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회복지로 분류할 수 있는 것으로는 미풍양속의 권장, 교육, 의료, 생활기반 시설의 설치, 재해와 그 대책, 인권존중을 들 수 있다. 가족에는 혼인권장과 효, 제, 자의윤리가, 개인에는 노인, 아동, 장애인, 노숙자, 생활무능력자, 수감자, 유배 인을 포함시킬 수 있겠다. 이는 목민심서가 사회복지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개인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있음과 개인 단위, 가족 단위, 사회 단위에서 사회복지 정책을 수립하여 백성들에게 최대한의 보살핌을 제공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이다.

두 번째. 재정복지로는 주로 세금이나 이자의 감면을 들 수 있다. 즉, 세금의 감면에는 조세 공납 역을 감면하는 내용이, 대출이자의 감면에는 환곡과 빚의 감면이 포함되며, 기타의 감면에는 세금의 감면과 동일한 효과를 지니는 아전의 농간과 횡포방지가 포함된다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직업복지로는 농업사회였던 조선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직업교육과 직업 환경 개선, 고용상태의 발전 등을 고려하였다. 직업교육에는 농업, 양잠, 직조, 목축, 식목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교육이 포함되며 직업 환경의 개선에는 수리시설의 설치와 개선, 공업의 육성이 포함된다. 고용상태의 발전으로는 직분을 결정해 주는 것, 인재를 등용하고 공평한 인사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들어간다 할 수 있다.

 

 

목민심서에서 다루어진 다양한 복지정책 분야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구휼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기근에 대한 구제를 의미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로 이는 목민관이 해야 하는 업무 중 제일 중한 일로 여겼다. 평소에 곡식을 예비하고 지곡의 허실을 감독하며 흉년이 왔을 시 기민구호와 조세감면을 의논하며 사태가 절박할 때에는 조정으로부터 명령을 기다리지 말고 창고를 열어 백성을 구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목민관이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생각해 조정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백성들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 창고를 열어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양로(노인 봉양), 자유(어린이 부양), 진궁(불쌍한 사람들 진휼), 관질(병든 사람 배려), 구제(재해당한 사람 구제)에 해당하는 백성들에 대한 정책으로는 4궁의 진휼을 두어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산업사회가 아니므로 실업과 은퇴는 아니지만 나이로 인하여 더 이상 스스로를 봉양할 수 없거나 가족이 없어 부양 받을 수 없는 경우로 실업과 유사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저소득층이거나 재해를 당했을 경우 세금의 감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하게 목민심서에서도 상을 당했을 때나 흉년일 때 부역을 공평히 하며 조세 공납 역의 부담을 줄여주고 환곡 폐단의 시정을 통한 정책 추진을 강조했던 점이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귀신을 섬기거나 요사한 짓을 행하는 일과 같이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행위를 배척하라고 하였는데 이는 백성들의 안정된 삶을 위한 국가차원의 보호막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금장태, 1999)

 

 

현대 사회복지에의 반영

목민심서가 다루는 내용이 현대 학자들이 내리고 있는 사회복지의 개념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다.

 

18세기 왕정사회이며 농업사회였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산업체계와 정치체계가 판이한 시대에 저술된 목민심서가 현대 사회의 상당 부분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목민심서에서는 현대에서도 논쟁의 중심에 있는 경제적 균등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목민관의 임무가 빈부 격차의 억제와 강자에 의한 약자의 침탈을 막아 백성을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음을 역설하였다. 여기서 경제적 분배의 균등을 통하여 민생의 안정이 전제될 때 평등의 실질적 효과가 확보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산은 제대로 된 임금과 목민관이란 “재산을 고르게 마련해서 다 함께 살리는 자”라 규정하고, 공평한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자의 것을 덜어내서 가난한 자에게 보태주어 그 살림을 고르게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한양원,2009)

200여년을 앞서간 그의 선진사상을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부자증세와 더불어 대다수 국민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건강보험의 개편을 들 수 있다. 심각한 임금 격차로 인한 양극화를 겪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부자증세와 다주택 자 양도세 중 과세와 같은 공평과세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 정책을 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한편, 건강 보험 개편의 내용은 높은 의료비 부담률을 낮춰 의료비로 인한 일반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인데, 취약 계층인 노인, 아동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거나 치매환자가 발생하면 치매환자를 보살피고 치료를 돕는 것을 정부가 책임지며, 긴급 위기 상황 시 지원을 강화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 등으로 의료 안정 망을 구축하는 등의 정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와 더불어 목민사상에서는 목민관의 법 인식과 인권의식에도 큰 관심을 두었다. 당시 조선시대에는 목민관에게 행정권과 사법권이 모두 있었다. 그러므로 재판의 담당 관리들은 전문적인 법조인이라기보다는 비교적 교양을 갖춘 학식이 높은 사대부였다. 여기서 이들이 가져야 할 법인식이 문제였는데 이는 사형집행을 행할 때 법에 그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근원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형사재판으로 백성의 목숨을 거둘 수도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목민관이 어떠한 법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였다. 다산은 재판을 담당하는 것이 목민관으로서 백성의 생명을 소중히 하고 선량한 백성을 보호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점을 중시하였다.

