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성의 과학 칼럼 8] 생명과학의 인간화

따뜻한 학문으로서의 생명과학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장기와 신체부위를 제공할 복제인간으로 만들어진 사람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 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들. 이들은 자신의 존재의 비밀을 모른 채, 모두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로 뽑혀 간다는 것은 신체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을 의미했던 것이다. 부모님과 함께 보았던 무서운 영화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젠 이런 무서운 상상은 하지 않아도 된다. 생명윤리에 어긋나고 불법적인 방법인 복제인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강한 면역 반응을 해결해야 하는 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 이식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외부에서 인간의 장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 연구팀이 인간 소장(小腸) 오가노이드 체외 성숙화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오가노이드’(organoid)란 소장이나 대장 같은 창자를 모사한 장기 유사체를 말한다. 장기를 대체하려면 혈관·신경 등도 생겨나야 하며, 10년 후쯤이면 대체할 수준의 인공 장기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장기 이식에 필요한 돈은 얼마가 될까?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공 장기는 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비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는 있을까?

 

요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은 수명이 인간보다 짧아 언젠가 인간보다 먼저 생을 마감한다. 그러면 남겨진 인간들은 가족을 잃은 아픔처럼 슬퍼한다고 한다그런데 이런 아픔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단다. 반려동물 클로닝(복제) 서비스. 클로닝 서비스는 유전자 복제 전문업체 비아젠펫츠에 의해 2015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등장했단다.

 

처음 유전자를 추출해 보존하는 작업에 1600달러, 유전자 은행에 샘플 보관하는 데 연간 150달러, 복제 실행하는 데 개는 5만 달러, 고양이는 25000 달러이다.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추후 복제 실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복제된 동물은 모습과 신체능력이 기존 개체와 흡사하다고 한다그런데 복제 비용도 부담이지만, 그 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이 제3세계 빈민국에 사는 사람들에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보건기구(WHO)1952년 열대피부병 중 하나인 매종을 뿌리 뽑기 위해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고 한다. 매종은 프람베지아 트레포네마 균이 상처 등으로 들어와 일으키는 감염병으로서, 당시 중앙아메리카·남아메리카·아시아·오세아니아 등 온난 다습한 90여 개국의 열대 국가에서 약 5000만 명이 앓고 있었고, 15세 이하 청소년에서 발병률이 높으며, 치사율은 낮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얼굴이나 음부 등 피부뿐 만아니라 뼈까지 상해 영구적인 고통을 받게 되는 병이다.

 

그 당시 주사의 고통이 크고 부작용도 일부 일으키지만, 항생제인 페니실린으로 매종을 일으키는 세균을 잡는 방법을 썼지만, 결국 1980년대에 약 5%의 환자가 치료되지 않은 채 캠페인은 끝나고, 매종이란 병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로부터 30년 뒤 20134월 자원봉사자로 모인 의료팀이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거주하는 28개 마을 주민에게 새로 나온 먹는 항생제 아지쓰로마이신을 처방하자 1년 만에 90%의 지역민이 매종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들은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했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요즘처럼 돈이 곧 힘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명과학의 발전은 의료시장의 중요한 먹잇감이 된 것 같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상상했던 대로 장기를 생산하여 불치병도 고치고,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창조할 수 있고, 건강하게 장수를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본주의 사회의 힘, 곧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또는 내 가족이 불치의 병으로 장기 이식이 필요할 때 돈이 부족해 좌절할 때는 가족을 잃는 것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까지도 위협받게 된다.

 

또한 빈민국가들의 단순한 질병도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없어서 못 고친다면, 그들의 존재는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지도 모른다. 동물에게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원칙이 인간사회에도 적용되는 것일까? 인간은 동물과 달라야하지 않을까?

 

생명과학의 혁명적인 발전의 혜택은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생명과학은 돈을 구하는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화가 되어 모든 인류를 위하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학문이 되기를 바란다.

 

칼럼소개 :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칼럼. 순수한 과학 학문, 새로운 과학 이슈, 일생활에서의 과학적 사실 등 다방면에서 소재를 찾아 그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 글을 읽고 생긴 과학에 대한 호기심, 가끔은 새로운 다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칼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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