3월 4경기에서는 두 선수 모두 나란히 4홈런을 기록하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4월에 들어서자 마자 벨린저가 말 그대로 '폭주' 모드가 되어 홈런 갯수를 축적하기 시작한다. 4월 15일 신시내티전 전까지 벨린저는 무려 5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빠른 발을 필요로 하는 도루 이외에 모든 타격 지표에서 1위를 랭크하는 등 리그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1개의 홈런밖에 추가하지 못한 옐리치와 대조된다. 그러나 옐리치가 4월 15일부터 4월 17일까지 홈구장 밀러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전와의 3연전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몰아치고, 심지어 4월 15일 경기에서는 한경기 3개의 홈런을 때려내는 괴력을 보여주면서 판도는 뒤집힌다. 순식간에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내셔널리그 홈런 공동 1위로 등극한 것이다.

 

두 선수는 4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다.  옐리치와 벨린저가 드디어 첫 맞대결을 펼쳤던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밀러 파크에서의 다저스와 브루어스의 4연전에서는 벨린저가 겨우 한 개의 홈런을 쳐낸 데 비해 옐리치는 2개-1개-1개 4개의 홈런을 때려내며(첫 번째 경기에 때려낸 2개의 홈런은 류현진의 공을 받아쳐 만들어냈다) 일주일 만에 5홈런이 13홈런으로 바뀌는 마술(?)을 보여준다. 이때까지는 11대 13으로 옐리치가 판도를 완전히 바꾼 줄 알았지만, 남은 4월 6경기 동안 다시 벨린저가 3홈런을 때려내고 옐리치가 단 1홈런만 기록하며 역사적이었던 2019년 4월의 홈런 경쟁은 14 대 14 무승부로 기록되었다. 코디 벨린저는 지난 5월 4일 슬라이딩 캐치 중 오른 어꺠에 경미한 부상을 입고 3경기를 결장하였다. 이 기간 동안 옐리치는 1개의 홈런을 더 추가하며 다시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에 오른다.

 

이제 겨우 시즌의 20%를 소화했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벌써 월드 시리즈(매 10월 말 메이저리그 양대 리그의우승팀이 7전 4선승제로 맞붙어 메이저리그 챔피언을 결정하는 포스트시즌 최고의 이벤트) 이다. 스타성과 실력, 잘생긴 외모를 모두 갖춘 두 천재는 과연 1998년 그 이상을 원하는 팬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까.

 

벨린저 2019년 성적(5월 7일 기준)

타율 0.403 (1st)  타점 38 (1st)  득점 33 (1st)  최다안타 50 (1st)  홈런 14 (2nd)  출루율 0.476 (1st)

 

옐리치 2019년 성적(5월 7일 기준)

타율 0.342 (3rd) 타점 36 (2nd) 득점 28 (3rd)  최다안타 38        홈런 15 (1st)    출루율 0.448 (2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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