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활과 윤리 수업 시간에 해외 원조 이론에 대해 배우고 있다. 그 중 해외 원조를 자선의 개념이라고 보는 입장과 인류의 의무라고 보는 입장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해외 원조를 의무라고 보는 입장과 그렇지 않다고 보는 의견 간 열띤 토론이 벌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해외원조는 의무인가? 라는 주제에 대해 필자의 입장을 적어보려고 한다. 우선 해외원조의 입장은 자선의 관점에서 보는 것과 의무의 관점에서 보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노직은 해외원조를 개인의 자율적 선택의 문제라고 보았다. 노직은 자유지상주의 사상가로, 개인의 소득을 개인이 어떤 식으로 이용할 것인지는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해외 원조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보았다. 반면, 해외 원조가 의무라고 주장하는 싱어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가진 사상가이다. 싱어는 인류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고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해외 원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싱어는 이익 평등의 고려원칙을 주장하며 국적이나 거리에 상관없이 해외원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롤스 또한 해외 원조가 의무라고 주장하는데, 롤스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나
지난 10월 6일, 전남 여수 요트 선착장에서 잠수작업을 하던 홍정운 군은 현장실습 도중 사망했다.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3학년이던 홍정운 군은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애초 계획된 현장실습의 내용은 요트에서 선내 실습을 할 예정이었다.1하지만 현장실습 중 하게 된 일은 12kg 납덩이를 몸에 맨 채 잠수해 요트 밑에 붙어 있는 따개비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2잠수기능사 자격증도 없었고, 평소 물을 무서워하던 홍 군에게 업체는 학생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위험한 작업을 지시했다.3작업을 하던 어느 날, 장비를 벗으려다 문제가 생겨 바다로 가라앉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 40조 관련 임산부 등의 사용금지 직종 별표 4에 의하면 18세 미만인 자에게 잠수작업을 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4또, 수중작업 시 2인 1조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규칙 또한 위반하였다.5 그 결과, 한 학생의 안타까운 죽음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당시,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했던 나는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왜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마침 도서관에 허환주 기자의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라는 책이 있어 읽어보게 되었
한 해의 막바지로 접어드는 지금, 2022학년도 수능이 열흘도남지 않았다. 수능은 우리나라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사실상 대한민국 대학입시의 상징과도 같은 관문이다. 현재 수시와 정시로 대입 지원 방식이 다르고, (여기서 수시는 학생부 전형, 논술 등을 의미하고, 정시는 수능 성적, 실기 등을 의미한다) 대학을 입학하기 위한 수많은 전형이 존재함에도 수능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능 시험의 공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져서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현 수능 체제는 학생들을 9등급으로 나누고 영어와 제2외국어는 절대평가로, 나머지 과목은 상대평가로 실시한다. 시험 성적이 높은 학생일수록 더 좋은 대학교에 합격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여러 학생이 선망하는 교육기관에 입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 학생들을 선별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표준화된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다. 수능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것만큼 공정하다는 시험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시험 당일이 되면 국가
요즘 독서 시간에 조별로 독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조가 선정한 책은 바로, ‘열여덟, 페리의 선택’ 이다. 독일 작가 클라우스 코르돈의 청소년 소설로, 열여덟 소녀 페리가 아이를 갖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소설이다.우리 조는 조원들이 각자 원하는 진로가 다 달라 공통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사서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이 바로 이것이다. 사실 다른 조들은 조금 어려운 책을 고르는 것 같기도 해서 ‘너무 쉬운 책 아닌가?’ 라는 걱정도 들었지만, 막상 지속해서 토론을 하니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또, 어렵지 않은 청소년 입장에서 쓰인 책이어서 평소 책을 싫어하던 친구들도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 임신’에 대해친구들과 토론해 본 생각을 담은 칼럼을 써보고자 한다. 책은 주인공 페리가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 부모님께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며 시작된다. 페리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을 앞둔 열여덟 소녀로, 부모님과 함께 여름 휴가를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밀란이라는 소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밀란은 팔 한쪽이 없는 소년원에
요즘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1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정보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결국 직접적 접촉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뛰어난 개발자, 엔지니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는 거였다. 이런 지리적 집중화가 도시의 성장에 큰 이점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과거에도 지리적 집중화는 큰 도시를 형성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점에도 직접 만나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은 불필요한 것이 아닌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으며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고 싶어져 이 칼럼을 작성하게 되었다. 최근 약 2년 가까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우리의 일상은 급속도로 바뀌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올 정도다. 30년간 점진적으로 바뀌어갈 우리의 모습이 약 2년 간 급속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원격 수업이나 재택근무는 가능하긴 했었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먼 이야기였으니까 말이다.
