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 칼럼 5] 작가와의 만남 : 꿈을 파는 요괴 작가

신은경 작가 편

<꿈을 파는 요괴> 인터뷰
 
1. “꿈을 파는 요괴”를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이디어의 시작을 알고 싶어요.
 
이 작품을 읽은 지인들 대부분은 몇 년 전 있었던 메르스 악몽을 집필 동기로 꼽더군요. 또 몇은 인큐버스로 알려진 서양의 몽마를 떠올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아이디어는 사실 ‘꿈 경찰’이에요. “사람의 꿈에 나타나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자가 있다면? 그리고 이런 이들을 쫓으며 꿈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는 경찰이 있다면?” 이게 처음 시작이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몽마가 등장하게 된 거예요. 
 
꿈에 나타나서 인간한테 부당한 거래를 요구할 수 있는 이는 몽마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지요. 이를 소재로 플롯을 만드는 과정에서 죽음, 이별, 할머니, 메르스 같은 화소들이 소환되어 하나의 이야기가 생겨난 것이죠.
 
 
2. 작품에서 ‘꿈 요괴’로 표현된 몽마의 모습을 구상할 때 참고하신 것이나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몽마'라는 어휘가 어린이 책 편집 기준이 되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공식 등재된 표준어가 아니에요. 백과사전적 의미로는, 꿈속에서 어린아이를 괴롭히는 존재는 맞는데 그 근원적 의미 속에는 “여성 유린에 대한 ‘성’적 욕망의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아서 그 단어를 여러 번 표현할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속에서는 대부분 ‘요괴’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어요. 
 
그리고 요괴의 외모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고 싶었어요. 흔히들 요괴를 떠올릴 때 흉측한 모습을 먼저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요괴가 보통 사람보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 같아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겉모습에 쉽게 무장해제되거든요. 그래서 더욱 위험한 것이고요. 작품 속 요괴가 천사처럼 아름다운 소년으로 미나 앞에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3. 꿈 요괴를 만난다면 계약하실 건가요? 계약에 쓰일 작가님의 가장 소중한 물건은 무엇인가요?
 
네! 계약하고 싶어요!! 그런데 소중한 물건을 고민하기 전에 어떤 꿈을 꾸게 해달라고 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일 것 같아요. ‘꿈 같은’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정말 멋진 꿈을 꿔본 적이 없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꿈이 ‘꿈 같은 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생각지도 못하고 있을 때 요괴가 나타날까 봐 살짝 걱정된답니다. 
 
지구 환경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환상적인 체험? 존경하는 역사 속 인물과 만나 하루 보내기? 아님 미나처럼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할까요? 저도 할아버지와 제대로 작별 인사를 나누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네요.
 
4.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명한 방법이 따로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슬픔에 대처하는 방법도 다를 것 같거든요. 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아서 눈물이 별로 나지 않았어요. 할아버지와 유난히 추억이 많았는데도 담담했어요. 사촌들이 슬프고 우는 걸 보고 저는 스스로 어딘가 고장 난 건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슬픔과 상실감은 나중에 갑자기 문득문득 찾아오는 것 같아요. “낚시가자고 전화하실 때가 됐는데……. 이젠 정말 할아버지가 내 옆에 안 계시는구나.” 이렇게요. 
 
5. 미나 혼자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미나의 친구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이 작품은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장편 동화이기 때문에 원고지 100매가 안 돼요. 적은 분량 안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끌고 가려면 아무래도 주인공과 꿈 요괴에 집중해야 했어요. 더구나 이야기가 대부분 미나의 꿈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친구들이 나오기 힘든 점도 있었지요.
 
 
공통질문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체화하시나요? 떠오른 캐릭터/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제 모든 작품의 시작은 메모입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라 허겁지겁 불을 켜고 노트를 찾던 기억이 나네요. 요즘은 스마트폰 메모장에 우선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종이 노트에 옮기곤 해요. 메모 대부분은 일상에서보다 다른 창작물을 보면서 쓴 게 많아요. 책,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뉴스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보다가 어느새 노트를 꺼내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쓴웃음을 짓곤 해지요. 
 
작가가 된 뒤로 순수한 독자, 시청자가 되기는 힘들어요. 저도 모르게 작가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거든요. “저런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찾았을까? 나라면 이렇게 풀어갔을 텐데. 이 작품에서 내 아이디어로 끄집어낼 만한 화소는 무엇이 있을까?” 이렇게 쓴 메모들은 그야말로 아이디어로서, 작품을 이루는 작은 화소나 씨앗에 불과해요.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메모장의 아이디어가 거의 그대로 플롯으로 확대되어 작품이 되는 때도 있기는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쓰고 싶은 소재가 생겨 작품을 구상할 때 메모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요. 여기저기에 적힌 메모를 양분 삼아 이야기에 필요한 화소로 집어넣고 플롯을 다듬어가는 거예요. “꿈을 파는 요괴”를 예로 들면, 메모장에는 “꿈에 나타나 거래를 요구하는 존재, 이들을 쫓는 경찰” 정도가 적혀 있어요. 이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메모장에 적힌 다른 아이디어도 기웃거리는 거지요. 몽마, 요괴, 죽음, 이별, 메르스와 관계된 메모들을 보면서 플롯을 완성한 거랍니다.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저에게 작가는 참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작은 씨앗에 불과했던 메모를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로 발전시켜 글로 구체화하는 작업을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이 마냥 즐겁고 신나지만은 않아요. 아니 오히려 머리를 쥐어뜯으며 몸부림칠 때가 많아요. 가끔 스스로 묻기도 해요. 왜 이렇게 힘든 직업을 선택했냐고요. 그런데도 계속 글을 쓰는 이유는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창작의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만큼 말이지요. 만일 여러분이 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그리고 글을 쓰는 게 정말 즐겁다면 곧장 나아가세요. 이건 숙명과 같은 거예요. 할 수밖에 없어서 하는 거니까요. 다른 많은 길이 있어도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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