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진의 스포츠 칼럼 11]'49경기 무패' 아스널 기록, 언제쯤 깨질 것인가

리버풀에 시즌 첫 패배한 맨시티, 이를 통해 회자되는 아스널의 '무패 우승' 기록

이번시즌 첫 패배를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  .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아래 EPL)에서 가장 독보적인 활약으로 리그 성적 22경기 20승 2무. 리그 1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그 어느 팀을 상대로도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맨체스터 시티가 지난 15일, '안필드의 지옥'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시즌 리그 첫 패배를 기록했다.

특히 수비에서 리그 22경기 동안 13실점만을 허용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맨시티였지만, 이번 경기에서 리버풀에 4실점을 내주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대량 실점을 허용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지난 2003년 5월 이후 단 한 번도 안필드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맨시티였기에 팬들의 아픔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리그 중 절반 이상의 경기가 진행되었음에도 맨시티는 단 한 경기도 패배를 내주지 않으면서 '무패 우승'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결국 과거 아스널이 이룬 '무패 우승'의 대기록은 쉽게 깰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이 이번 경기였다.

그렇다면 가장 안정적이었던 맨시티가 4실점이라는 대량 실점을 허용하며 처참하게 무너진 이유는 무엇이고, 이번 경기를 통해서 많은 팬들에 의해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된 그 대기록은 과연 무엇일까.

 

전방압박으로 승리를 가져온 리버풀 .

 

맨시티의 '무패 질주' 무너뜨린 리버풀의 공격진

앞서도 언급되었듯, 이번 시즌 리그 22경기 13실점으로 2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실점을 기록했던 맨체스터 시티였다. 하지만, 리버풀을 상대로 한 경기에서만 무려 4실점을 허용하였다.

사실 전반전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불안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또한, 전반전이 끝날 무렵 르로이 사네의 동점 골까지 터지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량 실점은 후반전부터 시작되었다. 로베르투 피르미누의 환상적인 칩슛으로 경기 흐름이 다시 리버풀 쪽으로 기울어지자, 자신감을 얻은 리버풀 선수들이 전방에서 맨시티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이어서 3분 만에 리버풀의 사디오 마네가 맨시티 수비진들의 실책을 기회로 추가 골을 터뜨렸고, 다시 한번 강한 전방 압박으로 이번 시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맨시티의 골키퍼 에데르손까지 클리어링 실책을 범하게 했다. 

그렇게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온 리버풀은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모하메드 살라까지 득점포를 쏘아 올렸다. 이번 시즌 처음 맛보는 대량 실점에 맨시티 수비진들은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경기 중 약 8분 만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되찾으려고 했던 맨시티는 후반 막바지에 이르러 84분 베르나르도 실바와 추가시간 일카이 귄도간의 추격 골로 끝까지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이번 시즌 처음으로 리버풀에 승점 3점을 내주게 되었다.
 

무패 우승의 주역, 티에리 앙리 .

 

 

아스널 '무패 우승' 후 14년, 다시 대기록 세우는 팀 나타날까

사실 이번 시즌 맨시티의 리그 18연승은 엄청난 기록이고, 또 현재까지 맨시티의 리그 우승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기는 많은 맨시티 팬들을 가슴 아프게 하였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맨시티 팬들은 '리그 무패우승'을 언급할 것이다.

지난 2003-2004시즌,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절대 잊힐 수 없는 대기록이 나온 바 있다. 리그 무패, 그 대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프리미어리그 팀 아스널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당시 아스널은 3시즌에 걸쳐 무려 49경기 무패를 기록했다. 2002-2003시즌, 사우스햄튼과 선덜랜드를 상대로 한 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총 10득점을 기록하면서 2승, 한 시즌 무패 우승이라는 대기록이 세워진 다음 시즌에서의 9경기 무패 행진까지 합치면 말이다. 이는 그야말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록'이었다.

그런 아스널의 대기록은 다른 팀 입장에서는 당연히 탐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 맨시티와 리그 무패우승 당시의 아스널의 22경기 실점 수를 비교해 보았을 때, 맨시티가 13실점, 아스널이 14실점으로 맨시티가 근소하게 더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이번 시즌, 맨시티 팬들은 지난 2003-2004시즌의 아스널보다 더욱 완벽한 무패우승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아스널의 무패우승 주역은 티에리 앙리와 로베르 피레스, 솔 캠벨 등. 지금의 맨시티 또한 막강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당시의 아스널은 EPL을 넘어 세계 그 어느 팀과 맞붙어도 무너지지 않을 선수진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아스널의 무패우승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다시 한번 축구팬들의 머릿속에 새겨지게 되었다.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볼 수 있는 아스널의 전설들 .


약 14년이 지난 현재, 또 한 번의 대기록이 나올 것으로 가장 유력했던 이번 시즌도 물 건너가게 되었다. 그렇다면 EPL에서 그들이 세웠던 대기록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현재의 아스널은 중하위권 클럽들을 상대로도 버거운 모습을 보이며 과거의 모습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또한, 기존에 주목받지 않았던 클럽들이 상승세를 보이며 2000년대 이후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번 시즌이다.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 과연 언제쯤 축구 팬들은 무패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그 대기록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생각보다 적지 않다.

자신이 응원하는 동안에 무패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보았다는 것은 어쩌면 남들은 절대 보지 못할 엄청난 행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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