노동 문제와 관련된 책을 찾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노동의 배신’이라는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고, 저자가 직접 체험한 현장의 이야기라 더욱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의 뒤표지에 ‘소설은 아닌데 소설처럼 흥미롭다’라는 평이 적혀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마치 그냥 소설책을 읽는 듯이 멈추지 않고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와 가장 밀접한 주제여서인지 가볍기만 한 마음으로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이다. 중산층인 저자가 어쩌다 이런 노동을 체험하게 되었는지는 책의 서두에 나온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일해서 받는 임금만으로 실제 생활이 가능할까?’를 실험해 본다는 의도에서였다. 실제로 저자는 집을 떠나 지역을 옮겨 가며 생활하며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처음에는 식당에서 홀 서빙을 하고, 호텔 청소부로 일하고, 그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다음에는 집 안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청소 일을 하고, 요양원에서 치매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다시 지역을 옮겨 월마트 직원으로 일을 하며 이 실험은 끝을 맺는다. 이렇게 나열해 보니 크게 와닿지
작년, 어느 기사에선가 이길보라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제작한‘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다큐멘터리를 알게 되었고, 동일한 제목의 책을 썼다는 것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도서관에 신청까지 하면서 읽게 되었다. 저자 ‘보라’는 ‘코다’(CODA)이다.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코다’란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1 자연스럽게 수어와 구어를 모두 습득하게 되고, 부모님의 통역사가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다큐멘터리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제작하게 되는 과정, 코다로 살아가며 느껴지는 많은 일, 부모님의 이야기, 다른 ‘코다’ 들과 함께 연대하는 이야기 등을 풀어놓았다. 2장에서 저자는 아버지와 함께 미국을 방문하는데, 갤러뎃 대학교라는 곳을 방문한다. 갤러뎃 대학교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최초의 대학교로, 이곳에서는 청각 장애인들도 자신들이 배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배우고 꿈을 펼칠 수 있다. 캠퍼스도 청각 장애인들에 맞추어 설계되어 있다. 캠퍼스 내에서는 수어로만 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저자가 카페에서 입을 움직여 질문했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아버지의 처지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저자는
평소 한강 작가님의 책에 관심을 두고 있던 차에,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몇 달을 장바구니에만 담아두었다가 지난봄에서야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그만큼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단순히 5.18 상황의 역사적 사실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장별로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는 흘러간다. 당시 인물들의 증언, 그리고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해 그날의 아픔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그려낸 덕에 우리는 그 속으로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특히 1장에서 소년 동호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당시 중학교 3학년인 학생의 시점에서 ‘너’라고 자신을 서술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책은 총 6장으로 진행된다. 첫 장은 앞서 말한 대로 중학교 3학년인 동호의 이야기인데, 함께 시위에 참여하다 총을 맞은 정대의 시신을 찾으러 왔다가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게 된다. 매일 아침 새 관 이 들어오고 죽은 사람들이 실려 오는 그곳에서 여고생 은숙과 미싱사 선주, 대학생 진수와 함께 일을 돕게 된다. 1장에서 동호의 물음에 은숙은 이렇게 대답하는데, 그날의 진실을 잘 보여 준다.
방학을 맞이해 옛 고전을 한번읽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의 제목은 바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분명 초등학생 때인가 청소년용 축약본으로 읽었던 것 같았다. 당시의 나에게는 조금 어렵다 느껴졌었지만, 읽고 나서는 꽤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던 기억이다. 내용이 가물가물해 다시 읽어보고 싶었고, 이번에는 꼭 축약본이 아닌 원문에 가까운 것으로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책을 집어 들었다. 생각보다 긴 분량에 당황한 것도 잠시, 곧 이야기에 빠져들어 800쪽 정도를 금세 읽어버렸다. 소설은 주인공 핍이 직접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들려주며 이어진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잃어 고아인 핍은 누나와 매형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이다. 누나는 핍에게 매일 폭언을 일삼고, 폭력을 휘두르고 갖은 학대를 행하지만, 매형만은 그런 핍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감싸주며 서로를 ‘진정한 친구’ 라 한다. 어느 날 핍은 감옥에서 탈출한 죄수를 만나고, 협박을 받아 죄수가 요구한 줄칼과 음식을 집에서 훔쳐 갖다주게 된다. 그러다 핍은 읍내에 사는 부자 하비셤 아씨의 새티스 저택에서 놀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저택에 드나들며 ‘에스텔라’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 동시에 자신이 천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중 공리주의 부분에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단편 소설이 소개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줄거리가 대단히 흥미로워 기억에 남았었던 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어슐러 K. 르 귄이 쓴 단편 소설집 ‘바람의 열두 방향’ 중의 한 이야기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실려 있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야기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기, 유토피아같은 한 도시가 존재한다. 그 도시는 오멜라스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오멜라스에는 군주나 노예뿐 아니라 주식 시장이나 광고, 비밀경찰, 폭탄도 없다. 맑은 날씨와 환한 햇살, 즐거움으로 가득 찬 여름 축제, 하지만 오멜라스의 주민들이 누리는 모든 즐거움에는 한 가지 조건이 따른다. “오멜라스의 아름다운 공공건물들 중 하나에 지하실 방이 있다. 아니 어느 널따란 개인 저택의 지하실일 수도 있다. 그 방에는 굳게 잠긴 문이 하나 있을 뿐 창문도 없다. (·····) 그 방에 어린아이 한 명이 앉아 있다. 그 아이는 정신박약아다. 태어날 때부터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공포와 영양실조, 그리고 아무도 돌보지 않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