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의 예술·음악 칼럼1] 음악과 기억과의 상관관계

 

 

 

나는 음악의 기억화를 믿는다음악의 기억화란 -필자가 만들어 낸 말이기는 하지만그 음악을 들었던 때의 기분, 감정, 풍경까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단 걸 말한다.

 

2014년 내가 13살 때에, 미국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미국 여행을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동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다. 그 긴 시간동안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소유와 정기고의 이라는 노래만 반복 재생했다. 그래서 가끔 그 노래가 들려오면, 버스 창밖으로 보던 미국의 풍경이 떠오르기도 하고, 들뜨고 신나던 내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음악으로 옛 사람을 추억하기도 한다. 윤종신의 '좋니'라는 노래는 꽤 오랫동안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했었고, 결국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음원부문 본상을 받게 되어 무엇보다 좋니를 열창해준 전국의 전 남자 친구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전 애인, 사랑했었던 사람을 추억하기 위해서 이별노래를 듣는 날도 있다. 누구나 이런 경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물 밖 여고생이라는 책에서도, 주인공이자 책의 저자인 열여덟 여행가 슬구는 여행을 하며 노래 한곡을 질리도록 듣고 여행에서 돌아와 몇 주, 혹은 몇 달 후에 그 노래를 다시 들었을 대 묘한 향수를 듣게 된다고 말한다. 여행지의 분위기, 행복했던 감정을 노래 한 곡에 담아가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는 주인공인 미구엘이 증조할머니인 마더코코가 기억을 잊지 않도록 'remember me'라는 노래를 부르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런 음악의 기억화는, 학술적으로 인정 받은 것일까? 이론으로서 확실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부분일까?

 

최근 유타대학 보건과학대의 신경방사선학 전문의 제프 앤더슨 연구팀은 추억이 담긴 음악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매커니즘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 질환으로 서서히 발병하여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병을 말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기억 상실로 인해 낯선 환에 처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 때문에 극심한 혼란, 불안, 혼미에 빠져 흥분과 격앙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연구진은 3주간 환자들이 의미 있는 노래를 직접 고른 다음, 간병인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3주후에는 자신들이 고른 음악을 20초간 들었을 때와 아무것도 듣지 않았을 때 활성화된 뇌의 이미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음악이 뇌 전반을 활성화해 뇌 부위 간 소통을 활성화 하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들이 활기를 보이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앤더슨 박사는 치매 환자가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을 잃었지만 외부환경으로부터 들어온 자극이 신체적 반응을 나타낼 만큼 중요한 것인지를 감지하는 뇌 회로 현출성 네트워크는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타대학 알츠하이머 치료센터의 책임자 노먼 포스너는 이것은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음악이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환자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대안적 경로라는 것을 보여주는 뇌 영상으로부터의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보면, 음악이 인간의 정신적인 부분에 틀림없이 무엇인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주 나중에, 서른 살을 훌쩍 넘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바랜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음악 하나로 우리의 옛날을 추억하길 바란다. 음악이 마음만은 수줍고 명랑한 소년소녀로 돌려주길 바란다. 우리의 역사에 음악이 흐르고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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