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마케팅 이야기 01] 소비자의 취향 저격 비법은 뉴로마케팅?!

뇌과학과 마케팅의 만남, 소비자의 '거짓말'을 이겨내다

한 해에 우리가 참여하는 설문조사는 과연 몇 개나 될까? 학교폭력 실태조사, 교원능력개발평가 같은 의무적인 설문조사부터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음식점 만족도 조사까지. 우린 참 많은 조사에 응답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런 설문조사들에 매번 솔직하게 답하는가? 남의 눈을 의식해 무의식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른응답을 선택하거나, 이렇다 할 의견이 없어 설문지의 질문에 대충 응답한 적은 없는가?

 

실제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답변과 숨겨진 심리가 상이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이는 기업이 진행하는 시장조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기업에게 이런 설문조사에서의 소비자의 거짓말넘어야 할 산과 같다. 따라서 최근에는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소비자조사의 한계를 극복할 보다 과학적인 조사기법으로 뉴로 마케팅 (Neuromarketing) 주목을 받고 있다.

 

 

뉴로 마케팅이란 신경과학을 의미하는 뉴로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함으로써 소비자심리 소비 행동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마케팅에 응용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광고, 브랜드를 보거나 듣게 한 후 뇌 분석 기술을 이용해 뇌세포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측정하여 소비자 심리나 행동을 분석해 내는 기법인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이성적 판단을 넘어 그들의 숨겨진 속마음까지 파악할 수 있는 마케팅 기법이기 때문에 기업으로 하여금 소비자를 위한 취향 저격판매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비록 우리에게는 생소한 마케팅 기법이지만 세계적인 경제지 《포춘》은 뉴로 마케팅을 미래 10대 기술로 선정했고,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등도 다양한 산업에서 뉴로 마케팅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국내 일부 기업들도 뉴로 마케팅을 채택하고 영업에 적극 활용 중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화장품 브랜드 헤라가 있다. 헤라의 경우, 감성영역인 우뇌의 반응이 예상보다 적어 친밀감이 모자란다는 소비자대상 fMRI(뇌가 활동할 변화하는 혈류 안의 산소량을 측정해 뇌의 활성화한 부분을 보여주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분석결과를 반영하여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했다. 새로 출시한 크림의 용기를 휴대가 용이한 사각형으로 바꾸고, 백화점 매장도 제품색감과 디자인에 걸맞게 변형시켜 소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브랜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헤라의 이 크림은 그 해 최대 히트상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기아자동차는 fMRI를 통해 알아낸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하여 신제품 이름을 K7으로 정했다. 또 아모레퍼시픽은 자사의 화장품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저가의 대중적인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뇌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새롭게 브랜드를 디자인했다.


오늘날과 같은 초경쟁 시대에 기업 간의 미세한 경쟁력 차이는 커다란 경영성과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소비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업 간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뉴로 마케팅의 입지는 더욱 더 견고해질 것이다. 비록 뇌과학의 활용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이나 앞으로 뇌에 대한 이해가 제고된다면 뉴로 마케팅은 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대중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기사 친구들에게 공유하기