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광고 칼럼 4] 우리는 당당해!

홍길동도 아니고, 월경을 월경이라 하지 못한다?

리, 즉 월경(주기적으로 몸안의 난소에서 난자를 만들어 내고 수정되었을 경우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게 하기 위한 자궁 점막이 이후 출혈과 함께 질을 통해 배출되는 생리 현상)을 하는 여성들은 종종 지인들에게 생리대를 빌려준 경험이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때마다 생리대를 숨겨서 비밀스럽게 전달해주곤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왜 숨겼는지 알 수 없지만 어린 시절부터 다들 그래 왔었고, 무의식 중에 생리대나 생리는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인권과 양성평등의 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월경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보다 당당해진 생리대 광고도 종종 보이곤 한다.

그 광고가 바로 '청담 소녀'생리대 광고이다.

 

 

 

 

 

 
 
청담 소녀 생리대 광고는 친구로 보이는 두 여성중 한 명이 구두를 신고 거리를 거닐다 상처가 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편의상 이 두 여성을 A와 B라 하겠다. B는 A의 상처를 발견하고 놀란 표정으로 가방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밴드를 꺼내 A에게 건네준다.

 

이와 대비되는 다음 장면은 A가 회사의 화장실 안에서 월경이 시작한 것을 확인하고 B에게 전화를 걸어 생리대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B는 아주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생리대를 꺼내 자신의 손으로 숨기며 A에게 생리대를 가져다준다. 이 장면에서는 '철통보안'이라는 자막이 나오며 여성들이 생리대를 '숨겨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회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후 큰 글씨의 자막으로 '근데 왜 숨기는 거야?'라는 라는 문구가 보인다.

 

 

 

 

 

 

'PUT YOUR PAD UP'.
이 광고의 제목이자 주제를 나타내는 문구이다.

우리 사회에서 월경은 여러 가지 단어로 대체되어 사용되곤 한다. 한국의 경우 마법, 그 날, 대자연 등이 사용되고, 독일에서는 딸기, 미국에서는 이모, 스페인에서는 '자를 가지고 있다'(자처럼 규칙적이라는 의미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 월경을 일컬음), '스테이크를 해동중이다'(얼린 스테이크를 녹이면 핏물이 나오는 것을 월경에 비유함)등의 표현들이 사용된다.

또한 국내 생리대 광고들도 깨끗함, 순수함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임과 동시에 월경이 비밀스러운 현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사회가 월경을 은밀스럽고 보수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제한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고, 월경 현상을 대처하는 방법을 알 수 있는 경로도 좁아지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월경이 여성들만의 영역이 아닌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갖고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회가 오기를 꿈꾸고 있다. 월경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으며 우리는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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