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은의 인문학 칼럼 3] 당신이 지닌 인향은 무엇입니까

이기주, ‘말의 품격’을 읽고

 

 

                                                                                         

 

 

먼저 <말의 품격>이라는 책 제목은 남색의 배경과 더불어 간결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어 한마디로 품격이 느껴졌다. 이 책은 총 4개의 카테고리-이청득심(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과언무환(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언위심성(말은 마음의 소리다.), 대언담담(큰 말은 힘이 있다.)-로 되어 있다. 또한 작가는 각 카테고리 별로 경청, 공감, 뒷말등과 같은 6개의 키워드를 통해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을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풀어낸다. 도대체 어떤 말이 품격 있는 말인가?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전하는 말도 품격을 갖출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첫 장을 넘겼다.

 

책의 제목만보고 말을 잘하기 위한 기술이나 방법을 알려주나?’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말을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중심적인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좋은 말솜씨는 은이고 경청은 금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작가는 경청을 매우 중요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 나름의 귀소 본능을 갖고 있다. ,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고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말은 다시 스며든다. 그러므로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되고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있다. 내가 느끼기에도 겉보기에 반듯하고 인상이 좋아보여도 그의 입에서 욕 같은 비속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그의 대한 환상은 모두 산산조각 나 무너져버리고 도리어 천하게 보인다. 역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이렇듯사람이 지닌 고유의 향기인 인향은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라고 한 책의 한 구절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단순히 말을 잘하는 TIP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따라해 보세요. 쉽죠?’이런 느낌이 아니라 품위 있게 말하는 언품을 배우며 인품도 함께 배워나갈 수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우리에게 말과 더불어 행동지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는 인품에 더 치중하여 말을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인품과 근원적인 본성에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자칫 어렵고 지루하지 않을까하여 엄두가 나지 않는 독자가 있다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뿐 아니라 한자로 되어있는 4개의 카테고리는 어떠한가? 왠지 모르게 어렵고 지루해 보이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져 지레 겁부터 먹진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 했다면 빨리 한 장 더 넘겨 내용을 봐야 한다. 왜냐하면 작가는 자신의 에피소드나 연예인과 같은 유명인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한자풀이와 설명 그리고 옛 성인의 말씀을 활용해 내용에 몰입도를 더해준다

 

특히 전에는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한자 파자 풀이는 작가의 주장을 확실하게 하며 마지막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문구들을 인용하여 한층 감동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읽기 어려울 것이라는 처음의 예상을 깨뜨리고 자연스럽게 내용에 빠져들 수 있다. 비록 이 형식이 거의 동일하게 계속 사용 되어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신선함이 사라지게 된다는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양하고 많은 에피소드들과 고사들로 인해 더 쉽게 내용을 전달하고 감동적인 문구들은 읽는 도중 여러 번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점에서 집중도를 높일 수 있어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며 작가에게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오직 침묵과 경청을 강조하다가 후반부로 가다보면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다소 흐려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관계>라는 주제에서는 각종 미사어구와 동질감을 나타낼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하여 말하라고 하는데 이는 과연 일관성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주제의 상황에 맞게 작가의 태도가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결국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또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주제마다 등장하는 옛 성인의 말씀은 글의 내용을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옳은 것처럼 표현해버리는 무비판적 태도는 다소 아쉽다. 아직 개인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친구들이 본다면 작가의 사고에 비판적인 생각을 해보지 않고 모두 옳다고 수용해버릴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이해가 잘되고 공감을 잘 이끌어 내어 연신 머리를 끄덕이며 읽게 한다는 점은 좋았다. 이제까지 나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한번쯤은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말하기가 두려운 사람, 내뱉고 돌아서면 후회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말의 품격이라는 제목에 속아 크게 기대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뒤로 갈수록 말에 대한 내용보다는 윤리적인 행동 지침을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당신의 인향은 무엇입니까이 질문의 해답은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자신의 인향은 어떤 향기인지 알아가며 나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은 채워나가고 발전시켜간다면 당신은 초콜릿과 같은 달콤한 향기와 여느 꽃 부럽지 않는 아름다운 향기로 채워가게 될 것이다.

 

칼럼 소개 : 사람의 말에 품어져나오는 인향,

                '말의 품격'을 읽으며 꽃같은 향기로운 인향을 가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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