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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진의 휴먼 인 스포츠] EPL 사생팬부터 통신원이 되기까지...성공한 덕후 허유미씨를 만나다

사생팬에서 어느덧 인터뷰어(interviewer)가 된 한국인이 전하는 생생한 영국 축구 이야기

축구팬 뿐만 아니라 어느 한 분야에 열정적인 사람들은 주변인들에게 '덕후'라는 단어를 들어본적이 있을 것이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 발음인 '오덕후'에서 나온 단어인데, 사실 이는 사회성이 부족한 이들을 지칭하는 단어이지만 때로는 무엇인가에 엄청난 열정을 쏟아붓는 이들을 지칭하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오늘은 전세계 수 많은 부류의 덕후들 중, 축구를 사랑하는 축구 덕후, 그 중에서도 어쩌면 한국인으로서 가장 성공한 축구덕후일지도 모르는 한 축구팬을 만나보았다.


조금 흥미로운 점은, 언젠가부터 선수들은 그녀를 팬의 입장이 아닌 자신을 인터뷰하는 인터뷰어(interviewer)의 입장에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4년 전부터, 국내 유명 스포츠 언론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통신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


다음은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준 축구팬인 그녀와 나눈 이야기들이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4년전 우연하게 국내의 한 언론사에서 EPL 통신원으로 활동하게 된, 평범한 축구팬 허유미라고 합니다." 


-통신원 이라는 직업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이 있나요? 


"우선 통신원이라는 직업은 한국에 계신 해외 스포츠 기자분들을 대신하여 취재 기사를 작성 및 제공하는 일을 주로합니다. 저는 이곳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거들을 위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웃음). EPL 통신원이 되기 위해 특별히 요구되는 조건은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국내 기자분들을 대신하여 취재를 담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축구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뛰어나야 하겠죠. 또한 EPL 기자 프레스증을 소지해야만 믹스존(인터뷰룸)에 출입이 가능한데, 이는 소속 언론사에서 제공해주고있습니다."


 -많은 직업들 중에서 특별히 통신원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축구를 보게 되었어요, 2002년 월드컵부터는 완전히 축구에 빠지게 되었죠. 사실 저희 부모님께서 영국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데 설기현 선수가 자주 방문 해주시면서 늘 티켓을 주셨습니다. 그때부터는 직관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이후로는 축구에 대한 여러 기사들을 즐겨보았고 저도 기사를 너무나 쓰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 등을 통해서 EPL에 대한 글들을 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약 2년 간 한국에 거주했던 기간이 있었는데 국내 스포츠 언론사 기자분들을 대신하여 현지 거주자가 대신 취재를 진행하는 '통신원' 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곳저곳에 문의를 넣어봤죠(웃음). 사실 쉽지는 않았는데 몇몇 지인 분들을 통해서 아주 우연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네요"





-한국 축구와는 다른 영국 축구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을까요?


"제가 한국축구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팬들의 관심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영국에서는 7부리그까지도 가족이 전통적으로 응원을 합니다(웃음). 또한 영국 축구는 각 구단의 '멤버십 카드'를 소지한 팬들에게 경기 관람권을 우선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이 카드가 없으면 중요한 경기는 보기 힘들다는 점이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께서 잘못 생각하시고 계시는 것이 있는데 영국에서는 TV를 통해 중계를 보기가 한국에서 보다도 어렵다는 것 입니다.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축구중계를 유료로 봐야하죠. 아니면 불법으로 중계를 해주는 그런 사이트를 통해서 관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웃음). 그래서인지 현지에서는 1부리그 이하, 즉 2부리그 부터는 2부리그 소속 구단의 팬이 아니라면 챔피언십(2부리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통신원의 신분으로 처음 인터뷰를 진행했던 선수는 누구였고, 어떤 심정이었는지?


"팬이 아닌 통신원의 입장으로 처음 인터뷰를 진행했던 선수는 이청용 선수였습니다. 너무 떨려서 걱정을 많이했는데 다행히도 이청용 선수께서 인터뷰를 정말 잘 이끌어주셔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수많은 EPL 스타들을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선수는?


"사실 저는 카를로스 테베스 선수와 자주 보면서 어느덧 얼굴을 알아보는 팬이 되었어요. 당시 테베스 선수에게 여성 선수들은 매우 생소했는데, 그것도 보기 드문 아시아인 팬이 자신을 계속 쫒아 다니니까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테베스 선수 말고도 마이클 오언과 리오 퍼디난드 등 다양한 선수들에게 선수을 줬었는데, 진심으로 고맙다며 sns에 제 선물을 사진으로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나요? 언어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인타운에 거주해서 그런지 차별을 덜 받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언어 역시 그 때문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2년간 한국에서 거주했을 때가 적응하기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웃음)."



 -영국 내에서 여성들의 축구 사랑은 어느정도인가요? 여자축구에 대한 고정관념은?


"여성이 축구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정관념이 조금씩 존재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께서 영국인이라면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가 축구를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영국 역시 다른 나라와 다를 것 없이 축구를 좋아하는 여성보다 남성의 비율이 높죠. 현장에서 취재할 때 제가 본 기자분들의 성비는 70대30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여성분들이 남성분들보다 축구계에서 일하기 쉽지 않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국에서는 축구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거의 혀지 반응은 어떤가요?


"최근 토트넘 홋스퍼 FC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여러 미디어나 현지 팬들의 분위기를 통해서 손흥민 선수 역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스완지시티 AFC의 기성용 선수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팀 내에서도 주요 선수로 인정받고 있죠. 팀의 상황이 워낙에 열악한 시기라 기성용 선수 같은,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선덜랜드 AFC로 임대 이적했을 때는 다들 마음이 아프다는 분위기 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청용 선수는 그동안 크리스탈 팰리스 FC 내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어요. 몇 번 출전했을 때도 아쉽게 실수를 범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이미지가 좋지 못합니다. 하지만 '빨리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으로 이적했으면 좋겠다'고 위로의 말을 해주는 팬들도 많습니다."




-향후계획은?


"사실 저는 구단에서 근무하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꼭 빅클럽이 아니더라도, 그리고 EPL이 아니더라도 꼭 팀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네요(웃음). 제 꿈을 위해서, 과거에서 부터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계속 도전할 계획입니다. "


-본인과 같은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통신원을 꿈꾸신다면 한국의 언론사를 통해서 현지 통신원이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떠한 위치에도 쉬운 것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그 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PL은 누군가에겐 절대 진출할 수 없는 큰 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적어도 축구 팬에서 시작해 평범하지 않은 경험을 한 그에게 EPL의 의미는 전혀 달랐다. 허유미씨에게 EPL은 그가 좋아하는 축구 리그였으며 자신이 활동하길 희망하는 무대였다. 그녀는 EPL에 절대 진출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임했다.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일을 하나씩 이루게 됐다. 축구가 아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열정적으로 달려간다면 어떤 꿈이든 반드시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