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진의 역사문화칼럼8] 조선시대판 수능 '과거(科擧)'는 어떤 시험이었을까?

500년 전통의 인재등용문 '과거시험'에 관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고 있다수능 시험 ' 당일 듣기평가가 실시되는 시간대엔 한국 공군은 물론 주한미군 전투기도 이륙하지 않는다. 전세계를 휘어잡고 있는 미군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수능의 힘! 오늘날 대한민국에서의 수능은 비행기 이착륙은 물론 증권시장 개장시간을 조정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국가적 행사이자 국민적 초관심사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도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 중에 훌륭한 인재를 쓰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과거(科擧)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는 일은 선조들에게도 큰 고민거리이자 중차대한 일이었다.

 

조선시대판 수능’, 500여년 역사를 함께 한 인재 등용문 과거시험은 어떤 시험이었을까또한 우리 선조들은 어떠한 인재를 뽑기 위해 고심했을까?

 

조선은 이전 고려보다는 신분보다 실력을 중시하는 공공성의 원칙에 좀 더 가깝게 진보했던 사회로 인재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여러 역사적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다3년에 한 번, 조선팔도 모든 선비들이 운명을 걸었던 과거시험은 가문, 혈통, 일체의 압력이나 청탁을 배제하는 순수한 실력경쟁으로 오늘날로 치면 수능에 해당하는 소과와 각종 고시와 비슷한 대과로 나뉘었다.

 

조선시대 과거응시자격은 법제상으로는 천민이 아니며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누구나 과거에 응시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하지만 문신을 뽑는 문과나 무과에는 양반신분이 아니고는 현실적으로 응시하여 합격하기가 어려웠고 기술관을 뽑는 잡과의 경우에만 천민계통이 아니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다.

 

과거시험은 시험 전 몸수색은 물론 응시자간의 거리 6자를 필수로 적용하였으며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오려내어 따로 보관하고 심지어 누구의 글씨인지 모르게 시험관이 옮겨 적기까지 하는 등 엄격하고 공정하게 치러졌다.

 

소과는 지금의 국립대학 격인 성균관에 입학하는 자격을 얻는 시험으로 사서오경의 내용을 토대로 응시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논하는 문제가 주로 나왔으며, 대과는 관직을 얻는 시험으로 경학에 대한 이해나 시 짓기, 논술능력을 등을 평가하였는데 예비고사격인 초시에 붙으면 본고사격인 복시에 응시할 수 있었고 이 복시 합격자들이 마지막 관문인 전시를 치를 수 있었다.

 

전시는 임금이 직접 문제를 냈는데 정국 현안에 대한 이해와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였다때문에 과거시험의 이라 불리는 전시의 답안에는 관직에 입직 이후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이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도 많았다고 한다이런 사례 중 하나는 유교적 이상주의자이자 원칙론자로 불리는 개혁정치가 조광조를 들 수 있다.

 

중종은 시험에서 이상적인 정치를 이루고자 한다면 어떠한 정치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조광조는 임금이 스스로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고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다

 

 

관직에 오른 조광조는 중종에게 완벽한 도덕군주가 될 것을 강조하며 조선을 성리학적 이상사회로 만드는 개혁을 단행하였다. 이런 조광조의 모습은 그의 답안에 담겨 있었던 셈이다.

 

    

번뜩이는 천재성이 읽히는 답안도 있었다. 정조 13년 전시에 응시한 정약용의 답안이다정조가 낸 문제는 인재를 등용하는 방법이었고 이에 대한 정약용의 답안은 재상집에 묵고 있는 다섯 나그네에 대한 이야기였다.

 

재상이 나그네의 재주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맞춰 쓰듯 신하의 재능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인재 등용의 핵심이라는 내용이었다관직에 오른 정약용은 거중기를 개발하고 수원화성을 설계했으며 한강에 배다리를 놓는 등 과학기술에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아마도 정조는 정약용의 천재성과 능력을 그의 답안에서 이미 엿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전시 답안지에는 왕의 질문에 당당히 답하는 예비 관료들의 패기와 포부를 읽을 수 있었는데 조선시대의 임금은 과거시험에서 자신의 고민을 젊은 인재들에게 물으며 앞으로 조선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임금과 신하가 함께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했다.

 

2017년 대한민국21세기 정보화 시대와 다가올 4차 혁명을 준비하는 현시점에서의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앞으로의 인재 양성 선발 방식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선별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특히 융합적 사고와 창의력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인재의 능력임에도 현재 대한민국은 수능과 공무원 시험, 각종 고시에 모든 청춘들이 목을 매고 있다.

 

결국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유치원생, 초등학생, 심지어 대학생까지 가세한 선행학습과 사교육 바람에 학원가와 고시촌만이 활황을 이루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시험공화국 대한민국을 떠올리며 여태 이러한 시험을 통해 어떤 인재를 선발하고 있었는지 우리의 앞날을 위해 앞으로는 어떠한 인재를 키우고 선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칼럼소개: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하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찾아  칼럼을 통해 쉽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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