 

 

이를 현대에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은 피의자가 유죄 확정판결 시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 수 있다. 재판을 하는 정당성의 근거는 ‘하늘의 권한’을 드러내는 데 있는 것인 만큼 사사로움에 빠지거나 소홀함이 없이 삼가고 두려워해야 할 것이라 하였다. 그는 ‘목민’을 ‘오늘날의 법에 근거하여 우리 백성을 다스리는 것’이라 정의함으로써, 목민관이 백성을 다스리는데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법에 근거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법이 다스리는 장에 의해 무시되고, 탈법으로 무너져가는 통치질서를 다시 세우기 위해서 국법의 존중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9강 형전 편 ‘거짓으로 남을 고발한 사람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구절에서 당시 무고에 대해 엄중한 죄를 물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무고가 난무하여도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법과 사회의 기강이 흔들리고 있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또한 ‘옥에 갇힌 죄수에게는 집과 식량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구절에서 인간존중과 애민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한국적 사회복지 사상을 배울 수 있다.

4강 애민 편 ‘합독’에서는 목민관이 홀아비와 과부를 재혼시키는 일에 힘써야 하며 독신자들이 결혼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도와야 함을 강조한 대목이 있다. 오늘날 정부에서 출산율 저하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 현상을 바라보며 인구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존폐가 달린 중요한 근간임을 알 수 있다.

병전 육조에서는 국방의 방책에 대해 언급하며 군사훈련과 병기를 준비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무예를 권장하여 난리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하도록 하였다. 이는 외적 침입 발생시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고 생활이 위협받아 백성의 안전에 심각한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성을 쌓고 수리하는 일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강조함과 동시에 이러한 일이 백성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여 국방을 대비하는 가운데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민생에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였다.

이를 현대에 적용시켜보면 군인들의 월급을 인상하여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토록 사기를 높여주고, ‘전역 증’을 ‘군 경력증명서’로 대체하여 경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국방강화를 위한 무기제작에 방산비리와 군 비리를 철저히 배제하여 자주국방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들은 목민심서에서 주장하는 세금감면, 교육과 의료의 제공, 올바른 법률 집행, 치안 유지, 인권존중, 국방강화 등은 현대사회의 복지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시대적 차이로 인해 현대적인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생활기반시설의 마련에 있어서는 현재 상수도 시설의 설치나 가로등의 설치로 바꿔 생각할 수 있고 재해 구제에 있어서는 부유한 백성으로 하여 백성을 구제하라는 방법은 기업에 의한 재해구제, 가령 기업의 기부와 사회사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방에서 성곽을 수리한다거나 축성하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전쟁의 대응과 전략으로, 오프라인 상에서의 방어체제 구축으로 볼 수 있겠고 아전의 농간과 횡포를 방지하는 것은 정경유착을 방지하고 공무원의 비리를 막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들 수 있겠다. 농업 양조 직조 목축 식목을 권하는 것은 정부의 지원으로 직업훈련을 실시한다거나 실업자에 대한 일자리 지원책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목민심서에 나타난 주된 내용은 인간 존중과 국민 주권을 바탕으로 국가는 백성을 위하는 정책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며 애민사상과 휼민사상에 기초한 목민사상은 서양의 복지사상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적 복지사상임을 알 수 있었다.

다산은 남보다 앞서 인식하였던 선구적 지성으로서 그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체계적으로 정립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던 실학자이다. 그의 사회인식은 바로 백성이 정치의 주체이며, 주인으로서 대접 받는 근대적 질서를 추구하는 것이고, 참담한 사회현실을 고발함으로써 변혁의 절실함을 호소하는 것이었다. 이렇듯 목민심서를 통해 당시의 사회, 경제 정책에 대해 살펴보며 어떤 정책이 백성들의 삶을 위해 필요했는지, 많은 정책 중 가장 시급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현대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사회복지 사례와 사회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탐구해 보았다.

 

다음 마지막 시간에는 목민심서에 나타난 공직자의 리더십과 현대복지가 반영해야 할 정책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금장태(2005) 다산 정약용- 유학과 서학의 창조적 종합자, 살림출판 pp32-35한양원(2009) 한눈에 익히는 목민심서, 나무의 꿈, pp30-48박석무(2005) 풀어 쓰는 다산 이야기, 문학수첩, pp46-47 김효건(2014)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사회복지사상과의 관계에 관한 연구, 한영신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pp84

 

 

 

칼럼소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