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칼럼

[조영호의 무비칼럼 12] <신과 함께: 죄와 벌> 신파와 함께(스포일러無)

아무도 본 적 없는 세계와 아무도 안 본 적 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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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는 '파괴왕'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주호민 작가의 대표적인 웹툰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관심이 쏠렸던 작품입니다. 특히 영화 개봉 후 반응을 보고 속편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두 편을 제작하는 것이 확정되면서 이전까지의 한국영화들과는 스케일이 다를 것을 예고해왔죠.

첫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기대보단 걱정이 앞서 보였습니다. 웹툰에서 보여주었던 방대한 이야기를 2시간가량의 러닝타임 동안 보여주어야 하니 대대적인 각색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참고로 저는 웹툰이라는 걸 단 한 편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웹툰이라는 장르에 그다지 흥미가 가진 않더라구요.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까 재연재되는 원작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신과 함께 : 죄와 벌>에 대해 어떠한 선입견도 가지지 않은 채 극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 <신과 함께>에 대한 제 리뷰는 원작과의 비교보단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객관적으로 아쉬웠던 점을 중심으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좋았던 점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역시 화려한 시각효과였습니다. 물론 슈퍼히어로 장르의 엄청난 CG에 눈이 높아져있는 상태라 어색한 부분들이 여럿 보였지만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들 중에선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귀와 강림의 도심 추격전은 정말 볼만 하더라구요. 시각적인 즐거움 측면에서는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가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7가지 지옥의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불, 물, 얼음, 모래, 숲 등 다양한 자연물에서 착안한 지옥의 모습들은 매번 색다르게 구현되어 다음 지옥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게 만들더군요. 다만 이 지옥들 중 일부는 거의 스쳐 지나가듯이 보여주고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아쉬웠습니다만 제한적인 러닝타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캐스팅 역시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였습니다. 이제 멀티 캐스팅은 한국영화에서 흥행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된 것 같군요. 아마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는 1987과 더불어 '역대급' 캐스팅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은데요.


차태현(김자홍), 김동욱(김수홍), 하정우(강림), 주지훈(해원맥), 김향기(덕춘), 오달수(판관), 임원희(판관), 정해균(변성대왕), 김수안(태산대왕), 장광(진광대왕), 김해숙(초강대왕), 김하늘(송제대왕), 이정재(염라대왕)...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한번쯤은 들어보셨거나 스크린에서 만난 적 있는 배우 분들일겁니다. 카메오 수준의 배역에도 우리가 잘 아는 여러 배우들이 숨어있으니 그런 걸 보는 것도 <신과 함께>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신과 함께>는 좋았던 점보다 아쉬웠던 점이 더 컸습니다. 우선 저는 원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원작은 이랬는데 영화는 이게 모자라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엔 관심이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즐기는 게 맞는 거죠. 하지만 그런 걸 배제하더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스토리가 너무 부실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영화가 가지고 가야 할 중심적인 주제가 식상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주제가 어떤지는 말씀드리지 못합니다만 제가, 그리고 원작의 팬들이 <신과 함께>에게 기대했던 건 그런 식상한 주제로부터 파생된 신파가 아니었을 겁니다. 네, 이 부분 역시 이해는 갑니다. 투자비가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만큼 수익성을 보장 받아야 했고 그러려면 사람들을 짧은 시간 안에 극적인 스토리로 사로잡아야 했겠죠. 김자홍의 직업이 소방관으로 각색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부실해진 중심 주제와 스토리 하에서는 주인공이 빛을 발하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영화관을 나올 때 제 머릿속에 남는 인물은 김자홍이 아닌 강림과 김수홍, 그리고 성주신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영화 보신 분들만 아십니다) 정의로운 망자라는 컨셉을 위해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져왔지만 정작 영화가 중반부를 향해 가면 이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메리트는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김자홍이 주인공으로서의 매력을 잃어갈 때쯤 강림과 원귀가 엄청난 추격전을 벌이게 되고, 김수홍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우리의 정의로운 망자는 기억 속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염라대왕을 마주하면서 그를 완전히 망각하고 말죠. 뭐 차태현 씨의 연기가 어색했다는 얘기도 있던데 제가 문외한이라 그런지 저는 연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평가를 내리지는 못하겠더라구요(아, 그 와중에 김동욱 씨의 연기는 정말 끝내주더군요) 다만 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이 너무 없다는 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히려 연기에 대한 불만은 차태현 씨가 아니라 주지훈 씨에게 있습니다.

사실 이건 배우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설정의 문제죠. 제 눈에는 해원맥이 왜 이렇게 가볍고 촐싹 맞아보이는걸 까요? 그냥 캐릭터 설정이 그렇다고 치부하기엔 저는 다소 흐름을 깨는 수준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달수 씨와 임원희 씨가 연기한 두 명의 판관도 마찬가지였죠.




마무리하자면 <신과 함께 : 죄와 벌>은 시각적인 완성도는 정말 뛰어났지만, 스토리에 있어서는 지금까지의 한국 영화들이 반복해온 신파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었습니다. 시각적인 만족도가 아주 훌륭했기에 제 입장에선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만약 이야기가 좀 더 탄탄했더라면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았거든요.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수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제작사의 입장에서 비주얼과 이야기 둘 다 만족스럽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저의 작은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칼럼소개: 영화 칼럼이 영화에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칼럼은 하나의 견해를 제시할 뿐 영화에 대한 실질적 감상은 여러분 개인의 몫입니다. 영화에 대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영호의 무비칼럼]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