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윤의 역사/시사 칼럼1]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그들의 희생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1970년 11월 13일,  세상에는 청년 전태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각종 질병을 얻어 가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까지 전태일이 지키려고 했던 것, 그것은 노동자들의 인권이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9년. 그의 희생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전태일이 꿈꾸던 사회와는 거리가 먼 듯하다.

 

2016년 일어난 구의역 사고는 밥 한 끼 챙겨 먹기 힘들어 라면을 끓여 먹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일어났다.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그는 막 출발한 전동열차에 끼여 숨졌다고 한다. 원래 2인 1조 근무가 원칙이지만 인력이 부족해 혼자 출동해 변을 당하고 말았다. 위험한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생명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은 사고를 당한 뒤에서야 비로소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구의역 사고 후 추모의 물결이 일었지만, 이것 또한 서서히 잊히고 말았다. 몇 년 후 다시 여론에 불을 지핀 것은 또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이었다. 2018년 후반, 하청 노동자 故 김용균 씨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귀를 대고 소리를 듣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하청업체에서 작업환경이 위험하여 개선을 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게다가 사고 시에는 같이 일할 동료도 없었다. 컨베이어벨트 속으로 빨려 들어갔음에도 벨트를 멈춰줄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입사 3개월 차의 신입사원은 목숨을 잃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두 사건은 너무나도 닮았다. 두 사건 모두 짧은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기본적인 안전교육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조금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조금 더 일을 빨리하기 위한 행동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은 경시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우리가 이 사건들을 잊는다면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가 조금은 느려지더라도,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생명이 최우선으로 존중되며 근무할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청년 전태일, 열사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은 이런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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