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현의 인문학 칼럼 12] 역사 드라마 속 사실과 왜곡의 경계

<미스터션샤인> 속 역사왜곡논란

첫 회부터 현재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김은숙 작가는 '미스터 션샤인'으로 처음 역사극에 도전했다. 어떠한 매체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았던 구한말, 그 혼돈의 시기를 다루며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 시대 이름 모를 의병들의 항일투쟁기를 소재로 잡았다.

 

 

 

 

 

 

 

미스터 션사인은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방송 초반부터 역사 왜곡 논란이 크게 일고 있다. 최근에는 드라마 <미스터션샤인>과 같은 역사왜곡 드라마/영화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논란의 시작은 2회에서 고애신’(배우 김태리)이 연발총으로 사격연습을 하는 장면부터였다. 오영섭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연구교수는 11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지적하며 “"이 총은 당시 일본군이 지녔던 것으로, 의병에게는 그러한 연발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태리씨가 미국인 암살사건에 연루되는 장면에 대해서도 이때 시점이 대략 1899년에서 1902년 사이로 보이는데, 당시에는 의병이 미국인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갔다 조선으로 돌아온 '유진초이'(배우 이병헌씨)의 설정에 대해서도 시기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이병헌씨 아역이 조선에 들어와 있던 미국인을 따라 미국으로 넘어가는 게 신미양요(1871) 때인데, 이 시점에는 미국인들이 조선 땅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미국인이 한국 땅에 들어온 것은 1885년이다라고 말했다.

 

논란은 이때부터 더 커졌다. 배우 유연석이 맡은 구동매 캐릭터가 친일을 미화한다는 논란이었다. 드라마의 공식 홈페이지에 구동매 캐릭터의 설명으로 겐요사라는 단어가 나온다. 겐요사는 명성황후의 시해를 주도한 단체로 유명하다. 또한 이 단체는 일본의 한국 국권침탈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구동매라는 캐릭터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겐요샤의 일원으로 활동한다는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구동매가 흑룡회 한성지부장이라는 설정 또한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흑룡회는 1910년에 설립된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단체다. 겐요샤의 하부 조직이기도 한 이곳에서 한일합병을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흑룡회'의 상부조직인 겐요샤(玄洋社)가 일본 보수 극우단체로서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에 구동매 자체가 친일파를 미화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구동매가 속했던 '흑룡회''무신회'라는 가상 조직으로 바꾸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극중 구동매란 캐릭터가 친일 미화의 소지가 있고 역사적 사건 속 실제 단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옳지 않음을 지적받아 제작진은 가상의 단체로 극을 수정했다. 이로 인해 불편함과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친일 미화의 의도는 결단코 없었으며 격변의 시대에 백정으로 태어난 설움으로 첫발을 잘못 디딘 한 사내가 의병들로 인해 변모해 가는 과정과 그 잘못 디딘 첫발로 결국 바꿀 수 없는 운명에 놓임을 그리려는 의도였다"라고 해명했다.

 

시청자들은 역사 고증 부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나치게 고증을 따진다며 지나친 비판이라고 주장하는 시청자가 있는 반면, 기대가 높았던 만큼 고증 문제에 실망감을 표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드라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짜인 각본이다. 때문에 드라마에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기반한 허구적인 요소가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물 장르의 드라마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우선 역사는 과거의 과정과 흐름을 기록한 사실에 기반한다. 때문에 허구적 이야기를 삽입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그 경계는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현재 외국에서 많이 방영되고 있고, 미디어 또한 수 십개 국어로 번역돼 수출된다. 그 속에서 한 나라의 문화는 정체성이며 힘이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녹아들어가 있는 아주 중요한 매체 중 하나이다. 한국의 문화가 얼마나 많은 대상에게 노출될 것이며 영향력이 얼마나 클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미스터 션샤인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기에, 더욱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 그만큼 영향력을 크게 미친다는 뜻이니까. 드라마를 역사적 사실대로만 그리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또 드라마가 아니니까. 로맨스를 재미있게 풀어나가거나, 또는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키거나, 이와 같이 과거의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 역사물 드라마가 앞으로 지켜야 할 선이 아닌가 싶다.

 

 

사회의 현실, 문제점, 소식들을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전달하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은 학생입니다. 학생의 시각에서 인문학을 색다른 방식으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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