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있어요

거점개발은 정의로운가?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거치면서 국가의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주로 하향식 지역 개발 사업을 시행하였다. 하향식 개발은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즉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는 개발이다. 1972년부터 1981년까지 시행된 제 1차 국토 종합 개발 계획은 대표적인 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로, 거점 개발 방식을 통해 개발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수도권과 남동 임해 지역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것을 도왔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인구와 공업 기능의 지나친 집중의 탓으로 '역류 효과'가 발생하여 주변 지역과의 격차가 심해지게 되었다. 지역격차의 문제는 자본주의인 우리 사회에서 큰 화두가 되고 있다. 바로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문제점인 '공리주의'의 관점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지역 격차 같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아도 절반 이상은 사회 제도의 기본 덕목으로 요구되는 '정의' 라고 할 것이다. 정의는 사회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규범이나 기준으로 간주된다. 사회갈등 앞에서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규범인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가 베스트 셀러인 이유와 동일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우리는 정의를 잘 알면서도 모르기 때문이다. 130만권이 팔린 '정의란 무엇인가'의 독자들은 정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이 생겨 답을 얻기 위해 책을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의를 알려면 이렇게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 130만 권이 팔렸어도 여전히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너무 궁금해 내 옆에 있는 한 살 어린 여동생에게 정의란 무엇인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단 5초의 망설임 없이 그녀는 공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꽤 괜찮은 정의라고 생각했다.  




지역개발의 해결책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각자의 몫을 분배하는 것이다. 롤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의 원칙에 따라 최대의 선을 창출하는 제도가 정의롭다 말한다. 한마디로 정의는 최대다수의 행복과 직결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정의는 법률로 구현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칙도 법률을 토대로 형성한다. 공리주의에 문제가 존재할지라도 민주주의를 선택한 우리는 이를 대체 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고 생각한다. 


법률과 공리주의로만 구현되는 정의의 모습은 너무나 차갑다. 과대 도시문제, 자본의 투하에 유리한 지역의 개발의 추진과 같은 모습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함, 보편적인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거점개발과 같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시민윤리와 불의한 세상에 대한 용기 있는 외침, 그리고 같은 나라에 사는 공동체로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공감과 배려가 진정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면서 생긴 고민해 볼 점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리주의의 대체수단은 정말 없는가?', '밀의 공리주의와 벤담의 공리주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거점개발을 '효율성' '합리성'과 연관 지어도 '정의'와 대비된다고 볼 수 있는가?' 이다. 이 질문들은 더 고민하며 공부하고 다음 글에서 답을 내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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