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바다의 정치철학칼럼 1] 되살아난 조건반사의 토끼와 반지성

 

바야흐로 한반도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략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봄’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 봄을 만끽하고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만끽하지 못한다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얼마 전까지 으르렁 거리던 남북 양국이 갑자기 대화에 나서면서 의아해하는 분위기이다. 특히나 우리 십대들에게 이러한 대화 국면이란 거의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태를 봐오며 자란 우리 세대로선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십대의 국제 정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근시안적이지 않은가하는 생각이다. 대결 국면 속에서만 살아온 나머지 모든 것을 이념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데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올해 초 동아일보에서 대북 선제타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20대 중 47.2%에 다다르는 응답자가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무려 20대의 반이 전쟁을 불사를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우리 세대의 이러한 경향은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념에 앞서 국제 역학 관계라는 것이 있고, 그에 따른 각국의 이해관계가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라는 단어가 제시되면 자동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고정관념을 떠올리게 하게끔 우리가 “조건반사 법칙에 충실한 토끼가 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다.1)"그동안 얼마나 우리 세대가 슬로건적인 사고방식으로 북한을 이해해왔는지 생각해봐야할 시간인 것 같다.

 

나는 탈냉전 데땅뜨 당시 닉슨이 ‘중공’ 방문을 간청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 국민이 입은 충격을 익히 전해들은 바 있다. 지금 와서 보면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지만, 당시 냉전 사고에 충실했던 우리나라로선 당황스럽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현재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가 무지로 인한 실수를 또다시 범하지 않으려면 그동안 우리를 옭아매온 터부와 고정관념들을 하나씩 벗겨내는 수밖엔 없다. 봄이 왔는데 여전히 겨울 옷차림이어선 안 될 것이다.
 
1) 리영희 저, <전환시대의 논리> 창작과비평사, 1999, pp. 165.
 
 
칼럼 소개 :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눌수록 즐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지식입니다. 특히나 철학적 지식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기 일쑤이기도 합니다. 저는 학생의 시각에서, 학생의 말로, 다가가기 쉬운 글을 쓰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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