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언의 시사 칼럼 4] 우리의 육식에 대하여

"미국 축산업계에서는 한 해에 100억 마리의 동물을 도살한다. 해마다 잡아들이는 물고기와 다른 바다 동물 100억 마리는 빼놓고도 그렇다. 1분에 1만 9,025마리, 초당 317마리 꼴이다. 당신이 이 책 한 쪽을 읽는 시간에 거의 6만 마리의 동물이 도살된다.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中_ 멜라니 조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양의 육류를 섭취할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농업생산-육류 소비-(Agricultural output - Meat consumption - OECD Data) 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기준 소 / 송아지- 10.3kg, 돼지- 28.7kg, 가금류- 16.7kg, 양- 0.2kg -총합 상당의 육류를 소비했다. OECD 평균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낮은 편도 아니며 10년 전, 즉 2007년의 소비량(소 / 송아지 - 7.6kg, 돼지- 24.4kg, 가금류- 11.6kg, 양- 0.1kg) 을 비교해보면 소비율이 확연히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소/송아지

 돼지

 가금류

 양

 2007년

 7.6

 24.4

 11.6

 0.1

 2017년

 10.3

 28.7

 16.7

 0.2

(킬로그램/인당)
 
한 번이라도, 가축이 무슨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무엇을 먹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의 눈앞에 '고기'의 형태로 도착해 있는지 알아본 적이 있는가? 아마 그런 사람은 드물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그 가축들을 제대로 본 경험도 드물다.  이 글은 모르고 있었던, 어쩌면 모른체하고 있었던 고기의 진실에 대한 조그만 토막이다. 이 중 많은 부분은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를 참고했다.
 
 

짓눌리고, 잘리고, 찌워지고

 

우리가 먹는 가축은 대부분 공장식 축산(CAFO-Concentrated Animal Feeding Operation) 방식으로 길러진다. 쉽게 보자면 몸집 대비 비정상적으로 좁은 우리 안에서, 그리고 과다하게 많은 수의 가축들이 한꺼번에 길러지는 것이다. 당연히 신체 기능과 면역력은 떨어지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레스로 돼지가 꼬리를 서로 물어뜯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취 없이 꼬리를 자르기도 하고, 닭들이 서로 쪼아 댈까 봐 부리를 잘라내기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취약해질 대로 취약해진 가축들에게 병이 날 것을 방지해 사료에 항생제를, 빨리 몸집을 불려 팔기 위해 성장 촉진제를 먹이기도 한다. 어느 만큼 몸집을 불린 가축들은 자신의 수명의 절반도 채 살지 못한 짧은 생을 뒤로하고 도축장으로 떠나게 된다.

 

뉴스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여 가축들을 살처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산 채로 비명을 지르면서 파묻히는 가축들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지만 다시금 우리의 손은 고기로 향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또다시 공장식 축산을 선택한다. 이 고리는 끊어질 수 있을 것인가?

 

 

 

 

 

고기와 환경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공장식 축산의 폐해는 동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축사에서 나오는 분뇨, 항생제, 호르몬, 살충제-살충제 계란 파동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로 인한 수질, 토양오염은 무척 심각하며 소의 트림, 방귀, 분뇨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이제 지구온난화의 한 원인으로 손꼽힐 만큼 그 비중이 높아졌다.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육류를 소비하기 위해 들어가는 곡물은 약 900kg,(미국 기준이니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적다고 생각하자) 사람이 직접 곡물을 섭취할 때는 인당 180kg이고, 쇠고기를 생산할 때 쓰이는 물은 단백질 1g당 렌틸콩의 6배나 많이 필요하다. 이 곡물과 물을 굶어죽어가는 사람에게 쓴다면 몇 명이나 살릴 수 있을까.

 

실제 도살 과정을 본다면 1년 정도는 고기 못 먹을 걸요? -실제로 도살 과정을 목격한 일반인

 

눈앞에서 가축을 죽이는 장면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는 직접 보진 못했지만 중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애니메이션 형식의 닭의 도축과정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그 충격적인 모습이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게다가 도축과정 중 불행히도 기절하지 못한 동물들은 정신이 말짱한 채로 도살되는 끔찍한 고통과 마주하게 된다. 이 가축들을 죽이는 일을 맡은 사람들도 하루 종일 도축을 하다 보면 그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에 마음과 몸도 지치게 된다. 그러다 후에는 반복되는 일에 덤덤해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고기를 먹으면서 동물이 느낄 고통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고기'가 아닌 '동물'이 눈앞에 있을 때 고통을 느낀다면  우리는 연민을 느낄 것이다.

 

"... 도살장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것이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수많은 동물이 비 인도적으로 살아가고 죽어가는데, 또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을 가리고 고기로 손을 뻗는다. 왜? 고기는 맛있으니까. 맞는 말이다. 고기는 맛있다. 또한 인간은 잡식이어서 풀도 먹고 벌레도 먹고 고기도 먹는 것뿐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육류 소비는 욕심이 아닐까?

 

앞에서 언급했듯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늘고 있고, 어떤 일이 있지 않은 한에는 아마 계속 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제동을 걸 때가 되었다. 당장 풀만 먹고살자는 것이 아니라 줄이자는 것이다.

 

조금만이라도 육류의 소비를 줄이고 공장식 축산업으로 고통받는 가축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그것으로도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축산 부문은) 각 지역에서부터 전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에서 환경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2대 혹은 3대 부문의 하나... 그 영향이 너무나 심각하므로 긴급히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제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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