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성의 과학 칼럼 5] 줄기세포 치료 연구, 판도라 상자 속 희망이 될 것인가?

얼마 전 어머니께서 건강감진 결과를 보고 걱정을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안구 검사상 황반부변성의심으로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황반부변성으로 심각한 시력장애가 생기고 최악의 경우 시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얘기에 놀라신 것이다. 그 후, 안과에서 정밀검사결과 아직은 질병이 발생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듣고 안심은 하셨지만, 그 뒤로 계속 눈에 좋다는 음식과 영양제를 챙겨 드신다.

 

사람들에게 실명이란 참 큰 위기이다. 물론 어떤 질병이든지 발병하여 장애가 생기면 큰 고생이지만, 나이가 들어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은 큰 절망이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인 움직이지도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들 모습을 볼 수도 없다니 참으로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영국의 과학자들이 줄기세포로 실명 위기에 처한 노인 환자들의 시력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배아줄기세포로 배양한 망막세포를 80대와 60대 남녀 노인성 황반변성증 환자의 눈에 이식해 부작용 없이 시력을 회복시켰다는 기사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증이란 눈의 망막에는 시력과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이라는 곳이 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 황반부에 노폐물들이 쌓이며 다양한 변성이 오는 질환을 말한다. 변성이 계속 진행되어 후기로 가면 나쁜 혈관들이나 흉터가 생겨 심한 시력 감소를 일으키고 실명에까지 이른다. 50대 이상 인구 중 1%가 걸리는 질병이지만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란다.

 

그런데 연구진은 수정란에서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나는 배아줄기세포를 치료에 이용했다고 한다. 일단 줄기세포를 가로세로 4×6mm의 패치 위에서 망막색소상피세포로 자라게 한 후, 환자의 망막 뒤를 절개하고 패치를 주입하자 수술 전에 1분에 한 글자를 겨우 알아보던 환자들이 50~80단어까지 읽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줄기세포란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 세포로서, 아직 특정 조직의 세포로 분화되지 않은 원재료에 해당되는 세포이다. 손상 받은 신체 부위의 세포들을 재생할 수 있는 만능세포라고도 불린다이렇게 꿈의 세포라고 알려진 줄기세포 치료 연구의 앞날은 어떠할까?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의 발생 초기에 생기는 배반포라는 조직에서 얻어지는 줄기세포이다. 신체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식 시 면역거부반응과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시키는 윤리적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2004년에 우리나라의 황우석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를 만들고 여기에서 치료용 줄기세포 추출에 성공하였다.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없다. 하지만 이 기술이 인간 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낳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 걱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에는 성체줄기세포라는 것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성숙한 온몸의 체내 조직이나 기관에 존재하면서 신체가 손상되었을 때 재생작용을 하는 세포로, 골수, 탯줄 등에 있는 조혈줄기세포, 중간엽기질세포 등이 있고 피부에도 존재한다. 환자 몸 안에 존재하는 세포를 이용하여 얻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다양한 질환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가 이지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각 장기별로 미리 떼어내 줄기세포은행에 보관해 두었다가 질병이나 미용의 이유로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를 원하는 시기에 이용하는 미래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어려운 점은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아직 채취가 어렵고, 분화조절 능력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다줄 꿈의 세포, 만능 세포 줄기세포 치료 연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검증된 줄기세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이를 잘못 사용하거나,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오히려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부활하는 보물이며 아름다운 재앙을 뜻하는 그리스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를 알고 있는가? 그 안에는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봉인되어 있었지만, 판도라의 호기심에 뚜껑이 열리자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와 같은 수많은 해악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사방에 흩어지게 되었다. 판도라는 허둥대며 항아리를 닫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모든 해악은 풀려나오고 말았다. 다만 유일하게 항아리 안에 들어 있었던 희망을 제외하고는…….

 

 

 

 

 

 

많은 기대와 윤리적 갈등 사이에 놓인 줄기세포 치료 연구의 성패는 우리 인간에게 달려있다. 신이 인간에게 준 호기심을 잘 살려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그 속에 마지막으로 담겨있는 희망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칼럼소개 : '과학'은 어렵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칼럼. 순수한 과학 학문, 새로운 과학 이슈, 일생활에서의 과학적 사실 등 다방면에서 소재를 찾아 그에 대한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기쁨, 글을 읽고 생긴 과학에 대한 호기심, 가끔은 새로운 다짐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칼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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