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인권칼럼 1] 교실 안 성평등, 안녕하신가요?

'스쿨 미투', 학교 내 성차별과 성폭력을 공론화하다

 

몇 달 전 페이스북에는 학생, 교사, 학부모 및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 제보를 받는 '스쿨 미투' 페이지가 생겼다.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고발하는 글이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홍수처럼 흘러넘쳤다. 

 

교사가 학생의 가슴을 꼬집거나 만지고, 강제로 입을 맞추고, '생리하면 도벽 생긴다.'고 말하는 등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학교는 더 이상 성차별과 성폭력에서 자유로운 안온한 공간이 아니다. '스쿨 미투'가 불러온 분노는 다음 물음들로 이어졌다. 학교는 과연 인권친화적인 공간인가, 학교 내에서의 부당한 권력관계는 없는가, 과연 교실에 성평등은 존재하는가.

 

 

 

 

 

 

 

 

 

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성폭력이 발생하는 사회구조나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라', '폐쇄된 장소에서 만나지 마라' 등 여성의 조심스런 행동이나 대처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기존의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는 주로 학생 간에 발생하는 폭력 상황만이 강조되고,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폭력은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학생들의 진로 진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사는 그 자체만으로 커다란 권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은 목소리를 내기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중학교 예비소집일, 학생주임 교사는 강당에서 계절별로 입어야 할 스타킹 색깔과 비치는 정도, 화장과 두발관련 규정을 안내했다. ‘단정하고 정숙한’ 교복 차림을 강조했다. 하얀 색 속옷을 입어야 하고, 교복 안에는 반팔 티셔츠를 꼭 입어야 하는 학교도 있다. 이유는 '야하기 때문'. 교사들은 은연 중에 성별에 따라 특정 행동이나 차림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좀 여성스럽게 다녀라!", “공부 못하면 얼굴이라도 예뻐야 돈 잘 버는 남편을 만나지”. 남학생들 사이에선 ‘앙기모띠’('기분좋다'라는 의미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표현), ‘느금마’(상대방의 엄마를 비하하는 단어),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 같은 여성 비하적인 표현들이 난무한다. 성 소수자에 대한 농담을 주고받는 웃음소리가 너무 서늘해 멍하게 바닥만 바라볼 때도 있다. 

 

 

 

위에서 나열한 사례들은 그리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겪어보았을 이야기, 많은 학교에서 반복되는 일상이다. 그래서 더 막막하다. 별거 아닌’ 말과 행동이 결국 성폭력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흐르기 때문이다. '스쿨 미투'가 일부 교사나 학생의 문제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 제도, 일상적인 여성 혐오적 발언, 낡은 성평등 의식을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이제라도 그 해결책을 찾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학교 안 성폭력을 예방하고 처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교육청을 통한 성폭력 신고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통로가 필요하다. 성폭력 및 성차별 관련 기구를 학교 자체적으로 설치하고,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는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한 학교에서 그랬듯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가해자 교사가 학교에 복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피해자가 느낄 그 두려움, 그 무력함을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페미니즘 교육을 초중고 교육과정 전반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물론 교사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게 되어 교사들이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기를. 학생들은 폭력에 대해 침묵하기보다, 소리 내는 법을 배우기를. 불쾌함을 느꼈을 때 '내가 예민한 거'라며 자책하지 않기를.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세상은 이제 교실로부터 시작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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