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완의 시사 칼럼 1] 지나친 욕망은 모두를 병들게 한다

잡식 딜레마

‘지글지글’

오늘도 밝게 빛나고 웃음꽃이 피는 한가운데 맛있는 삼겹살이 구워진다. 간판 속 돼지들은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부르고 있다. 마트에서는 아이들에게 구워줄 돈가스가 카트에 담긴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금 내가 먹고 있는 고기에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난 것 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혹은 괜한 생각으로 나의 기분을, 아니면 이 분위기를 망칠 생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쯤 생각해 봄 직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돼지는 공장식 축산이 이루어지는 돼지 공장에서 온다.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작은 스톨(우리)에 갇혀 최대한 저렴한 먹이와 항생제를 먹으며 밀집 사육된다. 어미 돼지는 발정 유도제를 맞고 새끼 낳기를 반복하며 평생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수퇘지는 고기의 냄새를 없애고 연한 육질을 위해 거세(이들에게 마취 따위는 없다)를 당하고 어린 나이에 도축된다.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돼지가 큰 덩치를 가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유전자 조작 사료에 넣으면 성장 속도가 건강한 돼지에 비해 2배 정도 빠르다. 비위생적이고 비상식적이지만 비교적 싼 비용을 들이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많은 고기를 빠르게 먹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 낸 결과가 과연 우리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었을까? 정말 그것이 더 비용을 절감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이러한 환경은 가축들을 쉽게 병들게 만들고, 구제역· AI 등 가축전염병이 순식간에 퍼지게 만든다. 물론 그런 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에게도 좋지 않다. 바람도 들지 않는 무창 돈사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가축들이 병들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용 좀 아끼겠다는 것이 결국 이렇게 더 많은 세금을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 해양수산 위원회 소속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7년 동안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브루셀라, 소 결핵병 등 주요 가축전염병 때문에 살처분한 가축이 7,472만 6,629마리에 이른다. 정부가 7년 동안 농가에 지급한 보상금은 2조 1,971억 원에 이르고 여기에 지자체가 지방비로 별도 지급한 보상금도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926억 6,400만 원에 이른다.

(출처: 더불어 민주당 김철민 의원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kcm8764/220836288500)

 

그런데 이 과정에서 동물만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다. 가축전염병으로 인해 대규모 살처분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심리적 외상으로 죄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가 먹는 돼지의 삶을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우리가 직접 사육장과 도축장에 있는 동물들의 눈을 본다면 과연 전처럼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세계의 멸종 위기 동물과 학대받는 동물들에 대해 동물권을 주장하고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앉아 (돼지나 닭으로 만들어졌을) 고기반찬을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 ‘잡식 가족의 딜레마’로 공장식 축산의 현실을 드러내고 경각심을 일깨운 황윤 감독이 최근 출간한 <사랑할까, 먹을까 -황윤 지음>라는 책은 나에게도 깊은 반성을 하게 했고 큰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나도 고기를 하나의 생명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의 배만 채우기 바빴다. 또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지는 동물에 대해 더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동물복지, 국민 건강,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축산의 양적 팽창에만 전념해온 정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이윤을 축적해온 축산기업,

 고기를 싼값에 많이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망이 모여,

 열차는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많은 동물을 실어 나른다.

<사랑할까, 먹을까 中>

 

‘동물은 불쌍하지만 고기는 맛있다.’ 우리는 매일같이 딜레마에 빠진다. 무분별하고 과도한 공장식 축산이 사라지고 고기에 대한 욕망을 자제하며 최소한 소규모의 친환경, 복지적인 ‘농장’을 추구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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