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수의 시사 칼럼 9] 시각 장애인들도 영화를 볼 권리가 있어요.!!

부당한 대우...

 

 

 

"시청각장애인들도 영화를 볼 권리가 있어요"

작년 12월 시청각 장애인 4명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재판부는 비장애인 기준으로 영화관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간접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었지만, 아직 대부분의 장애인은 자유롭게 문화·여가활동을 즐기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의 문화 및 여가활동 중 지난 1주일 동안 감상, 관람(연극, 영화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1%밖에 되지 않죠.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청각장애인 관람자를 위한 한글자막, 화면 해설 등의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한국영화 상영 때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77.8%,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87.8%였죠.

시청각장애인들이 문제없이 영화를 감상하려면 화면해설이나 자막이 필요하죠. 이렇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화면해설의 음향을,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를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라고 합니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상영관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4년 서울, 대전, 부산 권역 영화관 73곳을 모니터링 한 결과 한글자막과 음성해설 서비스가 갖춰져 있어 장애인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14곳(19.2%)뿐이었습니다.

법에서는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필요한 시책을 마련해라"고 명시했지만, 권고사항일 뿐 관련 처벌은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올해 초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국영화와 연극에 자막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죠. 이를 위반할 경우 문화예술사업자에게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자는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배리어프리영화제를 통해 배리어프리 영화의 보편화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이달 7일부터 11일까지 '제8회 서울 배리어프리영화제'가 열렸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 헌법 제10조

시청각장애인들도 문화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소득이 늘면 자연히 사람들은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됩니다. 조금 더 좋은 음식과 주거환경, 그리고 문화적 삶, 건강 등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이러한 욕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지금의 건강상태를 좀 더 좋게,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가족・친구와 함께 문화나 관광활동을 즐기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합니까?

 

안전을 위해서라고 해도 차별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장애인 차별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이 눈에 띱니다. 장애인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한 사건에 대해 놀이공원 측이 패소한 판결이 대표적입니다. 장애인들에게는 굉장히 의미 있는 사건인데, 일반적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해 상호 의사의 합치가 되지 않을 때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놀이기구 탑승도 일종의 계약일 수 있는데, 이미 놀이시설 이용티켓을 판매해놓고 일부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는 것은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이 판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장애를 이유로 구체적이지 않은 위험만으로 놀이기구 탑승을 거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사건들의 대부분은 장애인이 위험하다는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 당사자의 ‘안전’이라는 명분을 갖는데, 아무리 그 목적이 선의라고 해도 구체적이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위험만으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한다면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정입니다.

 

문화・체육・관광활동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면 차별입니다

 

최근 아이돌스타들의 인기공연과 관련된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주 접수됩니다. 장애청소년들도 그 나이 또래와 마찬가지로 아이돌스타 공연에 대한 열기가 뜨겁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경우에 공연객석의 수에 따라 편의제공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서 소규모 공연장은 제외될 수 있으나, 300석 이상의 공연의 경우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공연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설편의, 장애인석, 수화통역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 편의제공입니다.

 

체육시설도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제공을 지원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한정돼 있는 것이 한계입니다. 건강과 체육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는데, 지역 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많지 않습니다.

 

관광시설에서의 정당한 편의도 많은 장애인의 관심사입니다. 2017년 9월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개정되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시행령에서 2025년으로 두고 있고, 숙박시설의 경우 4·5성급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으로 국한시키고 있어서 있으나 마나한 조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도전이 필요합니다.

 

모처럼 가족, 친구 혹은 지인들과 마음이 맞고 시간이 맞아도 장애인은 선뜻 함께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장애물로 인해 어디에서부터 가로막힐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매표소나 출입구에서부터 접근이 안 되거나, 설혹 입구를 잘 통과했다고 해도 특정 구역에 접근이 안 되거나, 화장실 이용이 안 되는 등 그 가능성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발 자체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어떤 장애물을 만난다 하더라도 도전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장애인이 자꾸 다녀야 세상의 그 불편함을 알 수 있고, 알릴 수 있으며, 변화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설혹 문화재이고, 자연적 산물이고, 엄청난 비용이 초래돼 당장 개선이 어렵다고 해도 도전해보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인지를 정확히 알아봐야 합니다. 집 밖을 나가는 것이 산 넘어 산, 고행의 길이 될지라도 그 길에 나설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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