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현의 예능시사칼럼2] 보고 싶은 예능, 봐야 하는 예능 2편

나의 우상 나영석

그의 두 번째 특징은 예능 프로그램의 시리즈(series)화이다. 시리즈화는 외국 방송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하나의 방송을 연속하여 제작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방영 후 다음 시리즈까지 휴식 기간을 두는 방송 방법 중 하나이다.

 

나영석PD 이전의 예능 프로그램은 시리즈를 나누어 방영된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스타일대로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 ‘신서유기 시리즈’ 등 자신의 프로그램을 시리즈화 했다. 그럼으로써 한 시리즈를 짧게 방송하여 컨텐츠가 부실해지는 것을 미리 막아 시간차를 두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또한 시리즈를 나누어서 시청자들이 다음 시리즈를 더욱 기대하도록 만드는 장점도 있다.

 

 

 

 

세 번째 특징은 자극적이지 않은 방송 방법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현재 가장 인기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과, 나영석의 예능을 비교, 분석해보자. <아는 형님>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는 JTBC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기존의 ‘토크 쇼’를 변형/수정한 포맷으로, 매 회 다른 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하여 일곱 명의 출연자들과 문답식 대화를 하며 그 안에서 작은 콩트나 농담을 하는 방식이다.

 

예외가 있긴 하지만, <아는 형님>은 기본적으로 게스트들이 주로 청소년-청년 계층이 선호하는 아이돌이나 배우가 출연하게 되는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 토크 쇼의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게스트들의 이야기가 주된 관심사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기존 토크 쇼와 차별되는 지점이다. 

 

그들은 속칭 ‘아무말 대잔치’, ‘개드립’ ‘막장 콩트’ 등을 주된 웃음 소재로 사용하며, 여기서 나오는 소재의 대부분은 출연자가 과거에 행한 불법 도박, 탈세 등의 범죄나, 이혼, 부도 등 숨기고 싶은 사실에 대한 폭로, 자극적인 소재인 담배, 성 문화 관련 이슈들이다. 즉,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의 주된 소재는 ‘자극’이란 말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방송을 보면서 때때로 문제점을 생각하곤 한다. 예를 들어 <아는 형님>의 고정 출연자 중 한명인 전직 농구선수 ‘서장훈’의 경우, 그의 이혼 사실을 거의 매 회 다른 출연자들이 농담거리로 삼는다. 그는 시청자가 보기에도 불쾌감이 느껴지는 상황에서 체념한 듯 웃어넘길 때가 많다. 

 

이런 상황이 시청자들을 재밌게 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 그들이 웃음의 소재로 삼고 있는 타인의 아픔은 과연 모든 시청자들이 괜찮게 보는 것일까. 충분히 재미가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그들은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농담을 하여 방송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남들의 실수나 불행의 대부분이 주제로 쓰이고 당사자에게 고통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웃기고 싶어 하기에 시청자들의 웃음을 사려 깎아내리고 농담을 하는 일도 마다하는 것이다.

 

이것에 비해 나영석 PD는 다르다. 시청자들의 관점에서는 기존의 자극적 방송에서 올 수 있는 반복되는 구성을 없애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나영석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무엇을 강요받거나 기존 연예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강요받지 않고, 그 ‘사람’의 매력이 나올 수 있는 자연적 생리적 일상을 ‘관찰’하고 그곳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편집으로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연예인들도 편하고 부담이 없게 방송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방송 문화의 관점에서는 윤리적으로 문제시될 수 있는 기존 예능들과 비교하여 더욱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음식에 비유한다면 자극적인 방송은 향신료와 소스가 중요한 요리, 나영석 PD의 방송은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자연스런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예능 PD를 꿈꾸는 학생으로서 나영석 PD가 만드는 방송의 특징을 분석해 봄으로써 ‘예능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의 방송은 우선 시리즈화 되어 방송을 제작하는 환경을 개선했고, 희소성이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상을 관찰함으로 인해 시청자에게 다가가며, 출연자들의 이미지 소비 또한 심하지 않다. 

 

즉, 방송 산업에 속해 있는 방송사, 제작자, 연예인, 그리고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의 방송은 아마도 개인 방송으로 소위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감히 평가한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이 ‘봐야 하는 예능’이라면 나영석 PD의 방송은 ‘보고 싶은 예능’이라고.

 

나도 나중에 나영석 PD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시청자분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전에 우리나라의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이젠 계속 남을 깎아 내리는 방송이 아닌 서로 상호보완적이면서 보기 불편하지 않은 방송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미래 지향적 예능이 이러한 면에서 더욱 필요하게 느껴진다. 학업에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듯 사회에서도, 방송 산업에서도 어느 곳에서든 분위기 조성이라는 것이, 흐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자극적으로 변해왔던 예능이 바뀔 때이다.

 

 

칼럼소개: 예능, 방송에서 볼 수있는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본다는 개인의 철학이 담아 쓴 칼럼이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