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Human In Sports 6] 축구를 통해 사랑을 전한 황지성 코치 단독 인터뷰

1년 6개월 간 우간다서 축구 지도, 황지석 코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Human In Sports Project HIS Project)는 그라운드 위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만을 바라보는 스포츠 팬들에게 , 스포츠 내의 다양한 직업들을 알려줌으로써 스포츠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제공하기 위한  스포츠 직업인 단독 인터뷰 기사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인간은 늘 행복을 갈망하며, 다양한 수단들로 행복을 느끼고자한다.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돈이 행복을 얻는 좋은 수단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명예와 권력이 행복을 충족시키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물론 어떠한 기준이 좋고 나쁜지에 대해 정의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 모든 말이, 그들 각각의 관점에서는 가장 옳은 대답이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사람은 행복의 기준을 부와 명예, 권력에서 찾았던 이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는 위와 같은 수단으로 행복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 수단들은 그를 영원히 만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수단을 선택하게 된 그는 현재,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비록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보다도 방탕한 삶을 살았지만, 그랬던 그가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며, 새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 가치는 바로 진정한 '사랑'이다. 방황하는 삶 속에서 처음으로 그가 받은 사랑은 그를 전혀 다른길로 이끌었고, 그렇게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열약한 환경 속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자 결심하였다.

그리고 그는 지난 2016년, 국방의 의무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대학교 재학 기간 중에 아프리카 한 마을에 축구코치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곧바로 휴학이라는 파격적인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는 약 1년 6개월이라는 기간동안 우간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축구 뿐만 아니라 과거 방황했던 자신을 변화시켜주었던 '사랑'의 가치를 가르쳐주고자 힘든 여정을 떠났고 지난 16일,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다음은 지난 1월 24일, 수원역 근처 카페에서, 우간다에서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대학생 코치 황지석씨와 나눈 이야기이다.

-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칼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 황지석이라고 합니다. 지난 2016년 3월에는 K리그 챌린지에 속해 있는 고양 자이크로 FC의 결손 가정 팀을 지도했고, 최근까지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부술라라는 지역학교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활동을 했습니다."

- 우간다라는 나라의 환경은 어떤가요?

"우간다는 빈부격차가 굉장히 심한 곳 입니다. 90프로의 재정을 상위 10퍼센트가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90프로의 국민들이 10퍼센트의 재정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정도입니다."

-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간다로 가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어릴적부터 20대가 되면 해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기회가 오질 않았죠.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럽게 코치직 제안을 받게 되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웃음)."

- 언어의 장벽은 없었나요?

"우간다 초등학생들은 영어로 수업을 듣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하면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처음에는 영어를 잘하진 못했지만 현지인들과 소통하니 금세 실력이 늘더라고요. 심지어는 현지인들과 간단한 대화를 넘어 삶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웃음)."

- 축구와 관련된 전공도 아니고, 비선수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사실 저는 중학교 3학년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습니다. 선출인듯 선수아닌 상황인 거죠(웃음). 하지만 선수출신이 아닌 스타 감독 조제 무리뉴나 아르센 벵거 등을 보면서 열심히만 노력한다면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우간다 학생들의 축구실력은 어떤가요?

"현지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에 비해 훨씬 말랐습니다. 하지만 속도와 힘에서는 압도적이죠. 그들의 환경 때문인지 오래 뛰는 것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습득력이 너무 약합니다. 한국 아이들에게 한 번 가르쳐 주면 되는 것을 이곳 아이들에게는 열 번은 가르쳐줘야 알아듣죠(웃음).

어쩌면, 그동안 이들에게 전문적인 코치가 한 명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이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전문 코치의 손길이 닿았더라면 달랐을 것 같아요. 세계 어느 나라와도 겨룰 수 있는 좋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가르치셨나요?


"처음 한 달 동안은 달리기, 즉 체력 훈련에만 집중했습니다. 주변 시선이 그리 좋지 않았을 수도 있었죠. 하지만 이 훈련을 통해 축구 팀을 구성할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팀이 구성된 이후에는 팀 플레이를 위해 항상 패스 위주로, 팀을 만들어가는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는 기본기를 가르쳐주었죠. 사실 제가 경험한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들 특유의 기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공을 소유하면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하려고 했죠. 그 때문에 저는 대부분 패싱게임으로 선수들을 훈련시켰습니다."

- 가장 힘들었던 상황은 무엇이었나요?

"어려운 상황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역시 사람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실례, 사과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를 주면 열 개를 달라고 하는 문화도 있었죠. 또한 인종차별적인 마인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는 건기 때 물이 거의 없어 씻지도 못했던 것. 그 정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로 머리카락이 엄청 많이 빠졌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이나 상황이 있었나요?

"아이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습니다. 시간이 나면 아이들이랑 여행도 다녀오고 싶었죠. 하루는 제 생일이었는데, 혼자 보내기가 아쉬워서 차량을 렌트해 아이들과 수도권에 있는 동물원에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차가 도로 한복판에서 고장났고, 결국 동물원을 가지 못하게 됐어요. 그냥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아이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패스트 푸드점을 갔습니다. 그곳에서 햄버거를 먹는데, 한 아이가 제게 '여기도 우간다예요?'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전혀 다른 세계인 것 같다는 의미였죠. 그 때 우간다의 빈부격차를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받았습니다. 편지나 컵, 그릇, 심지어는 한달 용돈(300원) 등 어떻게 보면 정말 소소한 것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생일이었습니다."

-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지도자라는 길을 걷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중 입니다. 그리고 조만간 국내에서 지도자 라이선스 시험을 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선수 출신이 아니라면 지도자 생활에 있어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언젠가는 그곳에 다시 돌아가 아이들을 위한 축구센터를 설립하고, 다시 그들과 함께 뛰고 싶은 마음입니다."

- 한국에도 다양한 수단으로 봉사를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처음 우간다로 떠났을 때는 그저 용기와 열정으로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들을 섬기려 하니 힘든 상황들이 많았고, 처음의 그 용기와 열정은 사라지게 되었죠.

그 이후, 비로소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아무리 용기나 열정이 가득해도 사랑 없이는 그들을 위해 헌신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 주었던 원동력입니다. 이유없이, 조건없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죠.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면 무엇이든 잘 감당하실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황지석씨 역시도 자신이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현재 그곳에서 학창 시절에 경험했던 사랑 그 이상으로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되었고, 현재는 남 부럽지 않을만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젊은 대학생이 왜 이런 활동을 하느냐고 이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그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 일에서 얻는 보람은 그 어떤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이다.     

"할수 있는 만큼 무모할 정도로 사랑하라. 대담하고 용감하게 사랑하라. 그리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무모할 정도로 막연한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 <가장 낮은데서 피는 꽃>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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