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의 의료칼럼 10] 갑작스런 질병으로 인한 잠정적 장애인의 인권 사각지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잠정적 장애인

외할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좌측 상하지 마비로 잠정적 장애인이 되셨다. 외할머니가 아프시면서 장애인의 고통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었고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관심 있게 살펴 볼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장애인이라고 다 같은 장애인이 아니라 사회적 배려와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 있고 전혀 배려되지 못하는 최악의 인권침해상황에 처해있는 잠정적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으로서의 사회적 배려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현장을 담아내는 것이다. 장애인임에도 장애인 판정을 받기 전까지는 법적 장애인이 될 수 없어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외래진료를 다닐 수 있는 정도의 환자들은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비용부담도 적게 편안히 병원에 왕래를 할 수 있다. 장애인증이 없으면 장애인 콜택시를 사용할 수 없고 가까운 거리도 고액의 부담을 감수하고 10만원 상당의 사설 앰블런스를 타거나 개인 승용차로 불편하게 이동을 해야 한다. 이것은 뇌병변으로 중증 장애를 앓고 계신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겪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다. 6개월 후에나 장애진단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법적 장애인이 아닌 잠정적(장애인증이 없는) 장애인 탑승 차량이 주차를 하고자할 때 일반 주차자리에는 휠체어를 내릴 공간이 없어 세우지 못하고 장애인 주차공간에 세웠다. 휠체어를 내려 장애인을 태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주차스티커가 없으므로 장애인구역 주차위반이다. 실제상황을 설명하자면, 어머니가 아예 혼자 앉지도 서지도 못하시는 할머니를 모시고 치과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병원의 지하주차장에 내리려는데 일반차량 자리는 거의 차 있었고 장애인 주차공간은 비어있었다. 무엇보다 일반주차자리는 휠체어를 내려놓을 공간이 없다 보니 장애인주차스티커가 없음에도 장애인 주차구역에 차를 대놓으셨다. 결국 원치않는 주차위반이 된 셈이다. 현실적으로는 중증장애인인 할머니지만 아직 장애인 판정을 내릴 시기가 아니라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장애인증이 없는 잠정적 장애인의 버려진 인권

 

우리나라는 장애인증이 있어야만 국가의 보호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증이 없으면 어떠한 혜택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일례로 뇌졸중, 뇌손상 등 기타 뇌병변이 있는 경우는 발병 또는 외상 후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치료한 후에 뇌병변장애 판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뇌병변 마비에 의한 장애는 장애인이기 보다 치료가능한 질환자로 인식하는 경우로 보인다. 그 6개월 동안은 장애인이면서 일반인 신분으로 불편을 감수하면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다분히 사적인 상황인 것이다. 6개월은 짧다면 짧다지만 가족은 결코 견디기 쉬운 기간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관련법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시행 2017.10.13.] [보건복지부령 제527호, 2017.10.13., 타법개정]에 따른다.
 
장애판정시기(뇌병변 장애)

 

 장애유형

 장애판정시기

 뇌병변장애

 뇌성마비, 뇌졸중, 뇌손상 등과 기타 뇌병변(예, 파킨슨병 등)이 있는 경우는 발병 또는 외상 후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한 후에 장애 진단을 하여야 하며 최초 판정일로부터 2년 후에 반드시 재판정을 하여야 한다.

 

법령에 따른 장애 분류는 지체, 뇌병변, 정신, 심장, 발달장애(자폐증), 신장, 시각, 청각, 언어, 지적장애 등 10종이며 장애 정도에 따라 1급에서 6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장애인주차증 발급 기준(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제17조) 

 

모든 장애인이 장애인주차증을 발급받는 것이 아니라 보행상장애에 해당하는 장애등급을 가진 사람들만 발급받을 수 있다. 대부분 장애등급의 6등급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뇌병변 장애의 경우 4-6등급은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장애인 콜택시 이용 기준

 이용대상

 이용기준

 장애인

 ◦뇌병변, 지체1,2급 / 기타 휠체어 이용장애인1,2급
◦지체, 뇌병변 3급 + 임산부 병원목적 이용시(2015. 4. 15 ~)
◦외국인-휠체어 이용 장애인, 이동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1~2급 이용가능
◦복합장애 1,2급의 경우 장애인등록증 확인 후 세부장애에 이용규정 적용


다른 나라의 사례


독일은 같은 유형의 중증장애를 가졌다하더라도 각자의 욕구와 특정한 환경, 수준에 따라 서비스 선택과 내용,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영국은 장애수당과 사회복지서비스가 운영 주체 자체도 분리돼 있고 판정 방식 등도 굉장히 다르다. 경제적인 부분과 복지서비스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국은 사실상 일괄적으로 장애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장애등급제가 없다. 미국은 각 서비스마다 등급기준이 다르고 법이 다르다.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해 판정받는 시스템이다. 미국에서 ‘장애’는 일상생활이나 자립생활, 직업재활에서의 노동상실률이나 사회환경 영향, 교육기회여부 등의 여러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직업재활의 관점으로 장애를 정의하고 분류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보장법이나 미국장애인법, 재활법, 활동보조서비스 제도 등 각 법과 제도에 따라 판정기준이 다르다. 예를 들면 재활관련 서비스를 원하면 재활법에 맞는 판정을 받으면 되고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그에 맞는 심사를 받고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해결방안


우리나라는 먼저 자신의 장애를 등록해야만 국가로부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법적 장애인’으로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국가는 그들에게 정도에 따른 기준을 정하고 1급~6급 등급을 매겨서 제한 조건을 만든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할 의무로서 장애인복지법이 마련된 것인데, 장애인등급제는 여기서부터 장애인간에 차별이 시작된다. 차별은 곧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장애유형에 따라 발병 또는 외상 후 수개월이나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치료한 후에 장애 진단을 하는 현 시스템은 갑작스런 장애를 겪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고 크나큰 재난 상황이다. ‘복지’라는 것은 불편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장애인등급제를 없애고 장애인은 각자의 장애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고, 국가는 장애상태와 장애인이 처한 환경요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뇌병변에 의한 장애나 사고로 인한 일시적 장애들도 진단 즉시 불편한 현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여야한다.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복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인류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의학자를 꿈꾸는 청심국제중 의학 칼럼니스트 신승환입니다. 현재 새롭게 관심을 갖게된 분야는 인간의 뇌에 관한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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