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13] 일 프린치피노는 떠나지 않는다

유베의 상징,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현재의 이적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네임벨류가 되는 선수가 1000억 이상의 몸값을 책정받는 것은 당연한 사실로 믿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재의 트렌드에 즐거워하며, 아스널의 산체스와 리버풀의 쿠티뉴,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은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새 팀을 찾았고, 여전히 찾고 있다

 

이렇게 이적시장의 시류가 으로 바뀐 상황 속에 이탈리아 토리노의 한 남자는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적설에 휘말리고 있다. 그 남자는 바로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다. 로마의 데 로시나 토티, AC밀란의 말디니처럼, 그는 이탈리아와 소속팀 유벤투스의 상징적인 선수이자, 현재 이적시장의 시류에 편승하지 않을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대다수 팬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적할 것이라는 잡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선수와 같이 그에게도 이적설을 만들어낸 언론에게 이번에는 타깃을 잘못 잡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그는 다른 선수와 다르다.

 

 

 

25년째, 비안코네리¹의 캄피오네

그는 1986119, 토리노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93, 그가 10살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그는 유벤투스 유스에 입단하였다.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팀의 중심이 된 마르키시오는 후에 U-19의 주장이 될 정도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고, 비에이라와 에메르송 등 당대 최고 미드필더들에 밀려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런 상황속에서 유벤투스에겐 재앙을, 그에겐 기회를 선사한 칼치오폴리 사건이 터졌다.

 

리그 우승팀에서 한순간에 세리에 B로 강등된 유벤투스에는 대다수의 유명 선수가 떠났고, 앞서 말한 선수들도 그랬다. 주전으로 자리 잡게 된 마르키시오는 델 피에로의 골을 돕는 첫 도움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음 시즌에 엠폴리로 임대를 가게 된다.

 

임대 시절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그가 돌아왔을 때, 팀은 시소코, 폴센, 티아구 등을 영입해 그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그를 측면 공격수로 활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신의 터널 끝에, 안토니오 콘테라는 팀 레전드 출신 감독이 그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콘테 체제에서 안정감을 찾은 그는 유스때의 셰도우 스트라이커와는 달리 트레콰르티스타(CAM)나 메짤라(CM)11-12 시즌 아르투로 비달과 폴 포그바와 함께 MVP라인을 형성하며 39경기 104도움을 기록하면 전성기를 달렸다

 

그리고 13-14시즌 알레그리 감독이 부임했을 때도 절대신뢰를 받으며 레지스타(CDM)로 활약했다. 미드필더를 총망라한 그의 활약은 15-16시즌까지 이어졌으나, 그 해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며 현재까지 폼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록 현재의 폼은 좋지 않지만, 그는 잔루이지 부폰,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와 함께 현재 팀의 상징 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뒷전으로 밀리는 경험을 겪어도, 그는 다시 유베의 유니폼을 입고 뛸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것이다.

 

 

 

 

유벤투스의 심장이자 두뇌, 그리고 정신

소제목의 표현과 같이, 그는 유벤투스라는 빅클럽의 중요한 부분을 꽤나 많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그가 그의 소중한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먼저, 그는 활용도 높은 육각형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심장과 두뇌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선 글을 반복하자면, 그는 유스시절 셰도우 스트라이커로 활동했고, 엠폴리와 유베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역할을 부여받기도 했으며, 피를로가 아팠을 때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써 제 몫을 다하기도 했다. 그밖에 LMRM으로 뛴 적도 있다.

 

미드필더라면 어느 위치에서도 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만 아니다. 공격수였던 어린 시절 덕분에, 퍼스트 터치와 탈압박, 킥력과 골 결정력은 미드필더의 능력을 넘어서게 되었고, 성년기의 경험으로 태클링, 패싱력, 경기 조율 능력, 그리고 멘탈까지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실제로 14-15시즌 챔스 결승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플레이를 해낸 전례는 그의 안정된 멘탈리티를 보여준다. 그가 팬들에게 촉망받으며 팀의 레전드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신사는 숙녀가 필요로 할 때 떠나지 않는다는 델 피에로의 명언으로 대표되는 유베의 정신에 확실히 부합하는 선수이다

 

실제로 그는 에이전트가 팀을 떠나라는 유혹을 하자 그를 즉시 해고하고 가족을 그의 에이전트로 삼았다. 더불어서, 그는 인터뷰나 SNS에 팀 사랑 글이나 발언을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터뷰 때, 팀을 떠날 마음이 없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도 했고, 팀 역대 출전 2위의 잔루이지 부폰조차도 마르키시오가 흑과 백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렇듯 마르키시오는 팬들에게 단순히 팀의 소중한 선수 개념이 아닌 팀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사랑받고 있다.

 

 

                   

일 프린치피노는 떠나지 않는다

마르키시오의 커리어와 영향력은 타팀의 팬에게는 한없이 작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의 마음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하지만, 비안코네리의 팬들에게 마르키시오는 그 어느 범세계적 수준의 선수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는 25년째 비안코네리에 헌신하는,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소중한 일 프린피치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이적설이라는 보통의 선수들의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가 다른 선수들과 같은 결말을 맺을 것이라고 감히 상상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상상하는 소수의 이들은 비안코네리의 팬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타를 받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어린 왕자는 떠나지 않는다.”

 

 

1)비안코네리는 유벤투스의 애칭입니다(작성자 주)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