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하영의 디자인/예술 칼럼 2] 디자인, 정치를 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어느 누구라도 숨죽여 지켜보았던, 전 세계가 긴장감으로 가득 찬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던 역사적인 2018427일 날의 남북정상회담이 박수와 성원과 동시에 많은 걱정과 우려 속에서 성공적인 마무리를 지었다.

 

북한을 항상 적으로만 생각하던 입장에서 두 정상이 미소를 머금고 한 공간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신비로우며 여전히 의아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생중계 방송을 통해 두 정상들의 만남을 바라보던 중 호화로운 듯하면서도 단조로운 벽면의 금강산 그림이 비추었을 때, 이전에 TV뉴스 방송과 아침 조회 시간에 선생님께서 읽어 주셨던 뉴스 기사 내용이 생각나 금강산 그림과 더불어 이번 행사를 이루는 것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설계가 되었는지 관심이 가게 되었다.

 

 


  

 

1층에는 전통 해주 소반 모양을 본 뜬 서명(署名) 대와 정갈하면서도 백의민족의 절제미를 담은 듯한 환담장이, 2층에는 견고한 한옥을 연상시키는 대청마루를 모티브로 한 건물과 양쪽 벽면에 설치된 전통 창호 등이 2018 남북정상회담을 이루었다. 두 정상이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게 될 회담장의 내부는 좀 더 특별하게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바닥에 깔린 푸른 카펫은 한반도의 아름다움과 평화의 새로운 시작의 의미와, 좌석에 새겨진 한반도 무늬. 관계의 경직된 인상을 남기는 사각 테이블은 회담의 연도인 2018년을 상징하고자 중앙의 폭이 2018mm, 가로 폭은 5m 40cm로 제작 되어 물리적 경계와 서로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고자하는 목표를 담아내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회담장 정면을 장식하는 신장식 작가의 <상팔담에서 본 금강산>이라는 작품이 아닐까.

 

 

 

 

이 사소한 하나하나가 계획되어 만들어 진 것이고 당신은 이것이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공감할 수 있겠는가? 질문에 대한 나의 첫 번째 답은 아니라는 부정이었다. 단 하루의 날을 위해 모든 것을 오랜 시간 공을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각 사물과 작품들의 배치뿐만 아니라 더 섬세하게는 회담장에 꽂혀있는 식물의 종류 하나하나가 이 하루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각자의 의미와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채 품은 바보 같은 의심이 아닐까. 70여 년간 오랜 대입 상태로 지내온 우리와 그들의 관계가 조금이나마 허물어지는 그 날에는 무언가 그들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것이 필요하다.

 

처음 보는 상대와 공감대를 이야기하며 친밀감을 좀 더 빨리 쌓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에게는 금강산이 한반도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하나의 공감대가 될 수도 있고, 분단되기 과거가 같은 한 민족의 역사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구성원들이 또 다른 공감대로 다가갔을 수도 있다.

 

 공간의 배치와 사물의 모양, 환경의 구성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며 실행한 모든 과정이 바로 하나의 디자인이다. 물론 외부적인 아름다움이 내재되어 있으며 문제에 대한 해결을 시선의 과학을 바탕으로 의도/의견을 현실적으로 조화를 이룬 것을 보면 디자인이 독단적일 때 보다 문화와 역사, 정치 등의 다양한 분야나 학문과 더해져 더 큰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디자인의 기초를 탐구해보며 순전히 미적인 부분을 추구하는 디자인이 아닌 기획으로써의 디자인이 무슨 의미인지는 두루뭉술 했고 정확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했었다. 2018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역사적인 사건의 경험뿐만 아니라 디자인으로 사회적 화합을 도모하는게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새롭게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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