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여러분의 후원이 이 아이의 생명을 살립니다.”


앙상한 팔과 다리, 커다란 눈망울 그리고 그 안에 새겨져있는 고통은 구호단체의 후원 광고의 전형적인 레퍼토리이다.

대부분의 후원 광고에는 후원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빈곤이 자극적으로 묘사된다. 후원 유도 등을 위해 빈곤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여 동정심을 일으키는 모금운동 방식을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라고 한다. 말초신경만을 자극하는 포르노에 빗대어 하는 말이다.

빈곤 포르노는 구호단체가 최대의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

 

빈곤 포르노는 특정 개발도상국에 대한 일방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을 형성한다

 

우리는 빈곤이라고 하면 곧장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가난과 죽음의 땅이다. 물론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고 마땅한 구제방법 또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상 아프리카보다 아시아에서 영양실조로 죽는 아이들이 더 많다.

 

"같은 한 해 동안 아프리카에서는 440만 명의 아이들이 죽는데, 아시아에서는 830만 명, 인도에서만 350만 명이 죽습니다. 설사로 인한 탈수증이나 예방이 가능한 감염증 등으로요. 나머지는 라틴아메리카고요." - “토토의 눈물” (구로야나기 데쓰코)

 

이처럼 빈곤 포르노는 미디어를 통해 특정 국가와 특정 인종에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새긴다.

   

누구를 위한 후원 광고인가

국제 구호 단체의 후원 광고는 사람들의 동점 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개발도상국을 묘사할 때 더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한다. 문제는 이런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해외의 한 방송은 에티오피아의 식수난을 촬영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물이 깨끗하자 어린 소녀에게 오염된 물을 마시게 했으며 어느 NGO 단체에서는 아동 노동 현장을 고발하기 위해 수심이 깊은 강물에 베트남 아이들을 수차례 빠뜨렸다 건지며 촬영을 했다. 자극적인 미디어를 위해 아이들의 인권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빈곤 포르노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2014년에는 개발도상국 아동에 관련된 보도물의 취재, 제작과정에서 아동의 권리 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아동권리 보호를 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월드비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세이브더칠드런 등 아동 중심 국제구호개발 NGO단체들이 참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사진 촬영 시 대상의 눈높이에서 찍을 것, 촬영 거부 의사를 표현하면 촬영을 중단할 것, 평소하지 않는 일을 연출하지 말 것, 촬영을 위해 아동을 의도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하지 말 것 등 34가지의 세부 사항이 담겨있다.



이 영상은 제시제이 price tag 우간다의 500여성들이 커버한 영상이다무기력함이나 나약함을 강조하던 기존의 모금 캠페인 영상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다르다. "우리는 당신이 원하는 것과 같은 것을 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단순 생존을 넘어 인간적인 삶을 원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빈곤 포르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그 컨텐츠들을 수용하는 태도 변화가 중요하다원조를 받는 사람들이 단순히 도움이 필요하고 개선 의지가 없는 나약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것을 원하는 노력하는 사람들임을 인식하고 빈곤 포르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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