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연우의 문화 칼럼 4] 작가와의 만남 : 최양선 작가편

<밤을 건너는 소년> 최양선 작가님을 만나다

<밤을 건너는 소년>
저자: 최양선
출판사: 사계절
 
줄거리: 언제나 전교 이등이라는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재민이, 불행한 가족환경과 일진 아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어서 괴로워하는 철진이, 아버지에게 돈을 뜯기며 힘들게 삶을 유지해 나가는 박쥐. 책의 주인공인 세 명의 불행한 소년은 어딘가 기이한 아이, 시온이를 만난다. 마술키트를 언제나 들고 다니는 시온이, 그리고 역시 기이한 그의 아버지.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점점 어두운 길로 걸어가는 세 명의 주인공은 결국 어디에 도착하게 될까? 
 
작가소개
『몬스터 바이러스 도시』로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지도에 없는 마을』로 제16회 창비좋은어린이책 고학년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 소설 『너의 세계』 『밤을 건너는 소년』 『미식 예찬』 등이 있다.
(출처: 알라딘 모바일)
 
4번째 작가와의 만남은 청소년 소설<밤을 건너는 소년>의 작가이신 최양선 작가님과 진행하였다. <밤을 건너는 소년>은 읽는 동안 우리 사회의 뒤틀린 면, 인간의 억압된 욕망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들여다보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밝음보다는 어둠에 속해있었고, 그만큼 성찰할 것도, 숨겨져 있는 암시와 상징도 많은 듯 하였다. 많은 호기심을 안고 책을 집필하신 작가님과 직접 만나게 되니 은근한 설렘이 앞섰다. 
 
최양선 작가님께서는 질문이 상당히 길었음에도 불구하고 찬찬히 하나하나에 답해주셨다. 작가님의 사회적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1. 이 책에는 다양한 종류의 청소년들이 등장하는데요,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는 바로 재민이였습니다. 상당히 새디스트적인 면모를 보이는데요, 이런 재민이 캐릭터를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셨던 것은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기대와 경쟁에 길들여진 아이, 한 번도 자신의 욕망에 대해 표출해 보지 못한 아이, 모든 것을 가져야 하고 자신이 최고가 되는 것이 당연한 아이.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예를 들면 부모, 어른)에게 약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면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 모습이죠. 
 
아픔이 차고 넘쳐서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때 부정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모습을 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그 모습을 공감해 주길 바랐습니다. 재민이 역시 (박쥐와 철진이처럼)피해자이고 마음이 아픈 아이이고 보여지는 것이(겉으로는 모범생이고 바른 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요. 나이를 떠나서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박쥐와 철진이, 재민이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 때문에 악의 길로 빠지게 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며 그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폭력과 악에 무심해지는 요즘 사회의 군상을 드러낸다는 생각도 들기도 했고요. 작가님께서는 인물들을 창조해내시면서 어떤 감정이 가장 컸나요?
  
  솔직히 어떤 감정이라고 명료하게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아픈 아이들, 인물에 집중 할 때는 저 역시 마음이 힘듭니다. 특히, 박쥐에게 마음이 많이 가서, 글을 쓰고 나서도 박쥐를 오랫동안 놓아주지 못했습니다. 세상 어딘가에 박쥐같은 아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아프거든요. 그럼에도 작가는 불편하고 아픈 부분에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이 책에서 시온이와 그의 아버지는 뱀파이어입니다. 이 책의 뱀파이어는 조금 특이한데, 시간을 먹고 사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뱀파이어의 설정은 어디서 영감을 얻으신건가요? 
 
렛미인이라는 영화를 보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뱀파이어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대 사회에서 ‘피’ 같은  것은 무엇일까. ‘시간’과 ‘돈’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평소 sf판타지에 관심이 있어 진화라는 개념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피가 아닌 시간을 먹고 사는 진화한 뱀파이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4. 박쥐는 결국 뱀파이어가 되는 것인가요? 어떻게 살아가게 되나요? 이야기 후 박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박쥐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썼습니다. 박쥐 역시, 시온이처럼 사회에서 소외 되고 힘없는 사람의 시간을 먹으며 살아가겠죠. 마법 같은 마술을 부리면서요. 소외 된 사람들을 외면한 사회라면 뱀파이어는 종족을 유지하면 살아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5. 제목이 '밤을 건너는 소년'인데요, 제목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요?
 
‘밤을 건너는 소년’은 중의적인 뜻을 지닌 제목입니다. 일차적으로 시온이를 상징합니다. 밤에만 존재할 수 있었던 뱀파이어가 밤을 건너 낮에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또 어둠 속에 있는 재민이와 철진이를 뜻하기도 합니다.  
 
공통질문
 
평소 캐릭터나 소재를 어떻게 구성하고 구체화하시나요? 떠오른 캐릭터/소재를 어떻게 보관하시나요?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메모를 하는 편입니다. 인물이든, 상황이든, 주제든, 소재든요. 각자 따로 놀던 것들이 어느 순간, 한데 모아져서 한 편의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모아지는 상황 역시 제각각입니다.   
 
2. 작업과정이 보통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소재와 주제, 스토리가 정리가 되면 얼개를 짜기 시작합니다. 얼개가 완성이 되면 글을 씁니다. 쓰면서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편이나 중편으로 썼던 작품이 확장되어 장편 소설이 되기도 합니다. 초고를 쓰고 나면 한 달이나 두 달 정도 묵혀 두었다가 다시, 봅니다. 어떤 작품은 초고를 완전히 버리고, 다시 새로운 작품을 쓰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초고의 틀을 간직한 채 퇴고를 하기도 합니다.    
 
3.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많이 읽고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라는 거울을 통해서 나의 마음과 시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깊고 넓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이 때론 아프고 더럽고 슬프더라도 피하지 마세요. 용기를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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