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예은 게임 칼럼 1] "복제된 '나'는 진정한 '나'일까"에 관하여.

인간과 기계의 희미한 경계선, 그 발상의 시초가 된 테세우스의 배 역설이란 무엇인가.

"Reality is that which, when you stop believing in it, doesn't go away."
"현실이란, 그것을 믿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위는 프릭셔널 게임즈의 SF 생존 호러 게임인 'SOMA(소마)'에 나오는 대사이다. 지금부터 필자는 'SOMA'라는 게임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우선 'SOMA'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이 작품은 혜성 충돌로 멸망 위기 직전인 지구를 주 무대로 다룬다. 2015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사이먼 자렛은 불운한 자동차 사고로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게 된다. 그는 뇌 스캔 프로젝트에 자원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하지만 고작 몇 초 정도의 스캔이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사이먼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낯설고 어두운 공간이다. 때는 2104년, 혜성 충돌로 모든 생명의 불씨가 꺼져버린 황폐한 지구의 저 깊은 바닷속 Pathos-II 기지에서 눈을 뜬 사이먼은 탈출구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이것이 전체적인 'SOMA'의 줄거리이다. 이제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가보자.

주인공 사이먼은 기지를 돌아다니다 캐서린 춘 이라는 또 다른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는 고철 덩어리 로봇들과 인간의 의식이 담겼지만, 몸체는 기계인 캐서린 앞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이먼 자신 또한 '사이먼 자렛'이라는 인간의 기억만을 온전히 가진 '인간이 아닌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캐서린은 사이먼에게 그녀가 인간이었을 때 구상했던 ARK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한다. 2103년, 지구는 혜성 충돌로 종말을 맞이한다. 사라져버린 생명체들과 혜성을 피해 바닷속 깊숙한 곳, Pathos-II 기지에 몸을 숨겨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었으나, 그들 역시 이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어버린다. 그들 중 캐서린은 ARK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인간의 기억을 복제해 넣은 기계 ARK를 저 멀리 우주로 떠나보내, 그곳에서 자신들이 영원토록 살아갈 수 있게 하고자 했다.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그 후에 나타난 사이먼이 캐서린과 함께 ARK를 찾아 그들의 기억을 복제해 넣고 우주로 쏘아 보내기로 결단을 내린다.

 

 

  줄거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SOMA'라는 작품은 인간의 복제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한 발상의 시초가 되는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먼저 설명하겠다. 테세우스의 배가 있다. 단 한 번 수리한 그 배에 다른 판자를 바꿔 끼운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 없이 여전히 같은 배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판자를 바꿔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것이 테세우스의 배 역설이다. 이러한 발상은 어떤 것의 변화와 그 정체성의 지속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것을 주제로 한 'SOMA'는 한 인간의 기억이 복제되어 기계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기계를 과연 그 인간과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관해 물음을 던지고 있다. 주인공 사이먼이 2015년에 검사받은 뇌 스캔으로 인해 약 90년이 흐른 뒤 그의 기억이 복제된 또 다른 사이먼이 태어났고, 그 복제된 사이먼은 자신이 진짜 사이먼이라는 것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그는 같은 인물일까. 사이먼의 기억은 갖추고 있으나 변해버린 육체를 가지고 있는 것을 그 자신이라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일까.

 

(아래는 'SOMA' 게임에 대한 약간의 스포가 담겨있을 수 있다!)

 

  게임의 이야기를 진행하며 사이먼은 입고 있던 슈트를 다른 슈트로 갈아입어야 할 사건이 발생한다. 슈트로 갈아입는다는 것은 그의 의식만을 그 슈트로 보내는 것을 의미했다. 새 슈트로 갈아입은 사이먼이 슈트를 확인하는 것도 잠시, 건너편에 앉아있던 이전 사이먼이 계속해서 말을 하는 것을 듣고 경악한다. 마치 뇌 이식처럼 의식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복제되는 것일 뿐이었다. 결국 세 번째로 복제된 사이먼이 잠들어버린 두 번째로 복제된 사이먼을 죽이거나 그냥 내버려 두고 캐서린과 떠나는 모습이 비친다. 이것으로도 충분히 위와 똑같은 질문을 던질 수가 있다.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육체를 가진 둘이 한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게임의 취지는 이러한 역설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고, 생각해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기억 복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나'라는 존재에 모순이 생기진 않을까, 복제된 나를 마주했을 때 과연 진짜 '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더 고뇌해보길 바라며, 필자는 이만 글을 끝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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