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민의 의학/시사/심리/광고 칼럼 8] 내앞에서 일어난 살인 묵인 할 것인가.

목격자

새벽 2시 아파트 한복판에서 여자의 비명, 그녀의 살려달라는 목소리, 둔탁한 망치 소리에 묻혀가는 그 여자의 비명. 그리고 그 살인을 신고하려는 순간 범인과 마주친 나의 눈과 그의 살인을 목격한 나의 아파트 층수를 세는 살인마. 하지만 살인마보다 끔찍한, 살인을 보았지만 방관하는 아파트 위의 사람들아파트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을 목격한 순간, 범인의 다음 타겟이 되어버린 '목격자'와 범인 사이의 충격적 추격 스릴러 영화 '목격자' 818(일요일) 기준 1,003,051명을 돌파하여 개봉작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신과 함께와 공작을 제치고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 속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목격자

 

 

이 영화를 보며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1964년에 뉴욕에서 벌어진 범죄였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1964 3 13일 금요일의 뉴욕이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13일의 금요일이었던 날이다. 뉴욕 주 퀸스 지역의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처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제노비스는 집으로 귀가 하던 중 3번에 나눈 도망과 추격 끝에 이름 모를 남성에게 살해를 당했다. 이 끔찍한 살인이 진행 중이었던 그날 새벽 3 15분부터 50분까지 과연 아파트 내에서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녀의 죽음 이후의 조사에 따르면 38명의 사람들이 아파트 내에서 이 사건을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38명의 사람들은 희생자의 마지막 30분 동안 베란다에서 그녀를 지켜보기만 할 뿐 그녀의 비명에 따라 소리를 지르거나 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거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살인을 목격했음에도 이를 침묵했을까? 동조 심리. 동조심리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 못하고 확신이 없어 불안한 사람들이 남의 생각에 자기 생각을 맞춰 정신적으로 안정과 질서를 찾으려는 심리다. 이런 동조심리에는 군중심리와 이에 속하지 않은 동조 심리도 있다. 군중심리 이외의 동조심리의 예로는 이것이 있다

 

지금 나는 납치범한테 인질로 잡혀있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그 납치범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생활하다 보니 그만 납치범의 생각에 동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반면에 군중심리는 이러한 집단적 동조심리가 깔려있다. 또한, ‘나 하나쯤이야라며 자기의 인격을 외면하고 자기의 잘못을 집단의 잘못으로 떠넘기는 무책임한 면모를 볼 수 있으므로 역시 동조심리에 들어가지 않는 고유영역이 있겠다. 군중심리와 이에 속하지 않은 복종심리 중 제노비스 사건과 영화 목격자의 바탕이 되는 심리는 군중 심리 라고 나는 생각한다. 범인의 상황에 합리화 되어 동화 되는 것이 아닌 그저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영화 팜플렛 밑의 감독의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앞에서 진짜로 펼쳐진 것 같은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가 실제 주거하는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사건일수록 사람들에게 더욱 실체감을 주고 공포감을 줄 수 있다. 이 영화는 앞으로의 나에게 정말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방관할 것인지 아닌지, 이것은 오롯이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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