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고등학교 내 시약장 관리, 이에 따른 안전 불감증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 중 부실한 시약장 관리로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자유롭게 진행되는 실험 활동 속에서 실험실 내 '안전 불감증'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초등학교, 중학교와는 다르게 고등학교는 학생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교내 동아리가 조직되고, 운영된다. 이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면 정말 누구나 한번 쯤은 과학 관련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하거나, 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싶은 생각을 가질 정도로 고등학교 이과생 들에게 있어서 과학 동아리는 학교 활동을 풍부하고 유익할 뿐 만 아니라 소속감을 부여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정말 많은 학생들이 과학 동아리를 창설하여 활동한다. 우리 학교는 정규 동아리 시간에 활동하는 4개의 동아리와 5개 정도의 사설 동아리가 학생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자율 동아리 수가 많은 만큼 많은 실험 활동을 하고, 선생님의 지도 하에 진행되지 않는 실험들은 상당히 자유분방하게 운영된다. 그런 점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때는 바로 시약장에서 시약 들을 꺼내거나 넣는 상황이다.




2014년 시약 및 시액 관리 안내서에 따르면 시약은 크게 무기물, 유기물, 위험물로 분류되며 무기물은 금속, 비금속, 산화물, 염화물, 황산염이 있고 유기물은 탄수화물, 유기산.염, 유지, 유기일반으로 나뉘며 위험물은 수산화물, 인화물, 극독물로 나뉜다. 


고등학교 내 실험활동에서 위험물로 취급되는 시약들은 학교에서 제지하는 편이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 하더라도 유기물과 무기물 중에서도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는 시약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정확한 지식을 채득하고 있지 않은 고등학생들은 무기물이 들어가야 할 시약을 유기물 칸에 넣어 놓거나 혹은 그냥 키에 닿는데, 손이 뻗는데 넣어 놓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시약을 종류별로 분류해서 넣어주어야 할까?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알칼리 금속과 물을 포함하고 있는 수용액 끼리 가까이 두게 되면 마찰이 생기면서 표면에 묻어있을 수도 있는 시약들이 반응하여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시약들을 철저히 분류하여 보관해야 한다.


각설하고, 고등학교에서는 극독물은 위험하기 때문에 시약장에 배치 해놓지 않고, 주로 무기물이나 유기물로 분류되는 시약을 사용하여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부식성 액체인 염산이나 자극성 기체인 암모니아는 극독물에 분류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위험한 시약들이다. 문제는 이런 시약들을 이용한 암모니아 분수대 만들기나 부식을 이용한 실험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학생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실험에 이런 시약들을 사용한다.




하지만 2006년 과학 실험 안전 관리 지침에 따르면 자극성 기체를 다룰 땐 마스크와 보호 안대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명시 하였으며, 자극성 액체나 독성이 있는 시약을 다룰 경우에 주변에 선생님과 같은 보호자가 있어야 하고, 반드시 장갑과 같은 보호 장구를 필수적으로 착용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맨손, 맨눈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이 시약이 위험한 줄을 모르는가? 그것 또한 아니다. 학생들은 실험을 하며 무의식적이라도 "설마 내가 그러겠어?" 내지는 "나한테 그런 일이 일어날 일이 없지"라 생각하며 실험을 한다. 우리는 이것을 '안전 불감증'을 앓고 있다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이 실험실 내의 '안전 불감증'이 낳은 사건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7년 전  A고등학교에서는 축제에 사용할 폭죽을 만들기 위해 물을 뿌리기만 하면 폭발하는 산화 마그네슘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다가 안전에 신경 쓰지 못해서 폭발했고, 유리 파편에 손가락을 잃었던 사건이 있었다.


이것이 안전에 신경 쓰지 못한, 설마 내가 그러겠어? 하는 생각이 불러일으킨 결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상황을 예방할 수 있을까?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서로 간에 약속이 있으면 된다. 모든 고등학교는 한 달에 몇 번을 정해서 방과 후에 모든 과학 동아리가 요일을 나누어 예비 실험을 선생님의 지도 하에 진행하는 날을 만들게 한다. 이것은 학생들에게도 정해진 날에 실험을 진행하도록 하는 책임감을 부여할 수 있으며, 선생님들 또한 약속된 날에 학생들의 실험을 감독해주는 시간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업무 또는 개인적 사정과 분리하여 부담 없이 감독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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