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 다시는 희극이 될 수 없는 비극

한 리그 챔피언의 최후가 이렇게도 쓸쓸할 수가 없다. 


K리그2 최정상에 올라 다음 시즌에는 K리그1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이하,아산)이 승격 자격을 박탈 당했다.  2013시즌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래 승격을 확정 지은 팀이 그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부분이 알고 있겠지만 아산은 의경팀이다. 상주상무가 국군을 대표해 경기에 나선다면 아산은 의경을 대표하여 경기에 출전한다. 다시 말해, 아산은 실전 감각이 중요한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최고의 루트 중 하나 정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시즌 중에라도 전역자가 생기면 스쿼드에 차질이 생긴다는 고질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이며 지지 않고 영원히 핌.'이다. 아산의 지지자들과 선수들의 마음은 일편단심이었음이 확실했고 이제 K리그1이라는 꽃도 피웠겠다. 지지만 않으면 됐었다.


#1 아산은 왜 승격 자격을 박탈당했는가?

아산이 승격 자격을 박탈당한 이유는 '선수 미달'이다.


K리그에 참여하는 팀은 최소 20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산은 의경팀이고 의경을 더 이상 선발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선수 모집이 중단되면서 아산의 선수 수는 14명까지 줄었고 결국 최소 기준에 6명이 못 미쳐 리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5일, 프로축구연맹은 이사회를 개최, 선수 모집을 중단한 경찰청이 19일까지 선수를 충원하지 않으면 2위 팀에게 1위에게 주어지는 K리그1 승격권을 주겠다고 결정했다. 19일이 되어서도 경찰청이 아산의 선수를 충원하지 않자 연맹은 결국 K리그2 2위 팀 성남FC에게 1위 승격 자격을 부여했다.



#2 아산의 팬들은 무엇을 원했는가?

그렇다면 과연 아산의 지지자들은 무엇을 원했을까?


아산의 팬들도 머지않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의경들로 구성된 팀인데 국가적 차원에서 의경을 폐지한다고 하니 자연스레 팀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가 이렇게 갑자기 팀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특히나 성적도 좋아 다음 시즌에는 K리그1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볼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는 기분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아산의 지지자들은 입을 모아 "갑작스러운 폐지가 아니라 단계적 감축을 부탁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만큼 아산의 지지자들은 팀을 사랑했고 간절했으며 실낱같은 희망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들도 팀이 결국 없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받아들여야 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팀이 송두리 째 날아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선발 인원을 점점 줄어나가며 자연스레 팀이 박수받으며 해체되는 그런 동화 같은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3 아산의 해체를 막기 위한 축구계의 필사적인 움직임

우리에게는 드리블 골키퍼로 유명한 2002월드컵 4강 신화로 지금은 모 방송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병지 해설위원은 아산 사태를 유일무이 한 축구계 비극이라 표현했다. 



김병지 해설위원뿐만 아니라 FC서울 최용수 감독,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허정무 전 축구 대표팀 감독 등 축구계의 인사들이 아산을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이들도 아산의 해체 결사반대를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저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산에 지원한 선수들, 아산 입대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 자신의 꿈을 위해 산하 유스에서 피땀 흘리는 유스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유예 기간을 달라는 것이다.


아산의 갑작스러운 폐지는 비극이다. 이 비극이 다시 희극이 될 수는 없겠지만 희망 정도로 머지않은 훗날 우리에게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의 작은 소망이다.


* [류종백의 축구 르네상스]는 경기와 관련된 내용은 물론 축구계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읽어주는 축구 전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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