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호의 무비칼럼 11]<저스티스 리그> DC의 정의는 죽었다(스포일러有)

슈퍼맨은 살아났을지언정 DC는 영원토록 살아나지 못하리라

#이 글은 Rapid Mouse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younghoyaa38/221183109128

 

 

DC가 <원더우먼>으로 잠시 희망을 보여주더니 <저스티스 리그>로 그 희망을 완전히 짓밟아버렸습니다. 오죽하면 <맨 오브 스틸>이 재평가받을 정도일까요. 참고로 저도 지금 생각해보니 <맨 오브 스틸>을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액션이라는 측면에선 지금까지 봐온 슈퍼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는 꽤 상위 클래스에 속합니다. 네, DC유니버스의 시작을 열려고 했던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을 그따위로 만들 때부터 DC는 정신 상태가 썩어빠졌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DC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제 생각에는 더이상 감독을 욕할 상황은 아닌 듯합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과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이 사실 그렇게 형편없는 감독들은 분명히 아니거든요. 아무래도 워너 브라더스가 분명히 개입을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아, 물론 마블의 영화 역시 디즈니의 간섭을 받습니다. 하지만 둘 사이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캐릭터를 다루는 데 있습니다.

 

 
제 생각에 마블과 디즈니는 자신들이 영화화하려는 캐릭터의 매력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매력을 곧 개성화 시키고, 각각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어벤져스>라는 어마어마한 파티를 벌이죠.


DC로 넘어가볼까요? 뭐 DC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워너 브라더스가 캐릭터의 매력을 모른다는건 확실히 입증 되었습니다. 슈퍼 히어로에 문외한인 사람들조차 흔히들 알고있는 슈퍼맨과 배트맨, 거기에 원더우먼까지 데리고 있고, 플래쉬, 사이보그, 아쿠아맨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더해 <저스티스 리그>를 결성했지만 이상하게 그들이 매력있게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의 이야기와 큰 사건을 모두 다루는 건 무리였던 것이죠.

 

 

그들이 매력이 없다는 건 액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DC영화가 액션으로는 절 실망시킨 적이 없었는데, <저스티스 리그> 덕분에 처음으로 액션에 실망했습니다. 배트맨은 말할 것도 없고, 사이보그, 플래쉬, 아쿠아맨, 심지어 원더우먼의 액션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슈퍼맨은 예외로 칩시다. 끝판왕이잖아요^^)
 

뭐 아쿠아맨은 이름만 아쿠아지 물을 활용한 능력은 딱 한 번 보여주더라구요. 그 외에는 그냥 삼지창 들고 싸우는 야생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이들이 뭔가 팀으로 한데 뭉쳐서 싸우는 그런 장면도 거의 없습니다. 이 영화가 저스티스 리그의 영화인가요, DC가 처음 선보이는 히어로들의 솔로무비에 대한 예고편인가요?

 

 

스토리의 개연성 문제는 오래 전부터 DC 영화의 고질적 문제였습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절정을 찍었죠. 빌런인 스테판 울프부터 얘기해보자면 스테판 울프는 지금까지 슈퍼 히어로 영화 속 모든 빌런들 중 제게는 최악이었습니다. 아니, 무슨 이 인간이 지구에 침공해야만하는 이유도 없고, 계속 어머니 얘기만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지를 않나, 그래도 좀 센 녀석인가 싶었는데, 슈퍼맨의 부활과 함께 무참히 쓰러지는 모습은 마블 영화 속 빌런들의 허무한 최후를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히어로를 다루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빌런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것입니다. 히어로와 거의 대등한 위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싸우면서 스토리를 이어가고, 때로는 그들이 각성할 수 있도록 본의 아니게(?) 도와주기도 하죠. 하지만 스테판 울프는 어땠나요? 힘도 명분도 아무것도 없는 빌런이었습니다.

슈퍼맨의 부활은 어떤가요? 배트맨은 저스티스 리그를 결성해놓고는 원더우먼에게 리더를 넘기려고 하면서 한편으론 슈퍼맨을 부활시켜야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세상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다른 더 강한 존재들에게 너무나 의존하고 있었죠. 이 부분부터 사실 맥이 빠집니다. 

 

결국 저스티스 리그는 슈퍼맨이 없으면 세상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걸 직접 입증한 셈이죠. 이 얼마나 위대한 히어로 집단입니까? 게다가 기껏 부활시켜놓은 슈퍼맨은 난데없이 히어로들을 공격하죠.전 이 부분이 제일 황당했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모른다는 원더우먼의 대사 한줄로 상황을 납득 시켜보려 하죠. 하지만 슈퍼맨 본인은 그 상황에 대해 언급조차 없습니다.
 

그 말은 결국 왜 슈퍼맨이 그런 행동을 보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관객인 우리조차도요. 그리고 그런 슈퍼맨을 진정시킨 건 누구일까요? 네, 맞습니다. 우주 최강의 여인 로이스 레인이었습니다.

 

 

DC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 충분히 거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더우먼>에서 잠시나마 개선 여지를 보여주더니 도대체 이 중요한 시점에서 왜 이러는 걸까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안타까운 사정으로 영화에서 하차하고, <어벤져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연출한 조스 웨던 감독이 후반 작업을 마무리 했다는 사실 때문에 간혹 잭 스나이더 감독의 버전을 내놓으라고 하는 팬 분들도 계시던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워너브라더스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서 생긴 또 한 번의 참사입니다.
 

(참고로 잭 스나이더 감독은 자신의 딸인 어텀 스나이더가 자살한 이후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다가 스스로 감독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부디 무거운 마음 잘 추스르시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 활동 해주시길 바랍니다.) 도무지 희망을 가질래야 가질 수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남아있는 아쿠아맨, 플래쉬, 사이보그의 솔로 무비와 아직까지 확실한 소식이 없는 배트맨의 솔로 무비는 DC유니버스를 어떤 운명으로 몰고 갈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칼럼소개: 영화 칼럼이 영화에 있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칼럼은 하나의 견해를 제시할 뿐 영화에 대한 실질적 감상은 여러분 개인의 몫입니다. 영화에 대한 각자 다른 생각들이 모여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조영호의 무비칼럼]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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