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성준의 스포츠칼럼 12] 알아두면 쓸데 있을지도 모르는 '축관축외' 지식

축구와 관련된 축구 외적 지식들

축구를 매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축구 규칙, 선수들, 여러 전술 등을 말할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축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축구 내적인 것만을 생각하는 풍토와는 다르게, 축구를 봄으로써 배울 수 있는 축구 외적인 지식들이 상당히 많다

 

축구를 보는 우리들은 De Gea라는 선수를 자연스럽게 데 헤아라고 읽으며(그 영어 발음이 데 사실 데 게아인데도), Ronaldo를 호날두라고 읽는다. ,아이슬란드 선수들의 이름 짓는 법 이른바 손의 법칙을 알고 있으며, 디나모 자그레브가 크로아티아 클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별 것 아닌 것 같은, 축구팬에겐 필수 같은 이런 상식들이 보통 사람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을, 범접하기 힘든 고차원적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지식을 얻었으면 활용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우리도 모르게 축적되어 온 축구와 관련된 축구 외적 지식을 쓸 수 있게끔 도와주고자 한다. 축구 칼럼임에도 지나치게 학술적인 내용에 유의하시길 바란다. 머리가 아플지도 모른다.

 

스페인과 독일, 그리고 남미의 발음법

 

우리 같은 보통의 축구팬들은 스페인어나 독일어 같은 언어를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우리는 축구 선수의 이름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음법을 배웠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De GeaSergio Ramos를 발음 해보라. 자연스럽게 데 헤아와 세르히오 라모스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Joaquin도 발음해보라. 이번에도 호아킨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이제 여러분은 스페인어 자음의 발음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농담이냐는 질문이 나오겟지만 농담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는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되 예외가 있다. 스페인어의 예외는 g j, 그리고 h이다. ga, o, u 앞에선 의 발음을, I,e 앞에선 g의 발음은 한다. 그리고 j는 항상 발음이며, h는 묵음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런 복잡한 개념을 알게 된 것이다

 

축구와 언어의 관계는 또 다른 문자에서도 나타난다. 독일어이다. 우리는 ‘Ö’라는 글자를 배운적은 없지만 발음할 수는 있다. ÖzilHÖwedes라는 이름들로 말이다. 외질은 그렇다쳐도, 회베데스는 독특한 독일어만의 특징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는 이름 중 하나인데, 바로 W으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이는 Weigl(바이글)이나 RÖw(뢰브)에서도 찾아 볼 수있다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언어를 배웠다. 그리고 이 글의 마지막 언어 바로 포르투갈어와 남미의 언어가 남았다. 한 가지 언어를 배운다면서 두 언어를 써놓은 것이 의아한가? 그럴 것 없다, 사실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만 알면, 남미 대부분에서 말이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미는 사실 과거 라틴계, 즉 이베리아 반도의 두 국가에 의해 식민지배를 받았었다. 그로 인해 언어와 문화 등 다양한 것들이 전파되었다.(물론 축구도 그때 전파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는 포르투갈 축구 선수 이름과 브라질 선수 이름이 매우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브루노 아우베스(포르투갈)와 다니 아우베스(브라질), 다닐루 페레이라(포르투갈)와 다닐루(브라질)같이 말이다

 

이 역사적 근거에 다르면 크리스티아누 도스 산토스 아베이루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가명을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 증명된다.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의 일상적 축구에 이런 언어학적 지식, 역사적 지식과 관련이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직 한 단계가 끝났을 뿐, 우리에게는 문화와 지리의 단계가 남아있다.

 

아이슬란드의 손의 법칙과 수도들

 

우리는 최근 유로2016이나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아이슬란드라는 국가를 많이 보았다. 인구 30만으로 기적을 쓴 팀, 영화감독 골키퍼와 치과의사 감독이 기적을 일구어 낸 팀이어서 우리의 시선이 돌아갈 틈이 없었다. 그들의 이름까지도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라인업을 보자. 핀보가손, 잉가손, 시구르드손, 시구트르손...... 정말 의 향연이다. 그리고 이 이름들에는 아이슬란드 고유의 작명 문화가 그대로 들어있다에버튼과 아이슬란드의 에이스, ‘길피 시구르드손을 예로 들어보겠다. 만약 시구르드손의 아들 이름이 스테판이라면, 아들의 풀 네임은 스테판 길피손이 된다. 아버지의 이름+손이 성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son’으로 즉, 아들이라는 뜻이다. 길피의 아들 이라는 의미의 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딸의 경우에는 도티르가 붙는다.

 

만약 아이슬란드 여자 축구팀이 생긴다면, 모두가 도티르로 끝날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이런 독특한 작명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선수의 아버지 이름을 알게 해준다. 언젠가 축구 문외한들과 함께 아이슬란드인을 보게 되면, 우리는 오늘 배운 상식으로 자랑스럽게 이름 짓는 법을 말해 줄 수 있다

 

어느덧 마지막 지식이다. 이 지식은 친구들끼리 게임을 하거나 다른 나라를 방문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바로 수도이다. 런던에 4개의 축구 클럽이 있는 것처럼, 각 나라의 수도에는 대부분 그 나라의 강팀이 진영을 틀고 있다. 따라서 들어봄직한 나라의 클럽을 한 개 정도만 알고 있으면 수도를 알 가능성이 높다. 크로아티아와 카자흐스탄의 클럽 중 아는 팀이 있는가? 모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챔피언스리그에 자주 얼굴을 비춘 디나모 자그레브와 아스타나를 말할 것이다

 

벌써 우리는 남들이 잘 모르는 두 나라의 수도를 알게 되었다. 예상대로, 크로아티아의 수도는 자그레브, 카자흐스탄의 수도는 아스타나이다. 필자는 이런 식으로 우크라이나(키예프-디나모 키예프), 폴란드(바르샤바-레기아 바르샤바), 그리고 이스라엘의 전 수도(텔 아비브-마카비 텔 아비브)를 알게 되었다 이 글에 언급한 팀 말고도 다른 나라의 수도를 알 수 있는 팀들이 상당히 많다.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기 바란다.

 

남은 것은 활용과 탐구

 

이제 축구로 알 수 있는 축구와 관련 없는 상식을 알아보았다. 이 글이 상당히 많은 양을 자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대한 축구 세계 속에는 더 많은 고급 지식들이 있다. 각 나라의 다른 세율,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축구, 축구 상업화 등 축구와 연관된 인문적 지식과 공인구 제작법, 베니싱 스프레이, 스포츠 과학 등 자연계지식이 풍부하게 나타나 있다. 단순한 축구 경기로 만 축구를 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회, 자연적 배경과 지식으로도 축구를 볼 수 있다

 

다만, 알고 보는 것 만으로는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마치 축구 게임에서 사용해보지 않으면 심도 깊은 전술 분석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이런 상식도 적용할수록 내 것이 된다. 그리고 단순히 적용할 뿐 만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축구를 관련시키는 탐구도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도 논한 적이 없는 축구와 음악의 관계라든지, 축구로 보는 윤리적 이론 같은 것들처럼 말이다. 만약 그 새로운 개념들을 발견한다면, 지구 최고의 멀티 칼럼니스트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부제목대로, 이제 남은 것은 적용과 탐구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모두가 색다른 방법으로 축구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칼럼을 기획했다. 내 바람대로, 1년이 마무리 되는 이 시점에 오래 보관된 명경기를 꺼내놓으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축구를 보는 경험을 하는 축구팬들이 많아지길 희망한다.

 

 

칼럼소개 : 성준의 스포츠칼럼 90는 주로 해외축구에 대한 분석과 축구계의 여러가지 사건들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것입니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